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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0일 월요일

여자아이와 동물원의 하룻밤 -8장. 야성의 밤.

자신의 자리인 바위 밑으로 침입자를 끌고 온 보스는 곧 이 침입자가 아무런 저항을 못하는 것을 알고는 안도했다.
자신이 이 낮선 곳에 온 이후로 지금까지 위협적인 침입자를 겪은 적이 없었기에, 자신을 비롯한 많은 개코원숭이들이 긴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한창 교미 중에 발생한 침입자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침입자는 아직까지는 자신들에 대해서 무력한 존재였다.
밑의 수컷들을 시켜 공격을 하거나 위협을 해도 반격은커녕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있었다.
수컷들은 아직도 위협적인 표정에 시뻘겋게 발기된 자지를 흔들면서 침입자를 위협하고 있었다.
이것은 자신들의 위엄과 권위를 이 침입자에게 과시하는 행위였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이 침입자는 인간임에 틀림없었다.

인간이라?
그렇다면 어떤 인간일까?
보스 자신이 이곳에 온 이후로 지금까지 위협적인 인간들을 만난 적은 없었다.
오히려 매우 우호적인 인간들뿐이었다.
게다가 이 침입자는 인간의 암컷이었다.
인간의 암컷은 자신이 고향에 있을 때도 별로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낮선 인간을 안전하다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보스 자신의 경험상 인간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기 때문에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보스는 케냐 남부에서 탄자니아의 북부로 이어지는 사바나의 초원 지대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어미가 사는 집단에서 자랐는데, 그 무리는 약 100여 마리로 이루어진 집단이었다.
보스는 이 집단을 따라 사자와 코끼리, 임팔라 등이 함께 서식하는 초원과 숲의 가장자리를 이동하며 점차 튼튼하고 영리한 젊은 수컷으로 성장했다.
그는 일찍부터 자신의 보호자이며 집단의 우두머리이던 '흰갈기'라 불리는 수컷원숭이를 따라 어른들의 사냥에 참가했다.

흰갈기는 자신의 친부는 아니었지만, 어미의 애인이었고 보스에게는 훌륭한 스승이었다.
처음 들어갔을 때는 전방의 적 침입을 탐색하는 척후의 역할을 배웠고, 좀 더 큰 뒤에는 푸른 초원지대와 숲을 뛰어다니며 가젤 영양의 새끼나 멧토끼 등을 사냥하는데 참여했다.
그 사냥들에서 보스는 개코원숭이들에게 전래되어 오는 협동 사냥법을 배웠고, 흰갈기를 통해 집단의 통솔법도 어깨너머로 배웠다.
그리고 이윽고 보스가 무리에서 한 마리의 젊은 수컷으로 인정받게 되었을 때, 그는 개코원숭이들의 관습에 따라 정든 고향과 보호자 흰갈기와 어미, 누이들로부터 떠나 새로운 길을 떠나야 했다.
보스는 어미의 집단을 나온 뒤 여러 해 동안, 어느 한 곳에 정착하기보다는 여러 집단에서 몇 달씩만 용병으로 참여하며 방랑을 했다.
처음 새로운 집단으로 들어갔을 때 아직 애송이였던 보스는 비록 사냥 등에서 탁월한 용맹성을 인정받았지만, 그곳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단 한 마리의 암컷도 사귀지를 못한 채 몇 달을 허비해야 했다.

그러나 다음 집단에서는 성공적으로 암컷을 사로잡아 그 집단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소의 방랑벽과 바람둥이 기질이 있던 보스는, 한 곳에 안주하기 보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여러 암컷들을 경험하였고, 수컷들과 효율적으로 경쟁하는 방법도 익혀나갔다.
그리고 보스는 어느새 한 마리의 노련한 수컷으로 거듭났다.

그런 보스가 마침내 한 곳에 장기간 자리잡을 결심을 한 것은, 자신도 이제 한 집단의 우두머리와 겨루어 볼만하다는 자신감이 들고나서였다.
그래서 탄자니아 북부에서 고원지대로 이동하던 중에 발견한 한 집단에서 보스는 자신의 야심을 펼치기로 했다.

그곳은 큰 호수와 넓은 평원이 있는 곳으로 호수 너머로는 가파른 절벽들과 숲 그리고 화산들이 연기를 뿜는 곳이었다.
새로운 집단에 들어간 보스는 곧 이 집단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수컷들과 암컷들을 파악한 뒤, 서열이 높은 혈통의 한 암컷에게 접근했다.
그 암컷에게는 이미 한 마리의 수컷이 애인으로 있었지만,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을 애인으로 가질 수 있듯이 암컷 또한 두세 마리 정도의 수컷들을 애인으로 둘 수 있었다.
보스는 자주 그 암컷에게 접근하여 친밀한 표정으로 소리를 내며 구애를 했고, 또한 수컷들끼리의 대결에서 자신의 큰 체격과 힘을 바탕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어느새 그 암컷은 보스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었고, 마침내 보스가 하는 털고르기를 받아주게 되었다.
이것은 그 암컷이 보스를 친구로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이었고, 보스는 몇 달 후 그 암컷을 통해 서열이 높은 그 암컷 계열의 개코원숭이들과 사귈 수가 있었다.
마침 그 암컷은 새끼를 하나 임신하게 되었는데, 이 기간 동안 암컷은 기존의 남자친구 중에서 자신과 태어날 새끼를 지켜줄 보호자를 구해야 했다.
그때 보스는 자신의 센 힘과 강한 송곳니, 사냥에서의 탁월한 능력으로 여자친구의 믿음을 얻었고, 다른 애인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이렇게 그 암컷의 애인이 되고 집단에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한 보스는, 애인이 새끼의 출산과 양육을 끝낸 후에 그 암컷을 임신시키고 자신의 새끼도 갖게 했다.
그리고 그 암컷의 소개로 그녀의 자매 암컷들도 애인으로 만들 수 있었고, 이들의 아버지, 혹은 친분이 있는 수컷들과 일종의 동맹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보스는 이 집단의 가장 높은 계열에서 지위를 구축할 수 있었고, 몇 차례의 다른 수컷들의 반란을 분쇄하면서 이 집단의 실력자로 부상할 수 있었다.
보스의 방랑벽이 사라진 것도 이즈음이었다.
원래는 한 2-3년 후에 다시 떠나려 했었으나, 이제 150마리가 넘는 큰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었고, 여섯 마리 정도의 암컷을 안정적으로 거느리게 되자 한 곳에 안주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보스는 자신의 희망과는 달리 새로운 여행을 떠나야할 운명이었다.

보스가 인간들을 처음 본 것은 자신이 태어나서 살아온 동부 아프리카 고원의 초원 지대에서였다.
보스가 살아온 많은 지역은 케냐와 탄자니아에 의해 여러 곳의 국립공원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라 인간들의 거주가 제한 받고 있었지만, 보호구역 내에서도 특별히 거주를 인정받고 있는 마사이족의 경우 보스가 자주 볼 수 있는 인간들이었다.
이상한 털과 가죽을 가지고 손에 무서운 것을 든 검은 존재들.
그것이 아직 어렸을 때 보스의 인간에 대한 첫 인상이었다.
이후 커가면서 인간들이 몸에 걸친 것이 옷이란 것도, 그들이 손에 든 것이 무기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가끔 하얀 인간들도 이상한 소리를 내는 물체를 타고 나타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보스가 비로소 본격적으로 인간들과 접하게 된 것은 훨씬 훗날이었다.

그것은 자신이 장악한 집단을 이끌고 새하얀 진흙으로 된 5미터 높이의 개미집들이 곳곳에 서있는 넓은 초원을 지나, 먹을 것이 풍부한 북쪽의 오아시스 지역으로 이동한 이후였다.
보스가 살고있던 마니아라 국립공원의 북쪽에 위치한 이 물과 숲이 풍부한 지역은 그 건너편에 인간들의 마을이 들어서 있는 곳이었다.
자연스레 이곳에서는 동물들과 인간들의 세력권이 중복되었고, 가끔 초원에 사는 사자가 마을 외곽에서 인간들을 정기적으로 잡아먹는 일까지 있었다.
보스의 개코원숭이 집단은 곧 이 지역이 상당히 매력적이란 것을 깨달았는데, 그것은 먹을 것이 풍부하다는 것이었다.

사시사철 푸른 식물들과 열매, 가젤 영양이나 작은 동물 등의 사냥감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농작물과 가축들도 초원의 동물들에게는 좋은 먹이가 되었다.
더구나 영리하고 학습 능력이 뛰어난 원숭이 무리들은 이런 면에서는 탁월했다.
개코원숭이들은 점차 인간들의 행동 패턴도 파악하여, 폭풍이 불때나 낮잠 시간 등 인간들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을 노려 먹이를 습격했다.
그리고 남자들만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후에는 여자들만 있을 때 태연히 밭에 들어가 여자들을 쫓아다니기도 했다.
그렇다고 인간의 암컷들에 대해서 성적인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점차 인간들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가장 위험한 종류인 총을 가진 사냥꾼들의 경우 미리 감지하여 피하곤 했다.
이곳은 보호구역의 경계였지만, 필요한 목적에 의한 제한적인 사냥이 주민들이나 사냥꾼들에게 허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인간들은 사실 계획적으로 개코원숭이들이 농작물을 훔치는 것을 방치하고 있었다.
인간들은 농장에서 키우는 바나나 등을 미끼로 초원에 사는 어리거나 젊은 개코원숭이들을 덫에 잡아 포획하고는 했다.
그리고 이들은 연구목적이나 동물원 등에서 키우기 위해 다른 나라로 떠나야 했다.
보스가 그동안 살아온 동부 아프리카를 떠나 먼 곳으로 떠나게 된 것은 애인인 암컷의 새끼가 인간들의 덫에 잡혔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였다.
그 새끼는 보스가 보호하고 양육하였던 새끼인지라, 마치 예전에 흰갈기와 자신의 관계처럼 친자식과 같은 관계였었다.

보스는 그 새끼를 구하려는 마음에 몇 마리의 수컷들과 함께 인간의 마을 외곽까지 가서 새끼가 잡혀있는 농장으로 접근하였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쇠창살에 갇힌 채 상자 속에 있는 새끼를 발견한 보스는 문을 열 수 있나 확인하기 위해 그곳으로 접근했다.
그때 사냥꾼이 돌아왔고, 용맹했던 보스는 도망치기 보다 날카로운 송곳니로 사냥꾼을 공격했지만, 사냥꾼의 어깨에 깊은 상처만 남긴 채 보스 자신도 뒷다리에 총상을 입고 말았다.
그리고 달려나온 사람들에게 보스는 사로잡혔고, 따라 공격하던 다른 수컷들은 총탄에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보스가 정신을 잃은 것은 사냥꾼들이 쏜 마취총을 맞고 난 이후였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뒷다리가 이상한 것으로 둘둘 말려 있었고, 쇠창살에 갇혀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삶터로 정착을 한 곳이 바로 이 좁고 이상한 곳이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사육사라는 우호적인 인간들이 있는 이곳에서도 보스는 항상 인간에 대한 경계심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이것은 동물원에서 사육되거나 인간의 영향권에서 자란 일부 개코원숭이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만 지금 이 인간의 암컷은 지금까지 봐온 인간들과 상당히 다르기는 했다.
그것은 지금까지 우호적이었든 위협적이었든 인간들이란 항상 개코원숭이들에게 우월한 태도를 지니고 있었던 것에 반하여, 지금 이 인간의 암컷은 오히려 자신들을 두려워했다.
그 점이 보스의 흥미를 끄고 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 이런 연약한 인간..
이 침입자는 어떤 인간일까?
하지만 보스는 일단 이 인간의 암컷을 해치지 않기로 했다.
이곳에서 인간을 해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란 것 정도는 본능적으로 알고있기 때문이었다.
보스는 일단 아래 수컷들에게 침입자에 대한 경계를 받기고, 자신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 지켜보기로 했다.
다른 수컷들도 이제 두려움에 떨고있는 상대에 대해 안심을 한 것 같았다.
더구나 인간의 암컷이었다.
이때 어린 수컷 한 마리가 인간의 암컷에게 다가가 우호의 표시로 털고르기를 시도했다.
가끔 이곳의 개코원숭이들은 우리 안으로 들어오는 사육사들에게 우호의 표시로 머리를 털고르기 해주는 적이 있었고, 사육사들도 이 습성을 잘 알기에 받아주고는 했다.
그렇게 하여 개코원숭이들도 인간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스스로 안심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만약에 이 인간의 암컷이 그동안 이곳의 인간들처럼 우호적인 존재라면 자신들의 털고르기를 받아주리라.

이 짐승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두려워하던 지윤이는 갑자기 한 수컷이 다가와 머리 쪽으로 손을 내밀자 놀라서 질겁하며 몸을 피했다.
"아악..."
지윤이는 조금 전처럼 다시 머리채를 잡혀서 다른 곳으로 끌려가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엉겁결에 그 수컷의 손을 탁 내리치며 몸을 웅크렸다.
"흑.. 무 무서워..."
그러자 그 수컷은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서며 으르릉거리기 시작했다.

다소 안심하고 있던 수컷들의 표정이 일순간에 다시 긴장하였다.
이 침입자가 자신들의 우호를 거부하며 적의를 나타내었다.
역시 우호적인 인간이 아닌 적대자였던가?
하긴 우호적인 사육사가 이 시간에 이렇게 나타나는 것도 경험상 보기 드문 일이었다.
침입자를 적대자로 판단한 수컷들은 다시 위협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좀 덩치가 큰놈이 나서더니 앞장서서 인간의 암컷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바위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보스는 그 순간 저 인간의 암컷을 해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 공격을 중단시키려 하였다.
오늘은 왠지 개코원숭이들이 평소와는 달리 모두들 흥분해 있었다.
보스는 이곳에 온 이후로 개코원숭이들이 인간에게 이렇게까지 공격적이었던 것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공격을 중단시키려 하던 보스는 문득 생각을 바꾸고 그대로 두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공격을 주도하는 한 마리의 수컷 때문이었다.

그 놈은 개코원숭이들 사이에서 '검은코'라고 불리는 수컷이었다.
보스보다 좀 젊은 그 수컷은 보스와 마찬가지로 체격이 좋은 놈으로 이 집단에서 2인자의 위치인 수컷이었다.
검은코는 보스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있던 수컷이었는데, 기존의 우두머리를 배신하고 보스가 권력을 잡는데 가담한 놈이었다.
그러나 이 놈 역시 교활한 놈인지라 보스는 항상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금은 힘으로 자신을 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복종을 하고 있지만, 언제 자신을 배반할지는 몰랐다.
비록 지금은 암컷을 거의 빼앗기고 힘을 잃었지만 기존의 우두머리였던 수컷 역시 이곳에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아프리카 같았으면 다른 집단으로 쫓아버릴 수 있었지만, 사방이 막혀있는 이곳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그렇다고 죽여버리면 사육사들에게 보스 자신이 위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보스는 이전까지와는 달리 자신이 많은 암컷을 차지하면서 다른 수컷들의 힘을 눌러 독재권력을 강화하고 있었다.
물론 적당히 자신의 암컷을 다른 수컷들에게 나눠주며 불만을 다독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한 어린 수컷새끼들은 항상 자신의 영향 하에서 키웠다.
현재 이런 상황 때문에 저 검은코란 놈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는 항상 보스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보스는 지금 그 놈이 하는 모습을 그대로 두고보기로 했다.

여러 마리의 수컷들은 지윤이에게 위협적인 표정과 시뻘건 자지를 드러내 흔드는 행동을 하며 둘러싸고 있다가, 차례차례 다가와서 팔로 지윤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꺄악...!"
그때마다 지윤이는 몸을 웅크리며 피했지만, 어느새 여자아이의 교복은 조금씩 찢겨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 교복은 지윤이가 이미 땅바닥에 여러 번 뒹군 터여서 많이 더렵혀져 있었다.
지윤이의 교복 조끼는 짐승들의 손에 찢겨져 너덜너덜해졌고, 더렵혀진 하얀 교복 블라우스 역시 오른쪽 소매가 어깨까지 찢겨져나갔다.
"하아.. 하 아.. 시 싫어..."
그러자 지윤이는 다급해진 나머지 자신의 구두를 벗어 다가오는 수컷들에게 힘껏 내던졌다.
하지만 이것이 지윤이의 처음이자 마지막의 적극적인 반격이었다.
갑작스런 반격에 놀란 듯 짐승들은 잠시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가, 이내 다시 크르릉거리며 사납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꺼번에 여러 마리가 달려들자 지윤이는 이제 죽는구나 싶었다.
'아... 이제... '
그리고 다시 질끈 두 눈을 꼭 감았다.
하지만 지윤이를 덮쳤던 수컷들은 곧 공격을 멈추고 뒤로 다시 물러났다.
뒤에서 다른 수컷 한 마리가 앞으로 나섰기 때문이었다.

이 놈도 아까 그 우두머리 수컷처럼 덩치가 컸다.
이 수컷은 가까이 다가와 이 인간의 암컷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윤이는 땅바닥에 모로 쓰러져 누워 공포에 질린 채 아무 말로 못하고 그저 가녀리게 떨고만 있었다.
"흑... 흐 흑... "
이미 교복 조끼는 갈가리 찢겨져 저편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교복 치마도 일부 찢겨져 있었다.
교복 블라우스 역시 많이 찢겨져서 그 안쪽의 새하얀 속살과 브래지어가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드러난 어깨와 가슴, 허벅지의 살결에는 조금 생채기가 나서 가늘게 피가 흐르는 곳도 있었다.
그 때문에 온몸이 쓰라렸지만 지윤이는 그 아픔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이 짐승의 수컷이 지윤이의 몸으로 긴 주둥이를 들이밀었기 때문이었다.

검은코는 이 인간의 암컷에 긴 코와 주둥이를 들이대고는 킁킁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흥미가 있는 듯 이 암컷의 몸을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등허리와 다리 등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보다가, 찢겨진 옷 사이로 드러난 젖가슴을 손으로 주무르기도 했다.

"아악...! 아흐흑.. 흐흑.. "
지윤이는 이 수컷이 자신의 젖가슴을 만지자 질겁하여, 다시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 수컷은 지윤이의 허리를 붙잡고는 다시 몸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는 여자아이의 몸에서 암내라도 느꼈는지 찢겨진 교복치마를 들춰보기 시작했다.
"꺄악... 엄마야... 시 싫어.. 제발..."
지윤이는 당황하여 애써 발버둥치며 저항을 했지만, 이 짐승의 수컷은 힘이 무척 세었다.
그리고 사나웠다.
수컷은 반항하는 지윤이를 향해 크르릉거리며 위협했다.
드러난 짐승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달빛에 빛나자, 여자아이는 그만 겁에 질려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지윤이는 다시 자신의 무기력함에 눈물이 나왔다.
"흑... ....... 흐흑.... "
이 수컷은 반항을 멈춘 여자아이를 땅바닥에 뒤집어서 엎어놓았다.
"아...?!"
그러자 지윤이는 혹시 이 짐승의 수컷에게 당할지도 모를 어떤 일이 어렴풋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곧 그런 생각만으로도 몸서리를 치며 머리를 도리질했다.
'아.. 아냐.. 아니야... 그 그런 일은.. 없을 거야... 흐 흑... '
지윤이는 그저 이 짐승의 손에 자신의 몸을 내맡긴 채, 고개도 들지 못하고 오돌오돌 떨고만 있었다.
하지만 곧 이 수컷은 여자아이의 교복치마를 들추고 축축한 코와 주둥이를 그 안으로 들이밀었다.
"헉..!"
다시 짧은 비명이 지윤이의 입에서 흘렀다.

보스는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아까 암컷과의 교미에서 한참 절정에 오르고 있었는데, 난데없는 침입자의 등장으로 그만 중단되고 말았던 것이다.
다시 하고 싶어도 일단 침입자인 저 인간의 암컷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은 힘들었다.
그리고 교미하던 암컷들 모두 위협을 느끼며 새끼들과 함께 저 뒤편으로 피신해 버린 것이다.
때문에 아쉽지만 지금 보스는 쌓인 욕망을 해소할 방법이 없었다.
물론 개코원숭이들도 자위를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도 기분도 아니었다.
사실 오늘 저 만월의 달빛은 많은 동물들을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보스뿐만 아니라 다른 수컷들과 암컷들도 평소와는 다른 강한 욕정을 느끼고는 어찌하지를 못했다.

발정기에 오른 암컷들은 물론이고, 지금 발정기가 아닌 암컷들마저 교미를 하고 싶어서 흥분했던 것이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서 보스는 오늘밤 저 붉은 보름달 아래서 모든 수컷들이 암컷들과 교미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저 침입자 때문에 중단되고 말았다.
지금 수컷들이 평소와는 달리 저 인간 침입자에게 공격적인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 것이다.
해소하지 못한 욕망에 모두들 민감해지고 흥분해 있거나, 아니면 모두 저 붉은 달빛의 기운에 미쳐버린 것이거나..

보스는 다시 검은코가 인간의 암컷에게 하는 모습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그 놈은 이 암컷의 찢겨진 치마를 들쳐 올린 뒤, 엉덩이 밑에 주둥이를 박고 냄새를 맡고 있었다.
인간의 암컷은 그런 그놈의 행동에 아무런 저항도 못한 채, 가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흠칫 떨고는 했다.
저 놈은 인간의 암컷에게 흥미가 있는 것일까?
보스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것은 보스로서는 아직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자신과 종류가 다른 인간에게 성적인 흥미를 가진다는 것은 보스에게는 아직 경험 밖의 일이었다.

보스는 아직 보통의 개코원숭이 수컷들처럼, 그저 발정기가 되어 빨갛게 부풀어오른 암컷들의 탐스러운 엉덩이 외에는 흥미가 없었다.
빨갛게 부풀어오르지 않은 엉덩이에는 아무런 욕정을 느껴지지 않았다.
개코원숭이의 암컷들은 달마다 배란 때가 되면 주기적으로 엉덩이가 부풀어올랐다.
물론 오늘처럼 이상한 욕정을 느끼는 보름달 밤이면 부풀어오른 엉덩이가 아니더라도 품을 수는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저 검은코란 놈은 보통의 수컷들과는 좀 다른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놈은 어릴 적부터 인간들의 영향권 아래에서 자랐고, 이런 곳에 갇혀서 지낸 기간도 길었다.
저런 식으로 자란 동물들은 가끔 자신을 인간들과 동일하게 여긴다는 것을 보스도 여러 번 봐서 알고 있었다.
아마 저 검은코란 놈은 평소부터 인간의 암컷에게 흥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동안 냄새를 맡던 짐승의 수컷이 얇은 팬티에 쌓인 지윤이의 엉덩이를 길게 혀를 내어서 핥기 시작했다.
"아흑..."
지윤이는 자신의 하반신에서 전해져오는 차갑고 축축한 감촉에 흠칫하고 소스라쳤다.
순간 온몸으로 전해지는 전율스런 감각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와 함께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닥치는가 하는 두려움이 뇌리를 스쳤다.
"아...! 안 돼..."
그러나 지윤이는 짐승의 억센 팔에 하반신을 단단히 붙잡혀 아무리 버둥거려도 꼼짝할 수가 없었다.
이제 여자아이의 얇은 분홍색 팬티는 이 수컷의 혀에 의해 젖어들고 있었다.
짐승의 끈적끈적한 침에 의해 젖은 팬티는 지윤이의 엉덩이에 달라붙은 채 그 연한 속살을 달빛 아래 비춰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침은 일부가 밑으로 흘러내려 지윤이의 부끄러운 곳으로 고였다.
"하 아...!"
그 때문에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이 축축한 전율은 지윤이의 공포심과는 별도로 어느새 다리 사이에 다시 샘물이 맺히게 만들고 있었다.

보스는 호기심에 이 모습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코의 행동 때문에 '인간의 암컷이란 어떤 것일까?' 하는 평소에는 없던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그때 검은코가 주둥이를 더 밑으로 깊숙하게 들이밀었다.
때문에 달빛 아래 환히 드러난 지윤이의 엉덩이가 보스의 눈에 확실히 들어왔다.
이미 교복 치마는 양쪽으로 찢겨져 있어 아무 것도 가려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오직 얇은 팬티 한 장에 감싸있는 작고 둥근 엉덩이뿐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보스의 시선을 끌고 말았다.

지윤이의 엉덩이를 감싼 분홍색 팬티는 달빛 아래 멀리서 바라본 보스에게는 마치 발정하여 분홍색으로 부풀어오른 엉덩이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 때문에 보스는 이 인간의 암컷에 대해서 그만 이렇게 오해를 하고 말았다.
저 인간의 암컷도 지금 발정기이구나!
그렇게 생각을 하게되자, 보스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그 인간의 암컷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발정한 둥근 엉덩이는 무척 부드럽고 탐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점차 강한 유혹을 느꼈다.
이제 보스는 저 인간의 암컷에게서 점점 성적인 흥미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윤이는 더욱 깊숙하게 밑으로 파고 들어오는 수컷의 축축한 주둥이를 느끼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젠 그곳으로까지 들어오려나 보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흘러내린 끈적끈적하고 축축한 짐승의 침이 지윤이의 다리 사이에서 수치스럽고 혼란스러운 감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터였다.
그래서 마지막 저항이라고 생각하고 두 다리를 굳게 붙이고 버텨보았다.
'아.. 아.. 제발...'
한편으로는 이 수컷이 무슨 해를 가할지 몰라 두려웠지만, 다리가 열리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런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여자아이는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지윤이의 몸을 밀어붙이는 수컷의 힘이 점점 세어지고, 가녀린 여자아이의 몸은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휘청휘청했다.
이제 교복 블라우스도 갈가리 찢겨져 등허리를 훤히 드러낸 채 어깨 등 일부에만 걸쳐져 있었다.
또한 브래지어도 역시 다 찢어져 탐스러운 젖가슴을 그대로 드러낸 채 너덜거리고 있었다.
"아...."
'어 엄마.. 아빠... 흐 흐흑...'
그리하여 이젠 더 이상 힘들겠다고 지윤이가 느꼈을 때, 갑자기 짐승의 주둥이가 하반신에서 떨어져 나갔다.
"....?"
지윤이는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라 잠시 어리둥절했다.
게다가 자신의 몸을 잡고 있던 짐승의 팔마저 떨어졌다.
'설마.. 안되니까 물러난 걸까..?'
그런 생각에 조심스럽게 지윤이는 몸을 일으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곧 여자아이는 다시 놀라 비명을 흘리고 말았다.
"아악...!"

인간의 암컷의 다리 사이로 깊숙이 주둥이를 밀어 넣으려하던 검은코는 굳게 다리를 붙이고 애써 저항하는 이 암컷에게 짜증이 나고 있었다.
그래서 고개를 쳐들고 위협을 하려고 하는데, 뒤에서 뜻밖의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돌아보니 자신에게 이 암컷의 처분을 맡기고 있던 보스가 어느새 내려와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노려보며 이 인간의 암컷에게서 밀쳐내는 것이었다.
곧 보스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에게서 이 인간의 암컷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검은코는 불만스러웠지만 보스의 위세에 눌려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 암컷을 놓고 보스와 대결을 벌이는 것은 위험천만했다.
결국 아쉬운 듯 입맛만 다시면서 검은코는 꼬리를 내리고 인간의 암컷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근처에서 보스가 그 암컷의 엉덩이를 붙잡는 것을 지켜보았다.

지금까지 있던 수컷은 뒤로 물러나고 다시 그 무서운 우두머리 수컷이 돌아왔다.
지윤이는 아까 이곳으로 끌려올 때의 그 아픈 기억이 되살아났다.
우두머리 수컷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무서운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았다.
때문에 이윽고 이 짐승이 다가와 자신의 허리를 붙잡았지만, 지윤이는 겁에 질려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우두머리 수컷은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떨고만 있는 지윤이의 몸을 붙잡아 다시 바닥에 엎어놓았다.
그리고 지윤이의 찢겨진 교복치마를 등허리 쪽으로 걷어올리고는 엉덩이를 잡고 주둥이를 들이밀었다.

"아.... "
지윤이는 다시 이 우두머리 수컷에게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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