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희정이가 내 가슴에 자리잡아 가면서 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하고 있었다, 재잘거리는 희정이의 모습은 항상 나를 환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전염병처럼 주위를 환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수혁씨, 저번에 엘루이 호텔에서 만났던 친구들 기억해?'
'응,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왜?'
'내일 함께 만났으면 해서 수혁씨 생각은 어때?'
'너만 좋으면 나는 상관없어'
'피~그런말이 어디있어? 수혁씨도 좋아야지'
'희정이 친구들인데 당연히 좋지 하하하'
'그럼, 내일 친구들하고 함께 만나는거다?'
'그래, 그런데 나이트는 안가는걸로 하구'
'뭐? 안돼, 얼마만에 잡은 날인데 내일 걔들 남친들도 올지 모른단 말야'
'알았어, 하지만 나한테 너무 많은걸 바라지는마 알았지? 나 몸치라는거 알지?'
'아무튼 겁부터 먹고 알았어 함께 놀자구 그러기만 해봐라'
그렇게 말하는 희정이가 재미있었다. 그러면서도 내일이 두려워졌다. 사람들이 많은곳은 웬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그런곳에 사람이 붐빌거라는것은 불을 보듯 뻔한거였다. 하지만 희정이가 좋아한다면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우리는 그렇게 저물어 가는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수혁씨, 우리집에는 언제 올거야?'
'글쎄, 내가 당당하게 너희 부모님앞에 설수 있을때 까지만 참아줘, 알았지?'
'수혁씨, 나 졸업하고 연수원 끝나면 수혁씨랑 결혼하고 싶어'
'뭐? 너 나이가 몇살이라고 벌써 그런 생각을 해?'
'내 나이가 뭐? 여자나이 24살이면 빠른것도 아니지 뭐'
'나는 아직 학생인데 어떻게 그러냐, 참는김에 조금만 참아 알았지? 학교졸업할때까지만 부탁해'
희정이와 나는 어느새 결혼을 얘기하고 있었다. 만난지 이제 불과 2달이 조금 넘은 상태였는데 너무도 쉽게 결혼이라는걸 받아들이고 있었다.
무엇이 두렵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희정이는 조금 다른것 같았다. 만나면서 희정이는 아빠얘기를 자주했다. 그리고 그리워 한다는걸 쉽사리 알수 있었고. 희정이의 결혼 아니 남편은 남편이면서 아버지같은 울타리로 생각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희정이가 결혼에 대해서 얘기하는게 부담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았는지도 몰랐다.
부담스러웠다면 설득하기보다는 도망치고 회피하기 바빴을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다른남자한테 안가고 잘 버틸지 몰라 호호호, 나 같은 여자를 주위 남자들이 가만히 두겠어? 호호호'
문득 은하 생각이 났다. 은하도 다른 남자를 만나면서 나를 떠났다. 하지만 다시 돌아올려고 했지만 결국은 영원히 돌아올수 없는길로 떠나버린것이다.
'희정아, 오해 하지말구 들어'
'무슨 말인데?'
'너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거 나쁘지 않게 생각해, 물론 기분이 좋을수는 없겠지만, 나외에 다른 남자들을 만나봐야, 정말로 너의 선택이 옳았는지도 알수 있을거 아냐?'
'그게 무슨 말이야? 쉽게 설명해줘, 내가 머리가 나쁜가 잘 못알아 듣겠는데'
희정이는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은하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완벽한 남자가 아니기 때문에 나보다 더 좋은 남자를 만날수도 있다는 말이야, 너에게 더 어울리고 내말 이해 못하겠어?'
'그래, 그럴수 있어,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나는 지금 수혁씨에게 만족하고 있고. 더 큰 만족도 필요없어. 그러니까 다시는 그런말 하지마'
'희정아 너 기분 나쁘라고 한 말 아니야'
'그래 알아, 하지만 기분이 나빠, 혹시 수혁씨가 나에게 못마땅한거 있어?'
'그런게 아니라는거 잘 알잖아'
'수혁씨는 지금 나보다 더 낳은 더 괜찮은 여자가 나타나면 그 여자에게 갈거야?'
순간 나는 당황스러웠다. 똑같은 얘기를 희정이에게 했다는걸 느낀것이다.
'아니, 절대로, 미안해 그렇게까지는 생각을 못했다. 나는 단지 너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을 뿐인데, 너 말을 듣고 보니까 내가 실수한거 같다. 미안해'
'수혁씨, 나는 다 필요없어, 지금처럼 내 옆에만 수혁씨가 있어준다면 더 바라지 않아, 그러니까 다시는 그런말 하지마 알았지?'
'그래, 알았어'
무엇이 희정이에게 저런 확신을 갖게 했는지 알수가 없었다. 희정이는 나에게 무엇인가를 바란적이 없었다.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처음 만났을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를 힘들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그녀의 배려에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다.
나와 희정이는 나란히 걷고 있었다. 희정이는 내 발과 자신의 발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사랑스럽다.
'그렇게 하면 더 좋아?'
'몰라, 그냥 수혁씨랑 똑 같이 걷고 싶고, 함께 같은곳을 향해서 걷고 싶은 그런 심정으로 그러는거야'
'너는 내가 왜 그렇게 좋은건데?'
'뭐? 나 수혁씨 안좋아하는데?'
희정이가 갑자기 정색을 하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놀란표정으로 희정이를 쳐다보았다.
'그럼?'
'사랑해, 호호호'
그리고는 저만치 앞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말하고선 창피했는지 그렇게 달려갔다. 그녀에게선 항상 방울소리가 들리는것 같았다. 내 입가에는 그녀의 사랑을 받은 기분좋은 미소가 매달리고 있었다.
어느덧 우리는 그녀의 집앞에 도착해 있었다. 희정이와의 데이트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들게 하지만, 항상 우리는 그때 헤어진다.
그것은 두사람이 합의를 한것은 아니지만, 두사람이 동시에 느끼는것인지도 모른다. 아쉬움이 많을수록 다음에 만날시간이 기다려질거라는 생각........
'잘자, 나는 이만 갈게'
'응, 조심해서 가, 그리고 내꿈꿔'
'그래, 이불 잘 덮고 자, 감기걸리지 않게'
'그래, 알았어. 내가 조금후에 찾아갈께'
'뭐? 어디를?'
'어디긴 수혁씨 한테지'
'어떻게 와'
'기다려보면 꿈속에서 내가 찾아갈거야 호호호'
나는 그러는 희정의 볼을 살짝 잡아본다. 탄력있는 희정이의 볼이 손에 느껴진다. 그리곤 나는 돌아서 차 있는곳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자 꽤 시간이 지나 있었다. 엄마는 그때까지도 주무시지 않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안잤어?'
'아들이 아직 안들어왔는데 어떻게 벌써자'
'미안해, 다음부터는 일찍 다닐께'
'괜찮아, 오늘도 희정이 만났니?'
'응, 아참 내일은 많이 늦을건데 어쩌면 집에 못올수도 있구'
'아침에 아빠한테 말할께, 될수 있으면 외박은 하지마, 알았지?'
'응, 알았어. 올라가서 잘께'
'그래, 엄마도 이제 자야겠다. 잘자거라'
'응, 엄마도 잘자'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나는 방으로 올라왔다. 다음날 희정이는 아침부터 집으로 찾아왔다.
'어머, 어서와라, 자주좀 오지'
'죄송해요, 어머니 자주올께요.'
'아니 이게 누구야, 오랜만이예요, 아가씨 허허허'
'어머, 아버님두 아직 출근전이시군요. 안녕하셨어요?'
'그래, 그런데 이렇게 아침부터 수혁이가 보고 싶어서 달려온거야? 허허허'
'아니 그런게 아니라, 빨리 올일이 있어서요.'
'그런데 아침은 먹었어?'
'아니요, 어머님이 주실줄 알구 호호'
'그래, 그럼 올라가서 수혁이 깨워서 내려와라 함께 먹자'
'아직도 안일어났단 말이예요?'
'그러게 어제 늦게 잤는지 아직 안일어난다.'
'그럼 놀다가 가거라. 나는 이만 출근한다, 허허허'
'네, 안녕히 다녀오세요. 나중에 또 찾아뵐께요'
'그래, 여보 다녀올께'
'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아참, 저녁에 회사로 나와 저녁먹게, 명환이네 하고 함께 먹기로 했어'
'알았어요, 몇시까지 가면되요?'
'응, 6시까지 와'
'알았어요'
아빠는 출근을 하고 희정이는 내방으로 올라왔다. 나는 침대에 누워서 잠에 빠져 있었다. 희정이가 방으로 들어왔다.
'뭐야, 아직도 자는거야? 잠꾸러기'
'어? 내가 꿈꾸는건가? 아침부터 희정이가 보이네'
'꿈은 무슨 지금 몇신데 아직도 꿈타령이셔~~~얼른 일어나'
그러면서 이불을 잡아 당겼다. 팬티만 입고 있는 내 모습을 본 희정이는 얼른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하하하'
'웃지말구 빨리 옷입어, 뭐야 훌러덩 다 벗구'
'꿈속에서 희정이가 찾아온다구 그래서 준비하고 있었지 하하하'
나는 잘 하지 않는 농담을 하고 있었다.
'얼른 입어 밥먹으러 내려오랬어.'
그리고 희정이는 방에서 나갔다. 알몸도 몇번이고 본 사이지만 아직도 내 몸을 보는것이 창피한 모양이다.
나는 그렇게 나가는 희정이를 보고 입에 웃음을 걸면서 옷을 입었다. 그리고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와서 앉아 밥먹게'
엄마는 희정이와 상을 차리고 있으면서 내려오는 나를 보고 그렇게 말했다. 희정이도 이것저것 반찬들을 식탁에 올려놓으면서 나를 보고 웃었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모두 바빴다. 엄마는 저녁에 아빠와 약속때문에 바빴고, 희정이와 나도 외출준비로 바빴다.
'아니, 이거 입어봐'
'그냥 대충 입으면되지 나참'
'아이, 안된단 말야 아니 이게 더 잘 어울리나? 이거 입어봐'
희정이는 내 옷장을 열고는 이것저것으로 내몸에 대보면서 옷을 고르고 있었다. 조금은 피곤했지만 희정이가 하는데로 내버려두었다.
'아니, 니들 뭐하니?'
엄마가 방으로 들어오시면서 침대에 널부러진 옷들을 보면서 엄마가 말했다.
'우리 희정이 친구들 만나기루 했는데 저렇게 난리법석을 떠네'
'호호호 그래? 희정아 우리 아들 멋있게 만들어서 데려가라 호호호'
'네 어머니'
그러면서 희정이는 옷을 맞춰보는데 정신이 없었다.
'수혁아. 엄마 미용실도 다녀올께, 언제 나갈거야?'
'우리도 옷입구 바로 나갈거야'
'그래, 그럼 재밌게 놀다가 와, 용돈은 있어?'
'응, 있어 그리고 카드도 있잖아'
'그래, 그럼 재밌게 놀아 못들어오면 엄마 헨드폰으로 전화하구 알았지?'
'응, 알았어'
엄마는 희정이를 보면서 다시 웃었고. 그리고 내 방을 나가셨다. 희정이는 엄마에게 인사를 하는것도 잊은채 내 옷을 고르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아이,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입어'
'그래, 알았어 이제 바꾸자는 말 하지마 알았지?'
'그래 알았어 어서 입어 시간없어'
'뭐하는데 시간이 없어? 아직 시간 넉넉한데'
'아이, 미용실도 가야 한단 말야'
급히 서두르는 희정이 때문에 나까지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러는 희정이를 탓하고 싶지 않았다. 희정이와 처음으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이브. 아마도 희정이 나름데로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득 희정이에게 선물도 준비못한 나를 발견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미안해지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나는 희정이를 마음깊숙히 사랑하고 있지 않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빠는 항상 이런날엔 엄마에게 선물을 준비했었다. 한아름의 꽃다발과 반지내지는 목걸이등 한가지씩 선물을 했던걸루 기억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지금껏 살았는데 정작 나는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여자에게 그런 선물도 준비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그런 생각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던것이다. 이제라도 그것을 기억해 낸것이 여간 다행스럽지 않았다. 우리는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희정이가 다니는 미용실이 압구정동에 있었다.
이브가 주는 의미가 자못 크게 느껴지고 있었다. 미용실은 인산인해라는 표현이 맞을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 여자손님이었고, 간혹 여자친구를 따라온 남자들이 쇼파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기도 했다.
'희정아, 잠깐 혼자 있어, 나 잠시 나갔다 올께'
'아이, 혼자 심심하단말야, 어디갈려구?'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잠시만 밖에 있다가 올께'
나는 희정이의 선물을 사기위해 나갈려구 했지만, 그것에 대해서 희정이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빨리들어와 알았지?'
'응, 알았어'
그리고 나는 갤러리아 백화점으로 향했다. 멀지 않은거리라서 걸어갔다.
'수혁아'
'안녕하세요, 지수이모'
'그래, 오랜만이다. 여긴 웬일이야?'
'네, 뭐 살게 있어서요. 이모는 웬일이세요?'
'응, 누구좀 만날려구 그런데 왜 놀러 안오니?'
'시간이 없어서요. 죄송해요.'
'죄송하긴 나중에 시간나면 꼭 놀러와 알았지? 아니다, 너 전화번호 가르쳐줘봐, 이모가 전화할께'
나는 망설여졌지만 딱히 거부할 방법이 없었다. 나는 지수이모에게 내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지수이모는 바쁜걸음으로 약속장소가 있는곳으로 걸어갔다. 나도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금속품 매장을 찾았다.
'저기 아가씨에게 선물할려구 하는데 어울릴만한 목걸이 있을까요?'
'애인에게 선물 하실려나봐요, 호호 이런건 어때요? 새로나온건데 요즘 이런 디자인 많이 찾거든요.'
'네, 괜찮군요. 그런데 너무 화려하군요. 조금 수수한 스타일로 보여주시겠어요?'
'네, 그럼 이건 어떠세요?'
아가씨가 권하는 목걸이는 금색줄에 십자기 메달이 달려 있는 목걸이였다. 메달가운데 다섯개의 큐빅이 박혀있었는데 귀엽게 보였다.
그리고 이 목걸이가 희정이 목에 걸리면 어떤 분위기일까 생각을 했다, 매우 잘 어울릴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네 좋군요. 가격이 어떻게 되나요?'
'네, 36만원입니다.'
'네, 카드 되줘?'
'네, 그럼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내가 카드를 건네주자 그 아가씨는 카드를 들고 한쪽으로 갔다. 그리고 잠시후에 카드전표를 가지고 나에게 왔다. 나는 싸인을 하고 이쁘게 포장된 목걸이 케이스를 가지고 희정이가 있는 미용실로 갔다. 여전히 사람들은 많았다.
'어디갔다 이제오는거야?'
'응, 엄마친구를 만나서 인사하느라구, 언제 머리하는거야?'
'몰라, 기다리면 내 차례오겠지뭐'
'응'
'수혁씨는 머리 안해두 되나?'
'응, 1주일전에 했는데 뭐'
'응, 오래걸리지 않을거야, 기다리기 지루하지?'
'괜찮아, 여자들 머리하면 오래걸린다구 하던데?'
'나는 그냥 손질만 잠깐할거야 그러니까 금방 끝날거야'
'그래, 어디 선보러 가는것 같다, 하하하'
'그런가? 호호호'
그리고 잠시후에 희정이 차례가 되었고, 희정이의 머리가 웨이브로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 머리손질이 끝나고 본 희정이 모습은 정말 이뻤다.
'나, 어때?'
'이뻐'
'피, 뭐야 별루 마음에 안들어?'
'아니야, 정말루 이뻐'
'그래? 아무튼 말재주는 약에 쓸려구 해도 없다니까, 어서 나가 나 배고파'
그렇게 희정이와 나는 미용실을 나왔다. 그리고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식사를 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자 우리는 후식으로 커피를 시켰다.
'수혁씨, 눈 감아봐'
'왜?'
'빨리 감아봐'
나는 희정이를 쳐다보다가 눈을 감았다.
'이제 눈 떠도 돼 호호'
눈을 뜨자 테이블 위에 예쁜 포장이 되어 있는 조그만 상자가 놓여 있었다.
'이게 뭐야?'
'풀어봐, 선물이야 호호'
나는 포장을 풀었다. 포장지가 찢어질까봐 조심스럽게 풀고 있었다. 희정이가 준비한것에 흠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스카치 테이프는 지금씩 흠집을 만들면서 떨어져나갔다. 조금은 못마땅한 생각이 들었지만 중요한 일은 아니였다. 포장지를 뜯고 케이스를 열었다.
안에는 남녀쌍으로 보이는 이쁜 모양의 커플링이 들어있었다. 몇일전에 희정이가 실로 내 손가락을 둘러보던 생각이 났다. 아마도 희정이는 이것을 생각하고 내 손가락 둘레를 재본것인가 같았다. 마음쓰는것이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쁘다, 그런데 어쩌지? 나는 선물을 준비 못했는데'
'괜찮아 뭐, 나중에 해줘'
희정이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못내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보였다.
'어쩐다, 선물을 준비못했는데 우리 희정이를 실망시킬수도 없구, 좋다 잠시만 눈 감아봐'
'왜, 뭐하게?'
'너 마술본적 없지? 내가 마술 보여줄께'
'수혁씨 마술도 할지 알아?'
'그럼, 어서 눈 감아봐'
그러자 어리둥절한 얼굴표정을 하고 있던 희정이는 눈을 감았다. 나는 안주머니에서 선물을 꺼내서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이제 눈 떠도 돼'
'어, 이게 뭐야? 어떻게 된거야? 선물 안샀다며?'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이 상자가 새끼를 쳤나?'
나는 시치미를 때면서 반지케이스를 가르켰다. 하지만 희정이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것처럼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나를 보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기뻐하고 있는 희정이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너 울보구나 너 화장 지워진다 하하'
희정이는 내말을 듣고 눈물을 두손으로 찍어내면서 포장지를 풀었다. 그녀도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포장지를 개봉하고 있었다. 아마도 나와 똑같은 심정으로 포장지를 뜯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포장지를 뜯고 케이스 뚜껑을 열면서 희정이 눈에는 다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고마워, 수혁씨 난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울지마, 화장 다 지워지겠다. 하하하'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희정이는 헨드백을 들고 화장실쪽으로 갔다. 그리고 조금후에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희정이는 화장실에서 다시 화장을 했는지 깨끗해져 있었다.
'수혁씨가 걸어줘'
그러면서 자기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를 풀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희정이 뒤에 섰다. 희정이는 머리카락을 두손으로 잡았다.
나는 목걸이를 하얀 가늘고 긴 희정의 목에 걸어주었다. 그러자 목걸이는 제자리를 찾은듯 희정의 목에 걸렸다. 나는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반지케이스에서 여자용 반지를 꺼내서 희정이의 손을 잡았다. 희정이는 쑥스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손을 잡혀주었다.
'내, 애인이 되주겠니?'
'응, 기꺼이'
희정의 얼굴은 감동으로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희정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었다. 그리곤 내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남자반지를 꺼내서 내 손가락에 끼울려고 했다.
'안돼, 이리줘 내가 끼워줄께'
나는 희정이에게 반지를 주었다. 희정이는 반지를 받아들고 내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절대로 빼면 안돼, 알았지?'
'그래, 알았어'
나와 희정이는 서로 마주보면서 행복한 웃음을 만들고 있었다. 문득 이것이 행복이고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한참 돌아다니다가 약속장소로 갔다. 약속장소에는 희정의 여자친구들과 두명의 남자가 함께 자리를 하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수혁씨 오랜만이예요'
'네,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아직은 저녁이 이른 시간이어서 맥주를 한잔씩시켜서 마셨다. 참 유쾌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엘루이 호텔 레스토랑으로 갔다. 미리 예약을 해뒀기 때문에 도착하자 우리는 자리로 안내되었다.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와인을 겹들이고 있었다. 모두들 크리스마스이브의 기분을 만킥하고 있었다. 나이도 별로 차이가 없어서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갔다. 그리고 그녀들의 제의로 다시 나이트로 내려갔다. 두번째 와보는 나이트였다. 여전히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았다.
그리고 우리는 부스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마도 미리 예약을 해둔것 같았다, 누군지 모르지만 아마도 자주오는 사람이 있는것 같았다.
하지만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어느덧 우리도 그 사람들과 동화되어 그 분위기에 적응하고 있었다. 모두 나가서 춤을 추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자리에서 그냥 앉아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스테이지가 소란스러워졌고, 잠시후에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웨이터 들은 스테이지로 뛰어갔고, 나도 그곳으로 갔다. 희정이와 일행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리 일행중 한사람과 다른 사람이 몸싸움을 하고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춤을 추면서 서로 몸이 부딫치면서 붙은 시비인듯 싶었다. 갑자기 상대편 남자가 우리 일행중 한사람을 주먹으로 때렸고. 말리고 있던 순간이라서 그냥 맞고 말았다. 일행중인 남자는 다시 그 남자에게 달려들었고. 분위기는 험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밖으로 쫒겨나고 말았다. 물론 그 상대 남자들도 함께 쫒겨났다. 밖으로 나온 그 남자들과 우리일행은 다시 밖에서 시비를 하고 있었다. 더 두고볼일이 아니였다.
희정이는 내 손을 꽉 잡고 참견하지 않기를 바랬지만 나는 그 두사람에게 다가갔다.
'이제 그만 하시죠. 좋은날 서로 실수로 그런거니까요'
'이새끼야 너는 뭐야?'
갑자기 한쪽에 물러나 있던 상대남자중 한명이 나에게 다가왔다.
'말이 지나치군요. 여기서 그만 시비를 멈추자는 말입니다. 서로 실수가 있었으니까'
갑자기 주먹이 날아왔다. 나는 날아오는 그 남자의 팔을 손으로 잡아서 뒤로 비틀었다. 군대에서 배운게 도움이 됐다.
'그만하시죠. 싸우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살짝 밀었다. 그러자 술을 마신탓인지 그남자는 앞으로 쓰러져버렸다. 분위기가 더욱 험악해지고 있었다. 나이트에서 누가 말려줄법도 한데 나이트에서는 아무도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 드잡이 질이 되었다. 술이 취한 상태의 남자들과 싸움이라서 인지 금방 끝이 났다.
그리고 잠시후에 서로 사과를 하고 헤어졌다. 이렇게 끝날것을 하는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더이상 이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이제 그만 잊고, 우리들 술이나 한잔 더하러 가죠'
내 제의에 모두들 승락을 하고 자리를 옮겨서 우리는 술을 마셨다. 여자들은 못내 아쉬운듯 보였다. 선영이라는 희정이친구가 내옆에 앉았는데 자꾸 몸이 부딫치고 있었다. 자리가 비좁은 관계로 그런것이라 생각했는데, 나를 보고 웃는 얼굴이 상당히 끈적거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다른 뜻으로 생각할수 없었다. 남자친구가 있는데 나에게 그러겠는가 하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여전히 술을 마시는것에 인색하지 않았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을 향해가고 있었고, 우리들의 자리도 파장을 맞고 있었다. 자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인사를 하고 모두 헤어졌다. 희정이와 나는 걸었다. 조용한 도시의 한가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손님이 찾아왔다. 아주반가운 하늘에서 찾아온 손님 온세상을 하얗게 만들어주는 손님이 우리의 어깨위에 쌓여갔다. 우리 두사람을 축복해주는듯 했다. 특별한 날의 특별한 손님 꽤 많은 양이 내리기 시작했고, 어느덧 바닥에 하얀 물결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호텔로 들어갔다. 미리 예약을 해뒀기때문에 방걱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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