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
현숙은 자꾸만 떠오르는 김현세의 얼굴을 지우려고 마음속으로 강하게 부르짖으며 밖으로 나왔다. 사랑하는 딸 승혜가 돌아 올 시간이었다. 김현세와의 가슴 벅찬 키스 때문인지 몰라도, 남편과의 한낮의 정사에 뺏긴 시간을 보충하려면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장에서 사 온 떡볶이 재료를 거실 구석에 있는 식탁 위에 꺼내 놓고 있는데 승혜가 들어 왔다.
"우리 승혜 오는구나. 많이 춥지, 어서 옷 갈아입고 보람이 불러와. 엄마가 떡볶이 해 줄게."
현숙은 승혜의 언 사과처럼 차가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주고 가방을 받았다.
"알았어. 근데 엄마?"
승혜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안방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돌아서서 현숙이 앉아 있는 식탁으로 왔다.
"왜?"
"종점 슈퍼 아줌마 싸운다. "
"싸워? 영이네 엄마가 싸운다구?"
"응. 이층 할머니하고 막 욕하고 싸워."
"왜 싸운데?"
이층 할머니라면 변호사 아들과, 대학 교수 며느리를 둔 경상도 할머니를 말하는 것이었다.
현숙은 가끔 아들 내외가 방문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바깥출입이 드문 그녀가 영이네 하고 싸울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몰라. 막 이상한 욕하고 싸웠어. 하지만 엄마가 싸움 구경 하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 그래서 나는 보람이하고 그냥 집으로 왔어."
승혜는 나 착하지 하는 얼굴로 현숙을 빤히 쳐다보았다.
"잘했어. 착한 아이는 어른들이 싸우는 거 구경하는 거 아니란다"
"이상하다. 경상도 할머니가 상소리를 하며 싸울 리가 없을 텐데......."
현숙이 보람이를 칭찬 해 주고 하는데 민섭이 화장실에서 가려는 듯 방에서 나오며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머, 아빠 벌써 왔네. 오늘 토요일 아니잖아."
승혜가 민섭에게 반갑다는 얼굴로 달려들었다.
"승혜야. 어서 보람이 데리고 와야지. 아빠 몸이 아파서 일찍 오신 거니까. 귀찮게 하지 말고 빨리 보람이나 데리고 와."
현숙은 파를 다듬으면서 민섭의 얼굴을 살폈다. 골목에서 봤을 때는 환자처럼 보이더니, 지금은 멀쩡해 보였다. 문득 뜨겁게 사랑을 나누느라 감기 기운이 도망갔을 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들면서 귀밑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 공주님 엄마가 떡볶이 해 준다고 했니?"
민섭은 현숙의 말을 한 귀로 흘려 보내고 활짝 웃으며 승혜를 불끈 들어 안았다. 볼에 뽀뽀를 해 주고 바닥에 내려놓으며 양손으로 얼굴을 가볍게 비벼 주었다.
"응. 짜파케티도 해 준다고 했어. 엄마 나 보람이네 집에 갔다 온다. 근데 아빠 많이 아픈 거야.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아빠 병원에 갈 때 나도 따라 가도 되지?"
승혜가 밖으로 뛰어 나가려다 생각났다는 얼굴로 뒤 돌아서서 민섭에게 물었다.
"안 아퍼. 조금 피곤 할 뿐야. 그러니까 아빠 병원에 안 가도 돼."
민섭은 허리를 숙여 승혜의 볼을 톡톡 쳐주며 웃어 주고 나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알았어. 아빠 병원에 안 가면, 나도 병원에 안 갈 꺼야. 엄마 나 보람이네 집에 같다 올께."
"옷은 갈아입고 가야지."
"아냐. 그냥 갈 꺼야. 보람이가 기다릴지도 모르잖아."
"안돼, 친구 집에 가더라도 옷을 단정히 입고 가야지."
"이 옷도 깨끗한데 뭘?"
"엄마 말 잘 들어야 착한 아이라고 아빠가 분명히 말했지."
현숙은 귀찮아하는 승혜를 억지로 이끌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무런 생각 없이 승혜가 옷 갈아입는 것을 도와주다가 문득 내가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들어 멍한 표정으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보람이네 집이라면 김현세가 있는 집이었다. 그 집에 가는 딸에게 옷을 갈아 입힐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딸에게 옷을 갈아 입힐 생각을 했다
는 게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엄마, 이 옷 입어?"
승혜가 내복 차림으로 현숙이 건네주는 멜빵바지를 들고 물었다.
"아.....아냐 그냥 가도 되겠다. ........"
현숙은 그때서야 김현세를 염두에 두고 딸의 옷을 갈아 입히려고 했다는 것을 알았다.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며 멜빵 바지를 도로 받아서 옷걸이에 걸었다.
"치! 엄마 오늘 이상하다. ......."
현숙은 투덜거리는 승혜를 다독거려서 거실로 데리고 나왔다. 민섭이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현숙을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승혜 옷을 갈아 입히려다. ......."
현숙은 민섭의 시선을 피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승혜를 문 밖까지 배웅해 주고 나서 싱크대 앞으로 갔다. 금방이라도 민섭이 자기, 오늘 왜 그래? 하고 물을 것 만 같아서 일부러 수돗물 을 강하게 틀고 부지런을 떨었다.
"작가 선생도 부르지 그래?"
민섭은 감기 몸살 기운이 어느 정도 가신 것 같은 기분 속에 식탁 앞에 앉아서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
"뭐라구요?"
작가 선생이라는 말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듯한 기분 속에 현숙이 반문했다. 작가 선생이라면 김현세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 사람을 초대한다니 그건 말도 안돼는 소리 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전에 키스를 했는가 하면, 젖가슴을 내 맡기고... 나중에는 꽃잎을 지긋이 누르기까지 했던 사람이었다. 아....안돼.......승혜는 가슴이 떨려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작가 선생도 어차피 점심 먹어야 할꺼 아녀? 보람이도 승혜 친구니까. 이 참에 서로 인사
나 하고 지내지 뭐."
"자기 오늘 왜 그래. 어른이 떡볶이 먹으로 오겠어요. 술안주도 아니고......."
현숙은 남편의 얼굴을 바라 볼 수가 없었다. 가슴이 마구 떨려 오는 것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여전히 입안이 바짝 마르는 듯한 긴장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긴....떡볶이 먹으러 오라고 하기가 약간 남살스럽긴 하군."
"자기 이제 괜찮은 거야. 병원에 안 가 봐도 돼는 거예요."
현숙은 남편이 또 김현세 이야기를 꺼낼까 봐, 얼른 화재를 바꾸고 두 귀를 활짝 열었다. 남편이 또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괜찮아. 자기하고 화끈하게 사랑을 했더니 감쪽같이 낳았는걸...우후후 앞으로 감기 몸살 나
면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집으로 와야 갰어."
주말이 아니고 평일이 주는 낯설음 때문일까, 민섭은 오늘 따라 아내 현숙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기만 했다. 더구나 조금 전에 유난히 뜨거웠던 아내의 속살을 생각하니 외음부 쪽이 움찔거리는 우리한 쾌감이 되살아 나는 것 같았다.
"저 웃음소리 좀 봐. 엉큼하고 징그러운 웃음소리가 따로 없네......."
현숙은 식탁 위에 있는 파를 다듬기 위해 마른행주에 손을 닦으며 돌아섰다. 슬쩍 쳐다보는 남편의 얼굴에 만족한 미소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겨우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후후...나도 지하층 작가 선생처럼 글이나 쓸까? 그럼 언제든지 자기하고 하고 싶으면 시간을 가릴 필요가 없잖아."
"자기 오늘 왜.. .자꾸 김선생님을 들먹거리는 거야. 좀 이상한데......"
도둑이 제 발 저린 다는 말이 있다. 현숙은 공연히 신경질을 내며 파를 다듬다 말고 할 일도 없으면서 일어섰다. 남편의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아 있을 수 없어서 였다.
현숙의 비밀을 알리 없는 민섭은 그런 아내가 오늘따라 더 사랑스럽게 보여서 싱글벙글 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어..자기야 말로 왠 과민 반응이야. 남자 혼자 살면서 보람이를 잘도 키운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할 때는 언제고......"
"전화 왔나 봐."
현숙이는 할 말이 없었다. 김현세와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자주 김현세를 칭찬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할 말이 없어서 우물쭈물 거리고 있을 때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구세주가 따로 없는 셈이었다.
"회사에서 왔나?"
민섭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안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현숙은 식탁 앞에 앉아서 파를 다듬기 시작했다. 파를 다듬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느낌 속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남편이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자신을 시험 해 보기 위해 그러는 줄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설마......
그 시간에 남편은 회사에 있었다. 중요한 것은 김현세의 집에서 황급하게 빠져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휴........
현숙은 다듬은 파를 들고 도마 앞으로 가면서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문득 남편 모르게 다른 남자들과 정을 통하는 여자들이 부러운 생각이 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어림도 없다는 생각에서 였다. 다른 여자들은 몰라도 자신만큼은 절대로 그런 일에 휩쓸려 가지 않을 것 같아서 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모처럼 집에서 쉬려고 했는데 그것도 틀렸나 보군.
현숙이 떡볶이를 하려고 후라이 팬을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고 있을 때 민섭이 밖으로 나오면서 투덜거렸다.
"왜? 회사에 나가 봐야 하는 거예요?"
"회사 일 때문이 아냐. 승수한테 전화가 왔는데 중학교 선생하는 기호 어머님이 조금 전에 돌아가셨다는 거야. 지금 병원이래."
"어머, 그 분 지난해 겨울에 뵈었을 때만 해도 정정하시더니..... 어쩜!"
승수나, 기호 모두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형제처럼 지내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현숙은 깜짝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민섭 앞으로 갔다.
"원래 위암을 앓으셨나 봐. 그러다 갑자기 재발이 되서 병원에 입원했더니 이 주일 만에 돌아가셨대."
"그럼 자기 병원부터 들렸다 가 봐요. 지기도 몸이 안 좋잖아."
현숙은 남편 걱정이 앞섰다. 그렇지 않아도 몸이 안 좋아 조퇴한 남편이 영안실에 가서 찬바람이라도 맞게 되면 더 안 좋아 질 것 같아서 였다.
"알았어. 병원에 들렸다가 집에 안 들리고 곧장 그쪽으로 갈게."
"몇 시쯤 올 건데?"
"오늘은 못 들어 올 꺼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기호 어머님인데 밤샘 해줘야지. 새벽에 옷 갈아 입으로나 들어올게."
"안돼요. 그러다 자기부터 병원에 입원하겠다. 그러니까. 대충 눈치 봐서 일찍 들어와요.
네?"
현숙은 걱정스럽게 말하고 나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장롱에서 두툼한 오리털 파카에다 속 내외를 내 놓으며 남편을 바라보았다. 조퇴를 하고 집에 들어 올 때보다는 혈색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아서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만은 내 말대로 오늘 저녁에 들어와. 알았지?"
"나 혼자만 쏙 빠지면 나중에 친구들한테 욕먹는다고.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일찍 들어올게. 근데 보람이 데리러 간 승혜는 왜 안 오는 거야."
민섭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영안실에 가면 내일 새벽에나 빠져 나올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아내의 생각을 다른 곳으로 바꾸기 의해 승혜를 찾았다.
"만화책보고 있겠지 뭐. 김선생 집에 가면 만화책이 널려 있잖아. 승혜 걱정은 하지 말고. 오늘 일찍 들어오는 거다. 자 약속 해."
현숙은 옷을 갈아입고 있는 민섭의 손을 잡아 당겨서 억지로 손가락을 걸었다.
"알았어. 노력 해 볼게."
"고집 피울 때나 피우라고. 몸이 안 좋아서 회사에서 조퇴까지 했으면서 도대체 왜 그래?"
현숙은 슬며시 화가 났다. 몸도 정상이 아니면서 엉뚱한 고집을 피우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했다.
"내 몸 내가 관리해. 자긴 떡볶이 늘어붙는 거나 관리하라고. 내 코 로는 늘어 붙는 게 아니고 타는 것 같은데."
"어머머, 내 정신 좀 봐. 떡볶이 올려놨는데."
현숙은 화들짝 놀라며 밖으로 나왔다.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았던 후라이펜에 있는 떡볶이는 막 늘어붙기 일보 직전이었다. 얼른 물을 부어서 떡볶이를 뒤집고 있는 대 민섭이 밖으로 나왔다.
"같다 올게."
"점심은 먹고 가야지. 거기 가면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길텐데."
민섭은 벌써 신발을 신고 있었다. 현숙은 그런 민섭을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차피 모두 점심 안 먹고 모일텐데. 나 만 점심 먹고 왔다고 할 수 없잖아."
민섭은 그 말을 남겨 놓고 밖으로 나갔다. 현숙은 모처럼 평일날 집에 있는 남편에게 점심도 제대로 챙겨 주지 못한 자신의 무관심을 탓하며 닫힌 문을 한참 동안이나 쳐다봤다. 가슴이 아스라하게 젖어 오는 것을 느끼며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 끝에 창문 앞으로 갔다.
"스.......승혜......"
현숙은 창문을 열고 막 일층 현관문을 빠져 나오는 남편을 부르다가 말꼬리를 흐리고 말았다. 김현세가 종점 슈퍼에서 무엇인가를 사 가지고 오다가 민섭이 있는 쪽으로 슬슬 걸어오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였다.
"안녕 하십니까?"
뻔뻔하기도 하지. 김현세가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이고 남편에게 인사를 하는 게 보였다. 이어서 남편이 골목 밖을 손짓하며 무언가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슬그머니 창문을 닫았다. 그
들의 대화 내용을 들어보지 않아도, 김현세는 낮에 웬일이냐고 물었을 것이고, 남편은 몸이 안 좋아 일찍 들어왔다가 갑자기 초상을 당한 친구가 있어 가는 길이라고 말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왜 하필이면.....거기서......
현숙은 그 동안 남편의 건강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김현세의 얼굴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해서 손놀림이 한없이 더디기만 했다. 그러면..... 안돼, 나는 승혜와 남편이 있잖어. 그 사람은 다혜가 있고.......지우려고 해도 김현세의 감촉이 자꾸 떠올라서 스스로를 꾸짖으며 가스렌지의 불을 껐다.
내일 새벽에나 옷 갈아 입으로 올게.
김현세 생각에 속이 답답한 것 같아서 냉장고에 있는 생수를 먹으려 할 때 였다. 갑자기 남편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김현세 얼굴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려고 노력하는 도중에 남편이 말이 생각난 것은 의식과 반대로 본능은 자꾸 그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일 꺼라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현숙은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승혜와 보람이에게 정성껏 떡볶이와 짜파케티를 맛있게 만들어 주었다. 설거지를 하고 나서 집에 가만히 있으려니도 김현세의 얼굴이 떠올랐다.
안돼......
그녀는 일부러 아래층의 다솔이네 집에 갔다. 거기서 커피를 마시면서 부러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할 때쯤에서야 집으로 왔다.
"승혜야!"
집에 있어야 할 승혜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 짜증이 났다. 보나마나 숙제를 한답시고 보람이네 집에서 만화책을 보고 있거나, 오락을 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혼내 주어야 겠어!
다솔이네 집에 가면서 다른 곳에 가지 말고 보람이와 집에서 동화책을 보면서 놀고 있으라고 했던 말이 떠오르면서 속이 상했다.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보람이네 집에 가서 저녁 먹을 때가 됐는데도 돌아오지 않느냐 하는 점이 짜증스럽기도 했다.
아냐......승혜가 무슨 잘못이 있어.
팔짱을 끼고 거실을 맴돌며 승혜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지 어린 승혜야 잘못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아파 왔다. 이래서 죄를 짓고는 못산다는 말이 있나 봐. 혼자 중얼거리면서 식탁 앞에 앉았다. 벽시계를 봤다. 오늘 따라 시간이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벌써 일곱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창문밖에는 어느 틈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안되겠어.
현숙은 김현세의 얼굴 보기가 민망스러워서 마냥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수 만 없다고 생각했다. 이럴 때 전화번호라도 알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하며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승혜만 데리고 나오면 돼지. 뭐!
지하층까지는 내려오긴 했지만 막상 벨을 누르려니까 김현세의 얼굴이 또 떠올랐다. 붉게 충혈 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던 눈빛이 선명하게 살아 오르는 것 같아서 슬며시 손을 내렸다. 그러다 승혜가 있는데 설마 이상한 생각이야 하려고 하는 생각이 들어 용기 있게 벨을
눌렀다.
"어, 현숙씨!"
문을 열어 준 사람은 예상했던 대로 김현세 였다. 그는 집안이라 그런지 츄리닝 바지에 소매가 짧은 티셔츠 차림이었다.
"우리, 승혜......."
현숙은 자신이 잘못한 건 없으니까 기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목소리가 떨려 나오는 걸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아하! 내 정신 좀 봐라. 우리 보람이하고 하도 맛있게 낮잠을 자길래 저녁때나 깨워 보낸다고 생각했었는데 깜박 잊었군요."
"우리 승혜가 잔다구요. 이놈의 계집애가......"
현숙은 김현세가 보기가 미안해서 승혜에게 짜증을 돌렸다. 졸리면 집에 와서 자든지 하지,남의 집에서 왜 자느냐 하는 점보다는 자신을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서 였다.
"어느 방에 있어요. 보람이 방에 있나요?"
현숙은 김현세에 대한 감정을 추스르며 신발을 벗었다. 거실을 오른편으로 하고 왼편으로는 안방과 목욕탕이 있었고, 보람이의 방은 주방과 벽을 가로로 한 오른쪽에 있었다.
"아뇨. 저 방에 있을 겁니다. "
김현세가 안 방을 가리켰다. 현숙은 김현세가 잠을 자는 안방이라는 생각에 약간 머뭇거리긴 했지만 이내 그쪽으로 갔다.
"없잖아요?"
현숙이 막 안방으로 들어갔을 때 였다. 뒤 따라 오던 김현세가 뒤 따라 와서 방문을 닫았다.
현숙은 김현세의 붉게 타오르는 눈동자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현숙씨........"
"안돼요. 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에 얼마나 후회를 하고 있다구요."
현숙은 김현세가 뭘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남편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문을 열기 위해 문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몸짓이 김현세에게 안겨 드는 꼴이 되고 말았다. 김현세는 그때까지 문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아침처럼 그냥 키스만 허락 해 주십시오. 네?"
김현세의 목소리는 현숙이 보다 더 떨려 나왔다. 그 떨리는 목소리가 현숙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키고 있었다. 지금껏 유일한 남자 였던 남편으로부터 이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구애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김현세의 목소리가 불륜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을비처럼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저.....저 방에 승혜가 있어요. 보람이도 있구요."
현숙은 양팔을 잡고 있는 김현세의 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아 빈약한 핑계를 댔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에는 오지 않을 겁니다. 현숙씨, 제발 키스를 허락해 주십시오.네?"
김현세는 말을 끝내자 마자 현숙을 와락 끌어안고 벽쪽으로 밀고 갔다.
"아.......안돼요."
현숙은 도리질을 치면서 김현세의 가슴을 두들겼다. 그러나 승혜나 보람이가 들을까 봐 그녀의 목소리는 모기 만한 목소리에 불과 했다.
"으.....읍!"
두 번째 키스는 아침 보다 더 강렬하게 포문을 열었다. 현숙은 김현세가 머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하고 입술로 짓누르는 순간 온 몸의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아.......스.....승혜야.
김현세는 이빨을 악물고 있는 현숙의 입술 사이로 혀를 집어넣고 상류로 기어올라가는 연어처럼 버둥거렸다. 그럴수록 현숙은 사랑하는 딸 승혜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그의 입술을 피
하려고 몸을 비틀었다.
"사......사랑해요. 현숙씨......."
김현세가 숨찬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더 이상 키스하기를 포기하는 가 했더니 현숙의 귀쪽으로 혀를 가져갔다. 아! 현숙은 김현세의 불같이 뜨거운 혀가 귓속으로 파고드는 순간 온 몸
이 녹아드는 전율을 느끼며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헙!"
기다렸다는 듯이 김현세의 혀가 재빠르게 입속으로 파고들었다. 현숙은 김현세가 강렬하게 혀를 빨아들이는 순간 턱을 치켜올리며 숨 가쁜 신음 소리를 토해 냈다.
이....이러면 안돼.
현숙의 머리 속에서는 빨리 김현세의 품을 벗어나야 한다고 울부짖고 있었으나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김현세의 혀가 성난 숫사자 처럼 거칠게 구는가 했더니 어느 순간 부드럽고 감미롭게 눈썹을 애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제......제발 김 선생님!"
현숙은 온 몸이 후드득 떨려 오는 것을 느끼며 김현세를 밀어냈다. 그러나 그 팔은 이미 제 기능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오히려 김현세로 하여금 더 강하게 자신을 포옹해 달라는 자극적인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나...나도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숙씨만 생각하면 통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
김현세는 열병 환자처럼 중얼거리며 현숙의 허리를 힘껏 껴 않았다. 아! 현숙은 김현세의 강한 힘에 가슴이 터져 나갈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며 입을 활짝 벌렸다. 그 안으로 김현세의 혀가 다시 들어왔다. 그녀는 입을 다물고 그의 혀를 받아 주지 않으려고 밖으로 내 밀었다.
"으......읍.....읍!"
현숙의 입안에서 두 개의 혀가 밀고, 밀려 나가지 않으려고 몸싸움을 벌리는 사이에 김현세의 심벌이 벌떡 일어섰다. 심벌은 츄리닝 속에서 표호하는 맹수처럼 우리 속을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을 쳤다.
"이......이러면 안돼요."
현숙은 어느 틈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있다는 것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김현세가 계속 입술로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하체로부터 우리한 쾌감이 밀려오는가 했더니 그의 심벌이 꽃잎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머!"
현숙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깨를 위로 치켜올렸다. 스커트 위로 꽃잎을 짓누르고 있는 김현세의 심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게 오히려 김현세의 심벌을 더 자극적으로 받아 드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조금 후 였다. 심벌이 꽃잎 밑으로 흘러내리긴 했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회음부 쪽으로 깊게 들어와 버렸기 때문이다.
"하.....학........아........안돼요."
현숙은 가랑이 사이의 회음부를 묵직하게 짓누르고 있는 심벌 때문에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다리를 움직였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더 미쳐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였다. 김현세의 손이 스커트 속에 들어가 있던 블라우스를 끌어올리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도 이때 였다.
"제발!"
현숙은 가랑이 사이에 들어 가 있는 심벌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느라 블라우스가 치켜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러던 어느 순간 땀으로 미끈거리는 젖가슴의 맨살에 와 닿는 감촉을 느끼고 두 눈을 동그랗게 치켜 떴다.
"허......헉!"
현숙이 뒤늦게 상황을 인식하게 형광 불빛에 하얗게 빛나는 젖가슴을 내려다 볼 때는 이미 김현세의 고개가 숙여지고 있을 때 였다.
아..........으......음.
김현세의 입술이 젖꼭지를 입에 무는 순간 현숙은 턱을 힘껏 치켜올리고 그의 어깨를 밀어내려고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어깨를 밀어내려고 힘을 쓰면 쓸수록 꽃잎으로부터 우리하게 밀려오는 쾌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헉.....헉!......헉!"
김현세는 두 팔로 현숙의 허리를 으스러져라 힘주어 껴안았다. 그 탓에 가슴이 답답한 현숙은 까치발을 띤 자세로 그의 어깨를 밀어내고 있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 틈을 이용해서 김현세는 젖꼭지를 마음껏 흡입하고 있었다.
여.....여보!
남편 민섭의 얼굴이 떠 오른 것은 지극히 짧은 찰나의 시간에 불과 했다. 김현세가 젖꼭지를 애무하는 한편 다른 젖가슴 의 계곡을 혀로 핥아 가면서 점점 위로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으....음.......읍!
현숙은 김현세가 고개를 천장으로 비스듬히 치켜올리고 아래턱을 애무하는 감촉에 어깨를 밀어 대던 팔의 힘이 천천히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헉!.....헉!"
"아......안돼요."
그때 였다. 김현세가 갑자기 심벌을 뒤로 빼는가 했더니 그녀의 꽃잎 위로 박치기를 시도했다. 현숙은 심벌이 꽃잎을 쿡 찌르는 쾌감에 자기도 모르게 김현세의 어깨를 껴 않았다. 그
러나 이내 이러면 안된다고 팔을 내렸다.
"학!....학!.....헉"
김현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꽃잎 중앙을 짓누르고 있는 심벌에 힘을 주고 엉덩이를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현숙은 더 이상 그를 밀어 낼 힘이 없었다. 입안이 바짝 마르는 듯한 갈증 입을 벌리고 거친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아.......헉!.......헉!
그건 목마른 갈증이었다. 두 개의 헝겁조각만 사이를 가로막지 않았다면 무언가 속이 시원해 질 정도로 갈증을 면해 줄 그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억지로 참아야 하는 갈증이었다.
"현숙씨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
"하.....학! 나......나는 아니에요."
현숙은 더 이상 반항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김현세를 껴안는 것도 아니었다. 두 팔을 축 늘어트린 체 그가 젖꼭지를 빨면 빠는 대로, 키스를 하면 하는 대로 내 버려두면서 꽃잎에 집중적으로 몰려들고 있는 쾌감을 참아 내느라 들판을 달려가는 암소처럼 씩씩거렸다.
"아........거긴!"
흥분의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현숙은 김현세에게 몸을 내맡긴 체 흐느적거리고 있다가 다시 눈을 번쩍 떴다. 꽃잎을 짓누르고 있던 압박이 사라지는 가 했더니 김현세의 손
이 팬티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였다.
나.....나 몰라!
현숙은 김현세의 손가락이 들어와 있는 꽃잎이 어느 틈에 흥건하게 젖어 있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아차리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를 더 황당스럽게 만드는 것은 그의 손이 꽃잎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을 때는, 자기도 모르게 한쪽 다리를 들어주어 좀더 그가 편하게 꽃잎을 만질 수 도와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나서 였다.
"허....헉!"
현숙은 턱을 한껏 치켜 올린 체 꽃잎 속에 들어가 있는 김현세의 손가락을 빼려고 그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자연스럽게 한 쪽 발은 들고 있는 상태가 되어 버렸고 팬티는 엉덩이에 걸쳐 있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더....더 이상 참을 수가 없군요. 요...용서하십시오."
김현세의 떨리는 목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가 했더니 꽃잎에 들어가 있던 손이 쓱 빠져 나왔다. 그 대신 팬티가 허벅지 밑으로 벗겨져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제발, 거긴 정말 안돼요."
현숙은 허리를 숙이고 팬티를 끄집어올리려고 했다. 그때 였다. 김현세가 얼른 츄리닝을 내리고 우뚝 서 있는 심벌을 끄집어냈다.
"헉!"
김현세의 시커먼 심벌이 눈앞에 와 있다는 것을 안 현숙은 다시 허리를 펴고 고개를 돌렸다. 순간 김현세의 혀가 귀에 와 닿았다. 아..현숙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스커트가 배꼽 위로 치켜올려지는 가 했더니 팬티가 발목 밑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허....헉!"
현숙은 김현세의 거대한 심벌이 꽃잎을 짓누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그의 어깨를 힘주어 껴 않았다. 아..나..난 몰라, 현숙은 이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흥건하게 젖어 있는 꽃잎 속으로 김현세의 심벌이 밀려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학!"
현숙은 김현세가 허리를 구부리는 가 했더니 양손으로 엉덩이를 움켜쥐고 자기 쪽으로 힘껏 치켜올리는 순간, 그의 심벌이 꽃잎 깊숙이 와 닿는 것을 느꼈다. 처음 이었다. 꽃잎을 이렇게 완벽하게 채울 수 있는 심벌이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 였다.
"처.....천천히!"
김현세가 엉덩이를 흔들어 되기 시작할 때 였다. 현숙은 그의 목을 껴 않고 부르르 떨다 못해 김현세의 입술을 더듬었다. 짧고도 무거운 키스가 끝난 다음에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꽃잎을 자극하는 심벌이 너무 쉽게 사정을 해 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일어나서 였다.
"사....사랑해."
"아....아무 말 하지 말아요."
현숙은 지금 이 순간에는 오직 섹스에만 열중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김현세의 심벌이 힘있게 들어왔다. 물러 나는 순간에는 부르르 떨다가 다시, 그것을 맞아 드릴 준비를 할 때는 초조와 긴장으로 몸을 떨었다.
"하지만 현숙씬 내 이상적인 여인이었습니다. "
김현세는 서서 삽입을 하기가 불편하다고 생각했는지 현숙을 방바닥으로 쓰러 트렸다.
"헉!.....헉!"
아....현숙은 방바닥에 누워서야 비로소 완벽한 삽입이 이루어 졌다는 것을 알고 무릎을 세웠다. 그 사이에서 김현세가 쉬지 않고 방아를 찧기 시작했다. 현숙은 순간, 순간마다 감당할
수 없는 전율로 이어지는 숨가쁜 쾌감에 엉덩이를 위로 치켜올리는가 하면, 둥그렇게 원을 그리기도 하는 둥, 김현세를 적극적으로 받아 들였다.
학!...학.....학!
김현세는 혼자 살고 있어서 그런지 엄청난 힘을 소유하고 있었다. 지칠 것 같으면서도 금방 왕성하게 공격을 해 왔다. 그럴 때마다 현숙은 자지러드는 듯한 신음 소리를 토해 내며 그의 등에 손톱자국을 냈다.
"으......으.....헉!"
현숙은 김현세의 이마에서 떨어지는 땀방울이 입안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허리를 일으켜 세우며 그의 어깨를 힘주어 안았다. 이어서 헉 거리는 신음 소리를 내며 힘껏 하체를 흔들다가 축 늘어지고 말았다. 오즈가즘에 도달해 버렸기 때문이다.
"허....헉!"
어느 순간 김현세도 푹 무너지는 가 했더니 부르르 떨었다. 아....안돼! 현숙은 김현세가 자기 안에 사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를 밀어내려고 팔을 들다가 스르르 내리고 말았다. 생각 같아서는 그를 밀어내고 싶지만 수만 마리의 나비 때가 날아다니고 다니는 듯한 나른한 쾌감에 젖어 버려서 였다.
"미안합니다. 이러고 싶지는 않았는데......."
한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현숙은 눈을 감고 있었다. 나른하게 젖어 오고 있던 쾌감이 슬며시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때었다. 김현세가 목이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 잘못이지.....
현숙은 김현세를 탓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것은 자신이 허점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 언젠가 커피 잔을 사이에 두고 그가 뜨거운 눈짓을 보내며 손을 잡아 올 때부터 거부를 하지 못한 것이 자신의 실수 였기 때문이다.
"가겠어요."
현숙은 온 몸의 힘이 다 빠져나간 것 같은 기분 속에 일어나 앉았다. 벽 앞에 내팽개쳐 져 있는 팬티가 시야에 사로잡히는 순간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며시 팬티를 끌어다 돌아앉아서 껴입었다.
이런.
팬티를 위로 끌어올리는 순간이었다. 팬티를 촉촉하게 적시는 감촉에 자신도 모르게 꽃잎 부분을 문질러 보았다. 김현세의 정액으로 느껴지는 물컹한 그 무엇을 느끼는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잠깐만요."
김현세는 그때까지 바지를 벗고 있는 상태였다. 현숙을 그토록 혼란스럽게 만들던 심벌도 이성을 되찾았는지 축 늘어진 자세로 가랑이 사이에서 얌전히 누워 있었다. 그런 자세로 김현세가 벌떡 일어서며 현숙의 어깨를 끌어 당겼다.
"다음에 이야기해요."
현숙은 욕망의 잔재가 물러난 다음이어서 그런지 냉정을 되찾은 뒤 였다. 그래서 인지 목소리가 비교적 차분하게 흘러 나왔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가 아직도 김현세가 바지를 입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얼른 고개를 되돌렸다.
"지금 이야기해야 됩니다. "
김현세가 상체를 현숙 앞으로 옮기면서 그녀의 얼굴을 돌렸다. 현숙은 무방비 상태에서 자기도 모르게 김현세의 코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순간 김현세가 입술을 덮쳐 왔다.
"헙!"
현숙은 처음처럼 거칠게 반항을 하지 않았다. 단순히 그의 어깨에 손을 얹는 것에 불과한 상태에서 김현세의 혀를 받았다. 김현세는 언제 내가 축 늘어졌었나 하는 듯이 열광적으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아!.......
현숙은 또 다시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것을 알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이번에 또 다시 김현세에게 빠져들면, 영영 빠져 나오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이미 그에게 몸을 내 맡겼던 경험 때문인지 의식과 다르게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자.....자꾸 이러지 마세요."
현숙은 숨이 차도록 키스를 한 김현세가 입술을 떼는 순간 고개를 꺾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미안해요. 이대로 보내면 영원히 못 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김현세가 현숙의 상체를 끌어 당겼다. 현숙은 덩치만 컸지 힘없는 아이처럼 그의 품안에 안겨 들었다. 김현세는 더 이상 키스를 하려 들지 않았다. 블라우스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젖가슴을 만지려 들지도 않았다. 늦가을 홀로 자작나무 숲을 거닐고 있는 것처럼 고독한 가 하면, 밤바다를 보고 있는 듯한 절망스러운 모습으로 현숙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현숙은 고개를 숙였다. 김현세는 길게 한숨을 내 쉬며 현숙을 끌어안았다. 김현세의 팔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현숙은 몸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품안에서 빠져
나오려고 몸을 꿈틀 거렸다.
"잠깐만 이대로 있어 줘요."
현숙은 김현세의 말에 꿈틀거리기를 멈추고 고개를 숙이고 눈썹을 내려 깔았다. 그때 였다.
김현세가 현숙의 손을 끌어당기는 가 했더니 자신의 심벌을 쥐게 했다.
안돼!
현숙은 깜짝 놀라며 무심코 심벌을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러나 이내 심벌을 부여잡고 말았다. 김현세가 팔을 끌어다 다시 심벌을 쥐게 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심벌을 쥐는 순간, 그것은 바람을 넣는 고무풍선처럼 무서운 속도로 팽창되기 시작했다.
아......안돼.
현숙은 심벌을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석에 늘어붙은 쇠붙이처럼 도저히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을 때 였다. 김현세의 팔에 힘이 들어가면서 옆으로 눕고 말았다.
"자꾸 이러면 고.......곤란해져요."
현숙은 김현세의 품안에 안겨 있다 개미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나 그건 단순한 몸짓에 불과 하고 말았다. 김현세가 스커트를 끌어올리는 가 했더니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이......이를 어째.
꽃잎은 정액과 애액에 범벅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무엇 보다 얇은 면 팬티가 물걸레처럼 젖어 있다는 것을 떠올리는 순간 너무 부끄러워서 입이 떨어져 주질 않았다.
"우리 앞으로 자주 만날 수 있는 거죠?"
김현세의 목소리는 푹 주저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이 현숙에게는 천둥우뢰와 같은 목소리로 들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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