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에 다녀온 이후로 아내가 변했다는 것을 아는 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벌써 잠자리를 요구했을 아내가 연수원에 다녀온 후 2개월이 지나도록 요구하지 않고 있었다.
현숙의 남편 민우는 처음에는 그녀가 피곤해서 잠자리를 원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날이 지날수록 그런 그의 생각은 점점 희미해져 가면서 아내의 대한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민우는 처음부터 그의 아내인 현숙이 직업을 갖는 것을 찬성하지 않았다. 비록 자신이 사업에 실패해서 어려운 살림 이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지나면 어느 정도 고정된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그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런 자신의 아내를 이해하지 못한 것도 아니지만 그녀는 아이들을 자신에게 맡기고 연수원에 들어가 버렸다. 아내가 연수원에 있는 동안 그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집에 혼자 놔두고 박에 나갈 수 없었다.
이로 인해 그는 많은 약속들을 뒤로 미루어야만 했었다. 아내가 없는 동안 아이들을 돌보며 아내를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 그는 뭔가 모를 감정이 가슴 한 구석에서 자라고 있었으며 그것은 아내를 잃을 거라는 불안감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아이를 셋이나 난 가정 주부 같지 않은 몸매를 갖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두려운 적이 없었다. 처녀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은 날씸 몸매를 갖고 있는 자신의 아내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내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옷을 사 입고 또 짙은 화장을 하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민우는 불안감 속에서 아내를 떠나 보냈었다.
그런데 그런 아내가 연수원을 마치고 돌아온 후로는 뭔가 모르게 자신과 멀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이런 불안감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 아내와 잠자리를 원했지만 아내는 냉정하게 거절 했다. 이유는 피곤하다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남편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자신이 다른 사내에게 몸을 허락했으며 마치 그 남자의 흔적이 남아 있을 것 같은 자신의 몸을 남편에게 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남편에게 사실대로 고백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이런 생각으로 남편과의 섹스를 거부하던 것이 연수원에 다녀온 후로 벌써 2달이 넘어 가고 있었다. 이제 남편은 더 이상 요구하지도 않았다. 남편은 그녀가 처음으로 다니는 직장이기 때문에 힘일 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사실 지난 2달 동안 그녀의 생활은 눈코 뜰 시간도 없이 바빴다. 비록 남편이 도와주었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화장하고 나면 뛰어 나가야 할 정도로 늦은 시간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저녁에는 퇴근하자 마자 바로 잠들어 버릴 정도로 피곤한 상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생각하는 것 만큼의 수입이 들어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녀가 느끼는 피로가 더해 갔다. 현숙 같은 유부녀들은 회사에서 대부분 텔레 마케팅을 하게 되며 그녀들은 자신의 능력에 따른 성과급을 받게 되어 있었다.
텔레 마케팅이란 게 말이 쉽지 보이지도 않는 고객을 상대로 보이지도 않는 상품을 전화 통화만으로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판매에 성공할 수 가 없었다. 더더구나 전화를 거는 상대방에 정보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는 더욱 어려웠다. 한 달에 겨우 5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월급이라고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오래된 사원들은 많게는 몇 천에서 몇 백은 받아 가는 것 같았다. 아니 최소한 2백만원 이상은 받아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녀는 겨우 50만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으니 자존심도 상하고 또 일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여보 그만 일어나요, 회사에 늦겠어”
오늘도 남편은 먼저 일어나서 그녀를 깨웠다. 언제부터 인가 그러니까 그녀가 직장생활을 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은 그녀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해놓고는 그녀를 깨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남편이 언제 잠자리에 들고 언제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다. 남편인 서재에서 혼자 잠을 자기 때문이다.
“으…응 아..알았어”
하지만 쉽게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언제나 부족한 잠 이었다. 조금만 더 잤으면 하는 생각에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있는 그녀를 다시 흔들어 깨운다.
“또 늦으면 어떻게 할려고 그래”
그 소리에 그녀는 벌떡 일어난다. 지난번 늦었을 때 부장에게 혼이 난 생각 때문이다. 그녀는 언젠가 10분 늦게 출근한 적이 있었다. 그런 그녀를 부장은 호출했고 그 자리에서 그녀가 상상할 수 없는 소리로 그녀를 질타하며 그녀의 자존심을 뭉개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가뜩이나 판매가 되지 않아 불만인 그녀에게 판매량이 제일 꼴찌라며 이렇게 늦으니까 그런 결과가 나온다느니 하며 그녀의 자존심을 깔아 뭉개 버린 것이다. 그녀는 그날 하루 종일 분해서 어쩔 줄을 몰랐었다.
그 뒤로는 절대로 늦을 수가 없었다. 아니 차라리 회사를 그만 두면 두었지 늦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부랴부랴 일어나 세수를 하고 나서 화장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남편인 민우가 다가와서 아침 식사를 권했다.
“여보 아침 먹어, 당신 요즘 너무 힘이 드는 것 같더라”
“지금 몇 시야”
“응 7시야 아직 30분은 여유 있어”
“알았어,…”
그녀는 화장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을 먹지 않고 바로 집을 나섰다. 아침을 먹는 시간에 차라리 회사에 출근해서 조금이라도 더 준비하고 더 노력해서 판매를 많이 하고 싶다는 조바심 때문이었다.
현숙은 한편으로는 남편에게는 미안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해놓고 기다린 남편이 얼마나 화가 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다른 모든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직장 생활이었다. 자신의 몸을 주고서 얻은 거나 마찬가지인 지금의 직장을 잃고 싶지 않았다. 설사 수입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작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도 노력하면 충분히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근한지 3개월이 지나도 그녀의 수입을 늘지를 않았다. 도대체 왜 그런지 그녀도 알 수 없었다. 남들과 똑 같은 방법으로 똑같이 전화를 하고 똑 같은 애교 석인 말투를 사용해도 좀처럼 먹혀 들지 않았다. 그 동안 받은 월급은 겨우 교통비에 옷 사 입기에도 부족할 정도였다.
3개월이 지나도록 남편에게 생활비 한푼 내놓지 못했지만 남편은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어디서 돈이 생기는지 모르지만 남편은 날마다 정성스럽게 새로운 반찬을 준비해서 그녀의 입맛을 돋우려 노력했다.
그런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녀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길을 들어서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 시간이었다. 과장이 그녀를 퇴근 후에 잠시 보자고 했다. 그녀의 과장은 건장한 체격의 멋진 몸매를 가진 사내였다. 평소에는 별다른 말도 없던 사람이라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고 업무 이외에는 일체의 만남도 없었던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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