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영과의 만남이후 나는 이상하게도 혼자 있을 때면 언제나 그녀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술에 취해 전화를 했다는 걸 보면 아마도 소영에 대한 나의 그리움이 커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소영이 보내준 포토메일을 수도 없이 열어보며 다시 그녀를 만나는 순간까지 설레이기도 하며, 서른이 넘은 나이에 내게 그런 열정이 샘솟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그리워 하는 것에 대한 정의가 모호했습니다.사랑도 아니고, 섹스도 아니고...다시 만나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도 고민인채 두달이 다 되어 갈때 쯤 소영을 만났습니다.
소영은 그사이 강남 압구정동에 정통BAR를 열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BAR에 혼자가는게 이상해 보일 것 같아 친구에게 연락을 했더니 시간이 안된다고 하더군요.
정민이 형에게 연락을 하니 조금 늦는다고 먼저가서 한잔하고 있으라 해서 결국엔 혼자 그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누르며 바에 들어서니 어두운 조명, 블랙으로 통일한 종업원들의 의상, 미니멀한 인테리어가 훌륭해 보였습니다.
먼발치에 테이블에서 남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소영의 모습이 보였고, 소영도 나를 분명히보는 것 같았습니다.
소영은 처음봤을때와 다르게 올림머리에 화장을하고 심하게 파여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어색했습니다.
입구에서 안내하는 분이 혼자오셨나요?
예약은 하셨나요? 하며 한사람 더 올거다 하니 바텐으로 안내를 하였습니다.
나를 본 그녀가 아주 반가워 할 줄 알았는데 대수롭지 않은 듯 '왔어요?'하며 사무적으로 대하고는 다른 일을 보는 것입니다.
나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 혼자 술마시고 있는 나를 이상하게 보는듯한 시선, 내가 여기 왜 왔나 싶을 정도로 신경쓰였습니다.
손님 중 한놈이 '소영씨 이리로 좀 와봐요'하며 지나가는 그녀의 손목을 이끌자 소영은 불편해하기보다 '어머! 오빠 언제 오셨어요?'하며 오히려 반가워 했습니다.
한시간 정도를 혼자 있었나 자존심도 상하고 기분이 참으로 묘했습니다.
화장실로 가는 길목에 있는 테이블...손님들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고 있는소영...웃음소리가 마치 나를 비웃는 것 처럼 들렸습니다.
화장실 구조가 협소해서 볼일을 보는데 문이 벌컥 열리더니 나의 등을 치길래 돌아보니 소영을 잡아 당긴 그자식 이었습니다.
'아이구~ 미안해요'하며 옆쪽으로 오길래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한마디 했습니다.
'어이~ 아저씨! 미안해요? 라니 내가 친구야'
서울 말씨로 '아니 그럼 뭐라 그래요?'합디다.
'죄송하다고 그래야지. 내가 친구냐고?'
피식 웃으며 '아..네네..죄송해요'하며 나를 술 취해서 시비 거는 놈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손을 씻고 있는데 그자식의 일행이 들어와서 하는 말의 내용이...
'야~ 윤소영 재 죽이지 않냐?'
'오늘 마치고 가라오케가자 그랬는데'
'잘 줄 스타일은 아닌데...되겠냐?'
'야 내가 지금까지 한달간 이집에 팔아 준 술값이 천만원이다...안 나올 것 같애'
정말 화가 났지만 내가 뭐라 할 것도 아니고, 천만원이라는 말도 기가 막히고, 그냥 '역시 나 같은건 게임이 안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습니다.
기분도 쳐지고 나를 대하는 소영의 태도도 마음에 걸려 나는 바텐더가 천천히 마시라고 말릴 정도로 양주를 급하게 마셨더니 술기운이 확 올라왔습니다.
내가 소영때문에 서울로 올라 온지 모르는 정민이 형은 다른 장소로 오라며 차를 보내 주었습니다.
내가 일어나 나오자 소영이 나에게 오면서
'규민씨 어디가요? 연락해요'하고는 다시 그 녀석들 자리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자존심이 상하더군요...정민이 형이 오라고 한 곳은 여자가 나오는 고급 룸싸롱이었습니다.
술이 술을 마신다고 엄청 마셔 댔습니다.
이야기를 하던 중에 형이 먼저 소영의 이야기를 꺼내길래 사실은 이러 저러해서 서울 온거라고 대답했고 만나서 있었던 일도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술이 취해 아가씨에게도 짜증내고, 밴드 한테도 진상부리고는 잠깐 잠이 들었습니다.
누가 깨우길래...
'넌 뭐야!!! 건드리지마! 나는 여자 필요 없고 방이나 잡아'
하며 소리지르고는 돌아보니 이미 물체가 두개로 보일 정도로 술에 취해 있어 파트너가 아닌 다른 여자가 깨운거 같은데 소영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잠이 들었고 깨어보니 혼자 덩그러니 모텔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필름이 끊겨 기억도 나지 않고, 후회도 되고...비행기 시간을 확인한 후 샤워를 하고는 몸을
닦는데 노크소리가 들렸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의아하게도 소영이 찾아 왔습니다.
어색하게 있는데 소영이 먼저 말했습니다.
'규민씨 어제 일 기억안나?'
'.....................'
'어떻게 내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오히려 화를 내는 소영이 더 의아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정민이 형이 전화해 여자들이 있는 술집까지 나를 데리러 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나는 소영에게 다 필요없으니 꺼지라고 하며 속물이니, 돈이 어떻니 헛소리를 하였다고...
'내가 어떻게 바에서 오빠를 반갑게 대해?'
'..............'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정민오빠가 그러대...내가 이상하게 대하더라고...여자 맘을 그렇게
몰라? 내 입장도 이해 못해 줘?'
'................'
'말 좀 해봐'
'아~~~속쓰리다...밥이나 묵자'
소영은 그 한마디에 피식 거리더니 갑자기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습니다.
'누가 경상도 남자 아니랄까봐...(내 말투를 흉내내며) 밥 묵자? 으이그~~~'
나도 씨익하고 웃어 주었습니다.
소영은 어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찰랑찰랑한 컷트머리에 화장기 없이 청순한 얼굴에 립그로스만 살짝 발라 윤기나는 입술, 짧은 청반바지에 한쪽 어깨가 드러나는 헐렁한 티셔츠에 캔버스에서 나온 천농구화를 신은 모습이 영락없는 대학생이었습니다.
자기는 밥을 먹었다며... 내가 우적우적 밥먹는 모습을 바라보던 소영이 말했습니다.
'규민씨는 내가 왜 좋아?'
'..........'
'대답 좀 해봐...돼지야'
'밥묵고 있잖아...돼지라니'
'헤헤헤...밥 잘 먹는다...우리 애기'
'나 비행기 끊어 놨다. 좀 있다 갈거다'
'왜? 나랑 놀아야지'
'너 땜에 삐져서 아까 예약 다 해놨다'
'피~이...나는 오늘 토요일이라 일찍 마친단 말야. 규민씨 온다고 이벤트까지 준비했는데...몰라!'
'가지 마까? 니가 사정하면 생각해 보지 뭐'
우리는 식당을 나와 남자와 여자가 함께 갈 수 있는 건전한 중국 마사지숍으로 가서 함께 마사지를 받고, 저녁 12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헤어 졌습니다.
토요일을 소영과 함께 보낼 생각에 나는 사우나로 가서 컨디션 조절도 하고 삼계탕도 먹고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고는 소영의 바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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