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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6일 화요일

산에 오르는 여자들 -5

이튿날 운봉은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했다. 어제 등산하기 전만 해도 섹스파트너를 하나 구해야겠다는 처량한 신세였는데 벌써 한 명은 이미 성공했고 입맛당기는 싱싱한 두 명이 또 기다리고 있으니 생각만 해도 가운데 신바람이 난다. 역시 남자는 여자들이 주변에 많아야 생기가 나는 법이다. 

이들을 잘 낚으려면 미끼가 튼실해야 한다. 단순히 돈만으로는 안 되고 힘과 머리의 우월성을 과시해주어야 이들의 환심을 사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젊은 여성들을 꼬시는 중요한 무기가 된다. 

몸매도 좋지만 꽉 물고 빨아당기는 명기 중의 명기인 미숙은 이제 영원한 나의 섹스 파트너이며 또한 영어의 수제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또한 섹시한 신음을 듣고 싶은 은정이나 글래머의 연주 역시 그냥 지나칠 운봉이 아니다.

자 그럼 둘 중에 누구에게 먼저 전화를 걸까? 아무래도 남편이 외국으로 출장가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연주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일단 성동격서(聲東擊西) - 동쪽을 치려면 서쪽을 두드려라 - 라는 격언처럼 먼저 좋은 남편을 만난 은정이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여보세요?" 하고 역시 섹시한 목소리가 굴러 나온다
"네 저 최운봉입니다. 어제 잘 들어가셨나요?"

"어머, 안녕하세요? 아침에 바로 전화주시네요."
"네 아침에 생각이 나서 제일 먼저 전화드립니다."

"저를 제일 먼저라고요? 미숙이나 연주하고는 아직 안 통하셨나요?"
"네, 은정씨에게 제일 먼저 전화하는 겁니다. 사실은 저는 세분 중에 은정씨가 제일 마음에 들었는데 어제 그냥 가셔서 좀 서운했습니다."

"호호호, 또 거짓말하시네요. 육체파인 연주도 있고 홀몸인 미숙이가 더 좋지 저처럼 임자 있는 말라깽이가 뭐 좋아요."
"무슨 말씀을 은정씨는 바로 제 취향입니다. 특히 그 섹시한 목소리만 들어도 황홀함 바로 그 자체입니다."

"호호호 뻔한 거짓말인 줄 알지만 그래도 듣기는 좋네요."
"아 사실입니다."

"어제 미숙이하고는 조용히 헤어졌나요?" 역시 여자들의 감각은 예민하다. 그러나 단정짓지는 못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딱 잘라야 한다.
"그럼 조용히 헤어지지 싸움이라도 해야 하나요? 그러나 어제 은정씨였다면 아마 그대로 보내드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어머머... 그럼 어제 나였다면 어떻게 하셨을 건데요?"
"적어도 가벼운 키스 정도는 선사해드리려고 했지요." 

"그럼 어제 미숙이 하고는 그 정도도 없었나요?"
"아주 조용히 차만 마시고 영어이야기 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래요? 미숙이도 참 이쁘잖아요? 또 자유의 몸이고."
"네 미인이시지요. 그러나 마음은 은정씨 만큼 당기지가 않더군요. 그저 영어 이야기만 했지요."

"사실은 저도 영어 전공했기 때문에 관심은 많은데 생활에 쫓겨서...." 자기도 영어강사인 미숙에게 지지 않겠다는 욕심이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시겠지요. 그럼 앞으로 저와 자주 만나시면 좋은 길을 안내해드리지요."

"그러실래요? 그럼 감사하지요."
"저로서도 영광이고 기쁨이지요. 혹시 오늘 낮에 점심이라도 가능할까요?"

"아이, 이를 어쩌지요? 저는 오늘 약속이 있는데..." 아마 약속은 없어도 일단 처음은 이렇게 뒤로 빼는 것이 정숙한 척 하는 여성들의 행실이다. 이미 운봉은 그럴 줄 알고 그냥 생색만 내 두는 것이다. 
"네, 그럼 다음에 다시 연락 드리지요. 그리고 제가 아침에 오늘자 영어제목을 보냈습니다. 어제 것과 비교해보시면 어제 처음 볼 때보다는 더 재미를 느끼실 겁니다."

"아 그래요?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이거는 돈을 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역시 경우와 계산은 밝은 여인이다. 
"아니 별말씀을, 그런 말씀 마시고 그냥 잘 공부하시고 주변에 널리 선전이나 해주시지요."

"네 그럼 그렇게 할께요. 안녕히 계세요."
"네 안녕."

자 이제는 목표로 삼은 연주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저 최운봉입니다."

"어머 아침부터 어쩐 일이세요?"
"왜 제가 전화 걸면 안 되나요?"

"아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제 미숙씨 하고는 잘 되셨나요?" 역시 이 여인도 미숙과의 관계가 궁금한 모양이다. 
"잘 되다니요? 그게 무슨 말이지요?" 하고 시침을 뚝 떼고 물어본다. 

"아니 그냥 이야기 잘 하셨나고요?"
"그럼요, 영어이야기는 충분하게 나눴지요. 그리고 헤어졌습니다." 이렇게 연주도 안심을 시켜주어야 다음 작전이 수월해진다. 

"네, 그러셨군요."
"그러나 만약 어제 연주씨와 만났다면 그냥 보내지는 않았을 겁니다." 라고 서서히 칼을 뽑는다.

"어머머, 그럼 저였다면 어떻게 하셨을 건데요?" 역시 질문하는 패턴은 똑같다. 
"단 둘이 분위기 좋은 곳에 가서 좋은 음악들으면서 술 한잔하고 싶었습니다."

"왜 미숙이는 싫어요?"
"싫은 것은 아니지만 연주씨처럼 저를 당기지는 않네요."

"호호호 이게 바로 저를 유혹하시는 거지요?"
"그냥 저의 마음을 전해드리는 겁니다."

"듣기가 나쁘지는 않네요."
"그럼 오늘 시간이 있으시면 점심이라도..."

"그럼 점심을 하고나면요?" 연주는 항상 이렇게 앞서 나가니 운봉은 잠시 당황해진다
"분위기 좋은 곳으로 가서 음악이나 듣지요." 하고 둘러댄다.

"직접 부르지는 않고요?" 노래방으로 가자는 소리가 아닌가.
"그건 더욱 좋지요" 이거야말로 또한 불감청인즉 고소원이다. 
"그럼 몇 시에 어디로 갈까요?" 하고 운봉은 이미 만나기로 정해진 것처럼 묻는다. 

"사실 오늘 저 좀 바쁜데..." 일단 뒤로 빼는 것이 여성들의 공통적인 관행이다.
"저도 한가한 몸은 아닙니다. 연주씨도 영어에 관심이 있으시다고 했지요? 그래서 오늘 메일도 보내드렸는데 오늘은 그것을 하나하나 설명해드리려고요." 

"어머 영어공부까지? 정말 그렇게 해주실래요?"
"물론이지요. 그럼 어디서 만날까요? 제가 그쪽으로 갈까요?'

"아니에요. 어제 식사한 레스토랑으로 12시 반까지 갈께요."
"그러시지요. 그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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