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고, 왠 여자가 거침없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빨간 셔츠에 싸구려 미니스커트, 머리를 온통 노랗게 물들인 다소 천박해 보이는 여자는, 바로 좀 전에 바깥에서 한 남자의 아랫도리를 열심히 빨아대던 바로 그여자였다.
혜란은 왠지 자기 입 안에 아직도 남아 있는 진한 사내의 정액 냄새가 새삼스레 텁텁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동성 앞이라고 해도, 외간 남자 앞에서 속옷 차림으로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은 무척이나 부끄러운 것이었다. 혜란은 그래서, 꿔다논 보릿자루마냥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는 것이었는데, 경진은 그런 그녀한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미스 서라는 여자한테 말하는 것이었다.
"미스 서, 여기 이 옷들 어때? 마음에 들어?"
"어머... 다 메이커 옷들이네요? 왜요, 저 주시게요?"
"그래~! 싸이즈가 맞을지 모르겠지만."
"어머 좋아라~"
미스 서는 방약무인으로 폴짝폴짝 뛰며, 옆에 있는 혜란은 안중에도 없는 듯 경진한테 뽀뽀를 퍼붓고 하는 것이었다. 혜란은 망연자실했다. 그러는 새, 경진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제 컴퓨터를 켰다.
"아참... 내가 깜빡 지나칠 뻔 했군. 어이 혜란씨~ 내가 하나 빼먹은 게 있으니까, 잠깐만 거기 있어 봐."
거기 있지 말라고 해도, 겉옷을 몽땅 빼앗긴 속옷차림에 그대로 서 있는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미스 서는 그러는 동안에도 혜란의 옷들을 자기 몸에 대어 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우습게도, 그녀의 옷들은 미스 서한테 대충 싸이즈가 맞을 것 같아 보였다.
"자, 이리 좀 와봐."
"......!"
경진이 가리킨 컴퓨터 화면쪽으로 가자, 모니터안에서,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로 재생되는 영상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영상은, 바로 조금 전까지 사무실의 대형 스크린으로 보이던 그 영상 그대로였다. 화면안에서 다시금 혜란이 동수의 빳빳한 심벌을 애무하고 있었다. 혜란은 기겁을 해서, 우선 미스 서쪽부터 바라보았다.
미스 서는 여전히 옷을 들춰보며 이쪽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보였지만....
"깜빡 잊어먹을 뻔 했지 뭐야. 동영상 파일이 아직 남아있군그래. 어때? 이것도 필요한가? 살 생각이 있어?"
"예... 하, 하지만......"
스물여섯 먹은 혜란이, 마치 동네 아저씨한테 놀림받는 여중생마냥 허둥대고 있었다. 경진은 지체없이 미스 서를 불렀다.
"미스 서, 이리 좀 와봐~"
"왜요?"
"여기 이 여자 입은 속옷 어때? 괜찮아 보여?"
"글세요 어디... 레이스도 달려 있고, 어머 이것도 꽤 비싼 건데요?"
미스 서는 거리낌없이 혜란의 속옷을 들추고 살피는 것이었다. 혜란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몸을 밀쳐 냈다. 그러나 미스 서는 밀쳐진 것에도 개의치 않고, 천연덕스럽게 재잘댔다.
"좋은데요~? 어머 사장님, 이런 선물도 주시게요~? 어머머... 야해라!"
"하하하하... 그렇다면야~! 혜란씨!"
혜란은 겁먹은 눈으로 경진을 향했다.
"내 생각에 그 정도면 여기 이거 가격은 될 것 같아! 지금 입은 브라쟈랑 팬티를 벗어서 미스 서한테 주면이 파일을 처리해 주지. 원한다면 복사해 가거나 해도 되구!"
"???!!! ......그, 그런......"
혜란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무어라 말을 꺼내기 힘들만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어머~ 뭔데요? 뭔데 속옷을 주고 사 가죠?"
미스 서가 호들갑을 떨었다. 경진은 씨익 웃었다.
"어 그게 뭐냐 하면 말야... 여기 이 컴퓨터에......"
"그...그만해요!"
혜란은 화급히 소리쳤다. 두 사람은 멈칫했지만 그뿐이었다. 경진은 피식 웃으며 미디어 파일을 다시 실행시키려고 했다. 어쩔 수 없었다. 혜란은 떨리는 손으로 브레지어 호크를 풀었다. 그리고 그것을 미스 서한테 내밀었다. 마치 모니터 쪽으로 향하는 미스 서의 발길을 멈추기 위한 것인 듯이...
경진은 그런 그녀를 보며 와하하 웃음을 떠뜨렸다. 그리고 덧붙였다.
"......팬티는?"
"......"
혜란은 울상이 되어, 마지막 남은 옷을 다리에서 벗겨내서는 미스 서한테 넘겨 주었다.
"미스 서, 한번 갈아입어볼래? 죄다 말야. 미스 서가 비싼 속옷에 정장 차림인 거 한번 보고 싶어."
"아이... 사장님도 참, 짖궂기는~!"
둘은 이제 숫제 혜란이 거기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혜란은 완전히 알몸이 된 채로 구석 쇼파에 엉거주춤 몸을 가리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 안은 써늘하기도 했고, 또 추위아닌 다른 이유에서도 혜란의 몸은 마구 떨리고 있었다.
미스 서는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 이윽고 경진과 헤란앞에서 거리낌없이 제 옷을 벗어던지고 있었다. 천쪼가리 몇 개를 던져버리니 곧장 알몸이었다. 혜란보다는 조금 살이 붙어 있는 몸매였다. 그녀는 거리낌없이 혜란이 버어낸 옷들을, 팬티부터 시작해서 그대로 입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거기에는, 혜란의 옷을 그대로 입은 미스 서가 서 있었다. 혜란은 그 앞에서 발가벗은 채로 떨고 있을 따름이었다. 싸구려 염색에 떡칠한 화장, 껌을 질겅질겅 씹어대는 얼굴로 정장을 갖춰 입은 미스 서는 화장이고 뭐고 옷과는 도무지 매치가 되어 보이지 않았지만, 경진은 너털웃음을 지어대며 미스 서를 칭찬해 주었다.
"과연~~! 그렇게 입으니까 미스 서, 확실히 스타일이 사는걸~? 정군, 박군한테도 보여주지."
"......"
"그러죠~! 이봐요 정오빠, 박오빠아아~~~~~!"
"!!!!!"
그러자 미스 서는, 정말로 사무실 문을 활짝 열어젖힌 채 바깥의 두 남자를 불러대는 것이었다. 혜란은 놀라서 쇼파 뒤로 숨었다. 정군과 박군이라고 불린 두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안으로 들어왔다. 정군이라고 불린 남자는 스포츠머리에 땅딸막한 체구로 바로 아까 미스 서한테 애무를 받던 남자였고, 박군이라는 남자는 곱슬머리에 안경을 쓴, 아까 경진한테 아는 척 하던 그 사람이었다.
그들은 쇼파 뒤에 숨어 벌벌 떠는 혜란은 아랑곳않은 채 미스 서한테 다가와 스타일이 어올린다느니 정장 차림이 어떻다느니 입방아를 찧어 댔다. 너털웃음으로 거기 추임새를 넣던 경진이, 문득 혜란쪽을 향했다.
"어이 혜란씨~ 언제까지 거기 있을거야?"
"........."
"인제 거래할껀, 대충 다 한거 같은데? 끝났으면 대충 가 보는 게 어때?"
".........하, 하지만......"
"빨리 일어나라구. 거래도 끝났는데 남의 사무실에서 그렇게 노닥거리는 게 아니지. 아 얼렁~!"
경진의 차디찬 명령에, 혜란은 움찔,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하얗게 발가벗은 몸이다. 뽀얀 살결도 봉긋한 젖가슴도 드문드문 곱게 자라있는 치모도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었다. 미스 서의, 어쩌면 조금은 질투가 섞여 있을지도 모르는 싸늘한 시선과 정군, 박군의 음습한 눈길이 그녀의 벗은 몸을 샅샅히 훓고 있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젖꼭지가 아프도록 꽂꽂해 지는 게 느껴졌다. 그녀쪽으로 다가오는 경진의 시선은 무자비하도록 차가웠다. 조금 전의 오럴로 벌써 제 욕심을 채웠기 때문에? 아니면 전부터 가졌던 그녀에 대한 원한 때문에? 혜란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그는 혜란에게 핸드백을 내밀었다. 빈 지갑과 자잘한 소지품 몇 개, 그리고 비디오 테입 한 개와 몇장인가의 캡쳐 사진이 담겨 있는 그 핸드백이, 그녀에게 허용된 유일한 것이었다.
그녀가 걸치고 있던 것들,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던 모든것들은, 바로 그 핸드백 안에 든 몇 개의 물품과 교환되어 이미 그녀의 소유가 아니었다.
"정군, 박군~ 손님 바깥으로 모셔 드리지."
와들와들 떨고 있는 혜란을, 두 남자가 양쪽에서 잡아 다소 강압적인 자세로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거기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경진의 개인 사무실 바깥, 사원들의 사무실에는 어느새 불이 켜져 있고, 커튼이 걷혀져 있었다.바깥 거리에 어느새 야경이 요란했다.
사무실 한가운데의 그녀는, 사무실의 조명으로 바깥 사람들한테, 만일 이쪽을 주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훤하게 드러나고 있을 것이었다.
동그랗게 다듬어진 유방과 소담스레 우거진 사타구니의 수풀을 그대로 노출시킨 채. 사내들은 정말로 그녀를 바깥으로 데려갈 기세였다. 바깥으로 통하는 문이 눈 앞에 다가왔다.
그녀는 정말, 이렇게 알몸인 채로 수원의 거리에 내팽개쳐지는 건가?
"아, 잠깐~"
그때였다. 사무실 안에서, 경진의 느긋한 음성이 그들을 붙잡았다.
"흐음... 생각해 보니 이것도 도리가 아니구만~"
"......?"
"뭐 거래야 다 끝난 사이지만, 또 생각해 보니 그래도 동창의 부인 되시는데, 이렇게 흥정 끝났다고 인정머 없이 내보낼 건 또 아닌 것 같애. 안그래, 미스서~?"
혜란의 옷을 갖춰 입고 있는 미스 서는 픽 웃을 따름이었다. 혜란은 그저 악 몽속에 있는 것 같아 무어라 반 항할 수조차 없었다.
"야~ 이리로 모시고 와 봐라~!"
정군과 박군이 다시 혜란을 경진의 사무실 안으로 데려갔다. 경진은 어느새 구석에 접혀 있던 간이 침대를 펴고는, 두 남자로 하여금 혜란을 거기 눕히게 했다. 혜란은 손가락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경진이 그런 그녀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면서, 미스 서를 향해 말했다.
"미스 서... 왜 저번에, 우리 동해안 갔을 때 말야~ 그 때, 내가 얼마 줬었지?"
"...예?"
"아 왜 그때 있잖아~ 내가 처음으로 미스 서랑 잔날 말야~! 그때 내가 얼마 줬었지? 응?"
"(픽 웃으며) ......삼십만원요."
경진은 혜란에게 다가와, 정군과 박군으로 하여금 그녀를 꼼짝 못하게 붙들게 하고는, 천천히 그 투박한 손길로 그녀의 이곳저곳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애무라기보다는 그저 갖고 놀 듯이, 혜란의 유방을 쥐고 젖꼭지를 꼬집으며 그녀의 음부쪽 수풀을 쓰다듬었다.
그러면서, 여전히 미스 서를 향해서만 경진은 이야기를 걸었다. 차가운 표정의 미스 서와, 상기된 얼굴의 두 남자가 그런 경진과 불가항력으로 누워 있는 혜란의 알몸을 주시하고 있었다.
"근데 말야~ 미스 서~ 그 옷... 아니, 지금 입고 있는 거 말고, 원래 입고 있던 셔츠랑 미니스커트말야~ 구건 얼마쯤 하지?"
"...??? 무슨 말씀이세요, 사장님?"
"그러니까 말야... 그 옷들, 아니 아예 입고 있던 브라자랑 팬티까지 해서, 삼십만원이면 나한테 팔 수 있겠냐 이거야."
미스 서가 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호호호호 웃어대기 시작했다.
"호호호호... 하여튼간에 웃기셔~ 뭐... 그렇게 하죠! 사장님 부탁이시라면야~"
"좋아... 하하하하하!"
다시금 특유의 그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혜란의 턱을 잡아 자신쪽으로 끌어당기는 경진의 눈매에, 어쩐지 광기에 가까운 무언가가 서려 있다고, 혜란은 느꼈다.
"좋아 혜란씨... 이건 거래가 아니라 예의 차원에서~ 내 특별히! 친구에 대한 우정으로 혜란씨의 몸을 사드리지. 미스 서의 옷값으로 삼십만원에, 뭐 조금 더 쳐줄 수도 있어~!"
"........."
"어때~? 이대로 빨가벗은 채로 집까지 가겠나? 아니지~? 우리 다시 거래를 하자구! 괜찮은 조건 아닌가?"
그녀의 몸을 덮쳐누르며 대답을 강요하는 경진의 눈빛이 마치 야수의 그것처럼 느껴졌다. 혜란은 망연자실해서, 그 기에 눌려 엉거주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하하하... 잘 생각한 거야! 내 친구 마누라고 하니까, 특별히 잘 쳐주는 거라구~!!!"
그리고는 곧장, 혜란을 애무하는 경진의 손길이 거칠어졌다. 혜란은 눈을 감았다. 어느새 혜란을 애무하는 손길은 경진의 그것뿐 아니라, 정군과 박군의 그것까지가 가세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무언가 육중한 것이 그녀의 활짝 열려져 버린 은밀한 문을 두드리더니, 그대로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양쪽 젖가슴을 두 남자한테 한쪽씩 점령당한 채로 경진의 것을 몸 안에 받아들인 혜란은, 경진이 거친 숨소리로 그녀를 범하는 동안, 소리없이 양 볼을 적셨다. 이번의 눈물은 언젠가 경진한테 강간 아닌 강간을 당할 때와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그 때의 눈물이 이상한 우연과 부주의로 인해 원치 않는 사내와 몸을 섞게 된 데서 온 그런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녀 자체가 누군가한테 정복당해 버리는 듯한 기분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너를 샀어... 그러니까 너는, 내 꺼야!"
혜란 위에서 세차게 움직이며, 경진이 되뇌이고 있었다. 그의 페니스가 횟감 생선마냥 그녀 안에서 팔딱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 말을, 마음속으로 수긍해 버렸다. 삼십만원에, 혹은 저 여자가 입었던 싸구려 옷에 팔린 것은 아니지만, 혜란은 분명히 경진에 의해 정복되고, 그한테 '팔려버렸다'고, 혜란 자신 생각해 버리게 된 것이다.
경진의 힘찬 움직임과, 어느새 손에 힘이 들어간 두 남자의 애무에 의해 어느새 상당히 뜨거워진 자신의 성기를 느끼며, 그녀는 끄응, 하고 그저 쾌감도 고통만도 아닌 신음을 흘렸다. 경진이 으헉, 하고 거침없는 탄성을 발하며 그녀 안에서 경련을 일으켰다. 혜란은 아뜩한 속에서, 그가 분출한 것이 그녀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인제 저희도 해도 됩니까?"
정군이었다. 그는 혜란의 몸을 범하는 것에 대한 가부 여부를, 혜란 자신이 아닌 경진한테 구하고 있었다. 하기야, 나는 팔린 몸이니까... 라고, 혜란은 얼마 전이었다면 스스로도 얼토당토않다 생각했을 상념을 떠올렸다.
"실컷 해 봐. 내가 산 여자니까... 자네들한테도 빌려주지."
정군이 신나서 그녀의 몸 위로 달려 들었다. 이미 이슬 방울이 맺혀 있는 그의 뜨거운 페니스는, 그녀의 음문에, 경진이 이미 싸 놓은 정액을 타고 쑤욱, 기분좋게 파고들었다. 그는 시작부터 급박한 움직임으로 헐떡대고 있었다.
"미스 서가 심심하겠지? 재밌는 거 볼까?"
혜란의 희미해져 버린 의식속으로, 미스 서가 꺄르르대는 소리가 들려 왔다.
"어때? 고상한 척 잘난 척을 하지만, 원래 저런 년이라구!"
"......"
들려오는 소리는, 분명히 혜란의 목소리로, 바로 아까의 그 비디오 내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었다. 사본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핸드백에서 꺼내 틀어주고 있는 걸까... 몽롱한 상태의 혜란이 눈을 들어 그것을 확인하기도 전에, 또 하나의 발기된 페니스가 이번에는 그녀의 입가로 치달아 왔다. 박군이었다.
그는 누운 채 정군의 성기를 받아들이고 있는 혜란한테 다가와, 그 입으로 자신의 것을 밀어넣은 것이었다. 혜란은 달게 받아들였다. 두 개의 뜨거운 남근이 그녀의 위 아래 양쪽의 입으로 숨가쁘게 들락거리고 있었다
사내들의 헐떡거리는 소리에, 미스 서의 경멸에 찬 웃음소리가 섞여 들어왔다. 그날 밤은 혜란한테 있어, 상당히 길게 지속될 것만 같은 것이었다. 수요일에, 혜란한테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남편이 출장차 중앙아시아로 떠난 지 일주일만의 일이었다. 남편이 그곳 이야기를 상당히 들뜬 목소리로 이것저것 전했지만, 혜란은 그다지 귀담아 듣게 되지 않았다.
남편이 떠난 지 이틀만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편지가 배달되어 왔었다. 그 내용은, 남편이 어쩌면 반 강제로 혜란한테 찍도록 한 셀프(?) 섹스비디오를 빌미로 한 은근한 협박이었다.
알고 보니 그 협박편지아닌 협박편지의 주인공은 역시 남편의 묘한 성적 취향으로 인해 '본의아니게' 그녀와 몸을 섞게 된 바 있었던 남편의 동기 경진이었던 것이다.
그 경진한테 끌려가 그의 사무실에서 그와 그의 회사 동료 두명한테 말못할 치욕과 농락을 당했던 게 바로 지난 토요일 밤의 일이었다. 어떻게 혜란이 차분히 남편의 몽골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 관심을 가져 줄 수 있었겠는가.
"......그렇게 됐거든. 그래서 여기 일정이 아무래도 한달은 걸릴 것 같아. 음... 그래서 말인데......"
"......"
"듣고 있어? 실은 당신한테 부탁할 게 좀 있거든."
"......?!"
남편이 다소 열적은 목소리로 하는 "부탁"을, 혜란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속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면서....말해버릴까? 남편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그녀가 지난주에, 도대체 어떤 일을 당했는지 전혀 모르는 채 아무렇잖은 목소리로 또다시 요구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 일'을! 자기는 이곳에서 그녀를 지켜주지도 않는 주제에 말이다. 거절할 수도 있다. 동수가 찾아와서 행하는 "촬영 작"을 시작했을 때부터, 혜란과 남편은 이 일이 어디까지나 혜란과 남편 두사람의 일로 동수는 두 사람의 즐거움을 위한 들러리라는 걸 분명히 했었다.
남편이 해외로 출장간 사이 동수와 만나서, 게다가 "작업"까지 벌인다는 건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남편도 그걸 알고 있기에, 부탁하는 목소리에는 자신이 없었다. 혜란이 '그건 좀 곤란하다.'고 한다면 곧장 취소할 분위기였다. 혜란은 잠시 잠자코 있었다.
"...좀 그렇긴 하지만, 여기서 한달이나 혼자 있자니 좀... 적적해서 말야~ (머쓱한 웃음) 그렇게 해서 보내주면...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잠시 침묵. 혜란이 잠자코 있자 그녀의 눈치를 보는 듯) ......역시... 좀,그런가?"
혜란은 눈을 감았다. 여러 가지 상념이 교차했다. 따지고 보면 모든 게 남편 때문이었다. 남편이 그렇게 성화를 해서 찍게 된 비디오가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되 노출되어, 그녀는 며칠전 참으로 말못할 수모를 당했다.
그날, 그녀는 하룻동안 세 남자에게 강간을 당했다. 그 중 두명은 그날 처음으로 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믿을 수 없을만치의 욕정으로 그녀를 범했었다. 밤새도록 그녀의 몸 이곳저곳을 범하고, 그녀의 몸 이곳저곳에 자신들의 씨를 뿌려댔었다. 그 치욕, 그 끈적끈적함과 아릿한 둔통이 생생하게 떠올라왔다.
그녀의 얼굴은 그녀가 흘린 눈물과 사내들이 뿌린 정액으로 범벅이 되었었고......그녀는 생각 끝에, 천천히 대답했다.
"알았어요. 준비하고 있을게요."
남편은 몹시 기뻐했고, 그녀는 별 이야기없이 얼마 안있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조용히 다이어리를 꺼냈다. 그녀의 다이어리는 지난주 적은 "**카페, 토요일 오후 3시"란 메모 이후로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 동안 메모해야 했던 일들이 없었던 것은 아닐텐데도. 그녀는 거기다가, "목요일 밤 시간, 동수씨 방문. 장비 챙겨놓을 것."이라 적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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