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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1일 금요일

한낮의 정사 -13 (불나비 ) -완-

불나비 -
변강금은 이정아가 돌아가자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불모미인 이정아는 불덩어리처럼 뜨거운 여자였다. 나이는 불과 25세밖에 되지 않았으나 그녀는 이미 숱한 남자들을 몸으로 겪었고 나름대로 깊은 상처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정신질환자였다. 변강금은 이정아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그녀를 다시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튿날 사무실에 출근하자 미스강이 출근해 있었다. 변강금은 소파에 앉아서 미스강과 함께 커피를 마셨다.

"몸이 많이 좋아졌어?" 


변강금은 미스강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미스강이 어렵게 사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싶었다.

"네." 


미스강은 눈이 부신 듯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
"상무님은 어떠세요?"
"괜찮아."
"여기서 일하는 거 즐거우세요?"
"글쎄...일을 뭐 즐거워서 하나?"
"사모님은 어떠세요?"
"잘 있어." 


변강금은 미스강이 왜 이런 질문을 꼬치꼬치 캐묻는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왜?" 

미스강은 눈매가 서늘했다.
"그냥이요."
"오늘은 보약 안주나?"
"드려야죠. 잠깐 기다리세요."

미스강이 밖으로 나갔다가 보약 한 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변강금은 그 봉지에 들어있는 보약을 마셨다. 미스강은 변강금이 보약을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

"어때요?"
"뭐가?"
"보약을 드시면 기운이 펄펄 솟아나는 것 같으세요?"
"그런 것 같아." 


변강금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디 한 번 봐요."
"응?" 


변강금은 깜짝 놀랐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어때요?"
"잘못하면 미스강 또 졸도하려고?"
"지난번엔 아파서 그런 거예요." 


미스강이 눈웃음을 치며 변강금의 옆에 앉았다. 변강금은 미스강을 안아주었다. 미스강의 풍성한 머리숱에서 좋은 냄새가 풍겼다.

"난 책임 안져?"
"네. 책임지라고 안할께요." 


미스강이 웃으며 변강금에게 입술을 포개왔다. 변강금은 미스강을 안아서 무릎에 앉혔다. 미스강은 어제보다도 한결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변강금은 미스강의 등을 쓰다듬다가 둔부를 애무했다.

"아...!"

미스강이 신음을 삼켰다. 변강금은 미스강의 스커트 위에서 허벅지로 손을 가져갔다. 다른 손으로는 부라우스의 단추를 풀렀다. 미스강은 흰 부라우스 안에 하얀색의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있었다. 앞에서 호크를 따게 되어 있는 브래지어였다.
미스강의 가슴은 눈이 부실 정도로 투명했다. 변강금은 고개를 숙여 미스강의 가슴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러자 미스강이 그의 머리를 바짝 끌어안았다.


"고마워요."

변강금은 미스강과 함께 사무실 소파에 앉아서 한 시간쯤 그 짓을 즐겼다. 미스강은 절정에 이르면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고 변강금의 등에 손톱자국을 남겼다.

"나도 즐거웠어." 


 변강금은 미스강이 속옷을 챙겨 입는 것을 살피면서 미소를 지어 주었다.
오여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은 오후 2시경이었다.

"변상무님. 4시까지 청평에 있는 '팰리스 러브호텔'로 가세요. 거기 307호실에 민여사라는 분이 있어요."
"알겠습니다." 


변강금은 오여사의 지시대로 청평에 있는 팰리스 러브호텔을 찾아갔다. 민여사는 50대의 뚱뚱한 여자였다.

"세상에! 어쩜..." 


그 여자는 변강금의 거시기를 보고 쩍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그 보약이 정말 좋은가 봐..." 

여자는 침이라도 질질 흘릴 기색이었다.
"수천 만 원 짜리 보약인데 효능이 엉터리겠습니까?"
변강금은 나이 든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퉁명스럽게 내 뱉았다.

"알았어요. 당장 그 보약을 사서 우리 남편한테 먹여야겠어요. 그런데 지구력은 괜찮을까..."
"그럼 실험을 한 번 해보시죠." 


변강금은 여자 앞에서 옷을 훌렁 벗었다.
"옴마!"

여자가 변강금이 옷을 벗자 자지러지는 듯한 비명을 질러 댔다. 그녀는 변강금의 거시기가 신기하다는 듯이 몇 번씩 이나 눈을 부비고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는 했다.

"어쩜..."
"걱정되십니까?"
"아, 아니야..." 


여자가 몸을 부르르 떨고 변강금에게 바짝 다가왔다.
"만져 봐도 돼요?"
"예." 


여자는 조심스럽게 변강금에게 다가와서 거시기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놀라워. 정말 놀라워...어쩜 이렇게 장대할까...?" 여자는 눈이 몽롱하여 어쩔 줄을 몰라했다. 변강금은 그 여자를 침대에 눕히고 초반부터 맹렬하게 공격을 해댔다.

"아이고 나 죽네. 아이고...!"

그 여자는 변강금이 몸을 싣고 세차게 진퇴를 반복하자 입을 벌리고 죽겠다는 듯이 신음을 내질렀다. 변강금은 순식간에 그 여자가 축 늘어져서 움직이지도 못하도록 만들었다. 변강금은 사방이 캄캄하게 어두워져서야 서울로 돌아왔다.

"변상무님. 미안해요. 한 번만 더 일해 주세요."

변강금이 서울로 돌아오자 오여사가 기디리고 있었다. 오 여사는 변강금의 주머니에 수표까지 찔러 넣어 주었다.

"예?"
"꼭 그 보약의 효능을 확인하겠다는 여자가 있어서요. 정말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변강금은 오여사가 쩔쩔매며 미안한 시늉을 하자 오여사가 지시하는 수유리의 B급 호텔로 찾아갔다. 그 호텔에는 40 대 초반의 중년 여자가 변강금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는 나이답지 않게 우아하고 세련되어 보였다. 변강금은 그 여자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천천히 봉사를 해주었다.

"40대가 되어서 그런지 성에 대한 관심만 높아져 가고 있어요. 정말 이상한 일이죠?"

박여사라는 여자는 관계가 끝나자 허망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며 말했다. 변강금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여자가 주절대는 말에 별로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남자들은 어때요?" 


박여사가 느닷없이 변강금을 향해 물었다.
"뭐가요?"
"남자들도 남의 여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나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난 더한 것 같아요."
"..."
"인간이란 추악한 것 같아요. 왜 많은 일 중에 섹스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것일까요?"
"짝짓기의 본능이죠." 


변강금은 어느 책에서 읽은 이야기를 여자에게 해주었다.

"짝짓기요?"
"살아있는 생명체는 종족을 번식시키려는 욕망으로 살아가요. 그건 태초부터 있었던 일이죠. 성욕은 결국 종족을 번식시키려는 욕망입니다."

박여사는 변강금의 얘기가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는지 잠자코 누워 천장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 말이죠."
"예." 


변강금은 박여사의 둥근 가슴을 손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박여사의 가슴은 둥글고 예뻤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섹스를 생각해요."
"..."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남자와 상상 속에서 섹스를 하기도 하고..." 


박여사는 공허해 보였다.
"내가 병일까요?"
"아닙니다. 건강한 것입니다. 섹스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래요?" 


박여사가 피식 웃었다.
"가야겠어요." 

여자가 말했다. 변강금은 여자에게서 떨어졌다.

"옷 좀 입혀 주실래요?"
"예?"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졌어요." 


여자가 눈을 살짝 흘겼다.
"알았습니다."

변강금은 박여사가 똘똘 말아서 던진 속옷을 박여사에게 입혀주고 스타킹도 신겨주었다. 그리고 박여사를 일어나 앉힌 뒤에 브래지어를 착용하게 해주고 목덜미에 입술을 갖다댔다. 박여사는 원피스를 입고 왔기 때문에 그것은 머리 위에서 뒤집어 씌웠다.

"당신은 정말 좋은 분예요."

박여사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화장을 했다. 변강금은 박여사가 화장을 마칠 때까지 담배를 피웠다.

"안녕!"

화장을 마친 박여사가 변강금에게 다가와서 포옹을 했다. 변강금은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포개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바람에 이마에만 하고 말았다.

"화장이 지워져요." 


박여사가 말했다. 변강금과 박여사는 따로따로 서울로 돌아왔다.
변강금은 사무실에 잠시 들렸다가 퇴근했다. 그러나 바로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동네 인삼 찻집을 찾아갔다. 어쩐지 술 생각이 간절했다.

"어머, 우리 집에를 다 오시고 웬일이세요?"

마담의 눈이 화등잔만 해지며 반색을 했다. 변강금은 언젠가 마담과 관계를 하다가 끝을 맺지 못한 것을 생각하고 씁쓸하게 웃었다. 이른 저녁이라 그런지, IMF 때문에 그러는지 찻집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왜 기다려?" 


변강금은 퉁명스럽게 내 뱉았다.
"어머머!"
"술이나 가져와." 


변강금은 구석 의자에 털썩 앉았다.
"술 마시기 전에 저번에 끝내지 못한 거 다시 하면 안돼요?" 

마담이 눈웃음을 치며 물었다.
"술이 고파."
"아이!" 


마담이 허리를 비트는 시늉을 하며 교태를 부렸다.
"나 문 잠글 꺼야."
마담이 맥주 두병을 갖다놓고 재빨리 문을 잠그고 돌아왔다. 변강금은 손수 맥주를 따라서 한 모금을 들이켰다. 마담은 안주를 가져다 줄 생각을 하지도 않고 변강금의 바지 앞을 쓰다듬으며 안달을 했다.

"젠장!" 


변강금은 화가 났다.
"미안해."
"..."
"내키지 않으면 그냥 앉아 있어요."

마담은 빠르게 변강금의 바지를 벗긴 뒤 제 속옷을 벗고 변강금의 무릎에 올라와 앉았다. 변강금은 어쩔 수 없이 마담의 허리를 안아 줄 수밖에 없었다. 마담은 의외로 빨리 일을 끝냈다.

"죽는지 알았어요." 


마담이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좋았어?"
"네."
"다음에 기분 좋게 해줄게. 오늘은 정말 내키지 않았어."

변강금은 마담에게 미안했다. 그러나 마담은 상관없다는 듯이 맥주며 안주를 푸짐하게 내왔다. 변강금은 비틀거릴 정도로 술을 마셨다.
인삼 찻집에서 밖으로 나오자 밤 11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변강금은 비틀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불모미인 이정아의 얼굴이 자꾸 떠오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집 앞에는 옆집의 조혜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 웬일이오?"
변강금은 술에 취해서 물었다. 조혜경이 재빨리 변강금의 옆으로 다가와서 팔짱을 끼었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변강금은 눈을 부릅떴다.
"아주머니는 아이들과 함께 친정에 가셨어요."
"친정에?"
"오늘 친정어머니 제사가 있다고 갔다가 내일 아침에나 온댔어요. 아저씨 돌아오시면 얘기 좀 해달라고 그러대요."
"그래?" 


변강금은 머쓱했다. 아내의 어머니, 장모님의 제삿날을 잊어버려 미안했다.

"저희 집으로 가세요." 


조혜경이 변강금을 잡아끌었다.
"아이들이 있잖아?"
"외삼촌한테 보냈어요."
"흥! 준비를 단단히 했군." 


변강금은 혀가 꼬부라져서 말했다.

"많이 취하셨나 봐요."

조혜경은 변강금의 팔을 잡아끌고 자기네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변강금은 상의를 벗어던지고 침대에 벌렁 누웠다. 조혜경이 꿀물을 타가지고 와서 변강금에게 마시게 했다. 변강금은 술기운 때문에 잠이 쏟아져 왔다. 조혜경은 자기가 마누라나 되듯이 함부로 변강금의 옷을 벗기고 달려들었다.

"어머 이게 왜 이래? 누가 벌써 어떻게 한 거 아니야...?하여튼 물건 좋은 것들은 알아서..."

조혜경은 변강금의 옷을 벗기고 애무를 하다가 강짜를 부렸다.

"술이 취해서 그래..." 


변강금은 거짓말을 했다.
"쳇 누가 모를 줄 알고..."
조혜경은 투덜거리면서도 쉬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변강금의 거시기를 일으켜 세우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변강금은 정신없이 잠이 쏟아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변강금은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도 조혜경이 입을 벌리고 정신없이 질러대는 신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육체의 향연 -

병원 생활은 따분하고 지루했다. 이정아는 몇 달 동안 간호사 생활을 하다가 때려 치웠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일이 그녀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이정아는 병원을 그만 둔 뒤에 미아리 텍사스에서 얼마 동안 일을 했다.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남자들과 관계를 맺는 타락한 생활이 이정아에게 오히려 맞았다. 이정아는 그 무렵 자신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타락했는지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생활은 완전히 창녀였어요. 나는 많은 남자하고도 잠을 잤죠. 그런데도 한 번도 부끄럽다거나 수치스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어느 날 이정아는 그렇게 털어놓았다.

"그렇다고 잘했다는 것은 아니 예요. 거기 있는 여자들이 그런 생활에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놀랄 거예요."

이정아가 미아리 텍사스에서 놀란 것은 그 것 뿐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 이정아가 알고 있는 여자들 대부분이 함부로 옷을 벗어젖히고 그 짓을 하면서도 조금도 수치스러워 하지 않고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창녀의 기질을 갖고 있어...' 


변강금은 그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영화나 한 편 찍을래?"

어느 날 포르노 영화감독이라는 사람이 이정아에게 뜻밖의 제의를 해왔다. 이정아는 그를 미아리 술집에서 만났다.
"어떤 영화인데요?"
"포르노 영화."
"그거 찍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다 볼거 아녜요?" 


이정아는 거부 반응보다 왠 일인지 웃음부터 나왔다.
"보라고 찍는 거야."
"불법이죠?"
"물론 불법이지..."
"호호..."

이정아는 자꾸 웃음이 나왔다. 왜 자꾸 웃음이 나왔는지 이정아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포느노 영화에 대해서 특별히 거부감이 일어나지 않았다.

"왜 웃어?"
"어떻게 포르노 영화를 찍죠?"
"넌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아. 게다가 불모미인이라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거야."
"좋아요." 


이정아는 혼쾌히 승낙했다.

"약속하는 거야?"
"네. 그런데 잡혀 가면 어떻게 하죠?"
"대개 파는 사람은 잡혀 가도 찍는 사람은 안 잡혀."
"빨간 마후라 찍은 애들은 모두 잡혀 갔잖어요?"
"어른들은 괜찮아."

이정아는 포르노 영화감독의 말을 듣고 미아리를 나왔다. 미아리에 들어갈 때 제 발로 찾아 들어갔기 때문에 미아리에서 나올 때 아무도방해하지 않았다.

그러나 포르노 영화는 쉽게 찍을 수가 없었다. 상대역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촬영기사며 조명기사까지 쉽게 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상대역 두 사람을 어렵게 구했다. 국내에서 남자 상대 배우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둘 다 일본인들이었다. 여자들도 셋이나 더 가담했다. 촬영 팀은 동해안에 있는 아담한 별장 하나를 빌려서 촬영에 돌입했다.

여름이었다. 촬영을 하는 동안 내내 비가 왔다. 이정아는 천둥번개가 몰아치는 가운데 포르노 영화의 주연배우가 되었다. 제목은 '육체의 향연' 이었다. 시나리오는 간단했다.
첫 장면은 일대일 섹스였다. 남자가 침대에서 자고 있는 여자의 몸을 애무하면서 차례차례 옷을 벗기고 정상적인 섹스를 한다.
두 번째 장면은 여자가 남자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는 것이었다. 이정아는 시나리오 그대로 했다.
세 번째는 남자가 여자의 성기를 애무하는 것이었다. 이정아의 상대역인 일본인 남자 배우도 시나리오대로 했다.

감독은 연기에 대해서 특별히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입을 크게 벌리고 과장된 표현을 하라는 것만 주문했다. 그들이 관계를 하면 카메라 기사가 알아서 찍었다. 신음소리라던가 침대가 삐거덕거리는 소리는 모두 나중에 녹음할 예정 이었다.
다음에는 식스나인 자세의 장면이었다. 시나리오는 후반부로 갈수록 농도가 짙어졌다. 2대1 섹스, 후배위 섹스, 그룹 섹스 등 다양했다. 영화 촬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열흘만이었다.
감독과 이정아는 네가 필림을 보면서 녹음을 했다.

"아주 좋아." 

감독은 기분이 좋아서 말했다. 이정아가 봐도 포르노 필림은 화면이 깨끗하고 산뜻했다. 얼핏 보았을 때는 짐승 같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이해를 하려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신선했다.

"청계천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이정아는 감독의 무릎에 앉아서 말했다. 감독은 만족하고 있었다. 촬영을 하면서 배우들과 틈틈이 섹스를 했는데 그것도 흡족했다.
"이걸로 우리는 떼돈을 벌 거야."
"필림 뜨면 하나는 저 주세요. 기념으로 갖고 있을 거예요."
"물론이지." 


 감독은 만족해서 말했다.
그러나 감독은 그 필림으로 결코 돈을 벌 수 없었다. 감독이 그 필림을 청계천에 깔자마자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 경찰이 불시에 습격을 했고 감독은 체포되고 말았던 것이다. 감독이 경찰의 취조를 받다가 이정아의 연락처를 부는 바람에 이정아도 체포되었다.

"멀쩡한 아가씨가 왜 이따위 비디오를 찍는 거야?" 


경찰은 이정아에게 마구 딱딱거렸다. 이정아는 고개만 푹 떨구고 있었다.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으나 취조를 받으면서 웃을 수가 없어 고개만 잔뜩 숙이고 있었다.

"동기가 뭐야?"
"없어요."
"없다니? 아무 이유도 없이 이런 걸 찍었단 말이야?" 


형사가 언성을 높였다.
"네."
"돈을 벌 목적으로 찍은 거 아니야?"
"꼭 그 목적은 아니예요."
"그럼 이유가 뭐야?"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경찰 출입 신문기자들은 이정아의 말을 사회면에 대서특필 했다. 단순하게 재미로 포르노 비디오를 찍는 세대...!무서운 신세대! 도덕이 실종...!텔레비전도 정기뉴스에서 대대 적으로 보도했다.
이정아는 빨간 마후라를 찍은 10대들보다 더 유명해 졌다.

변강금은 이정아가 체포된 지 한 달 만에 체포되었다. 신문과 방송은 오여사와 변강금을 보약위조단 일당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오여사와 김남오 한의원 원장이 제조했다는 수천 만 원짜리 보약이 동물 발정제와특수 근육 팽장제를 섞은 가짜 보약이라는 것이었다.
변강금이 다니던 회사는 사기회사였다.

'어쩐지 약이 이상하다고 했어...'

변강금은 유치장의 창으로 푸른 하늘을 쳐다보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변강금의 거시기가 아무리 좋은 보약을 먹었다고 해도 그렇게 커질 까닭이 없는 것이다. 오여사와 김남오는 가짜 약으로 수십 억 원을 벌었는데 매스컴의 관심은 변강금과바람을 피운 사회 지도층 부인의 명단에 관심이 쏠려 있었다. 변강금은 결코 그 명단을 말하지 않았다.

"당신은 추악한 인간예요!" 


변강금은 부인으로부터 이혼을 당했다.
변강금은 징역 1년, 이정아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정아는 6개월의 형을 감형 받아서 출옥은 변강금과 비슷한 시기에 했다.

"어떻게 지내세요?"

어느 날 변강금과 이정아는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 안개비가 세우가 되어 자욱하게 흩날리던 날이었다. 이정아의 머리 위에는 빗방울들이 안개꽃처럼 묻어 있었다.

"그럭저럭 지냅니다." 


변강금은 공허하게 대답했다. 그의 얼굴은 핼쓱하게 변해 있었고 옷은 남루했다.
"술 한 잔 하실래요?" 

이정아는 변강금이 변한 얼굴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좋습니다." 

변강금과 이정아는 포장마차로 가서 소주를 두 병 비웠다.
"우리 집으로 가요."
"집이요?"
"어디 갈만한 데가 있어요?"
"없습니다."

변강금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감옥에서 나온 후에 부랑자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남대문이나 서울역 근처를 배회하다가 밤이면 지하도에서 잠을 잤다고 했다.

"그럼 우리 집으로 가요." 


이정아가 변강금을 잡아끌었다. 이정아의 집은 합정동에 있었다. 반지하의 전세 셋방이었다.

"축제를 지내고 싶지 않으세요?"
"축제요?"
"네."
"무엇에 대한 축제죠?"
"성의 자유에 대한 축제요."
"법은 어떻게 하죠?"
"법은 법대로 존재하겠죠."
"좋습니다."

변강금과 이정아는 옷을 벗고 침대로 올라갔다. 그들은 마침내 하나가 되어 맹수가 포효하듯이 격렬하게 미쳐 날뛰었다. 밖에서는 바람이 불고 빗발이 굵어지고 있었다. 또 장마가 시작되고 있었다.
장마는 자그마치 20일이나 될 것이라는 것이 기상대의 예보였다. 기상대는 이튿날 천둥번개까지 몰아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리고 기상대의 예고대로 이튿날 하늘을 쪼각 낼 듯이 천둥 번개가 요란하게 내리 꽃혔다.

변강금과 이정아의 시체가 발견된 것은 20일이나 계속되던 장마가 완전히 끝났을 때였다. 두 사람은 알몸인 채로 침대에서 발견되었는데 검시의들은 남자가 먼저 죽고여자가 하루쯤 뒤에 죽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인은 과도한 섹스였으며 그들은 섹스에 돌입한 뒤에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계속해서 섹스만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하여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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