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와 만난지 2주일이 흐른 어느날. 내겐 초조하고 괴로운 나날이었지만 의외로 사내에게선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차라리 내가 먼저 연락해서 그날 했던 말은 모두 없었던 걸로 할까도 했지만 또 막상 사내에게 전화를 하려니 남자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완전히 진퇴양난이라고나 할까... 취소하고 싶지만 취소하지도 못하는 상황! 정말 피가 마르고 입술이 바싹바싹 타는듯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내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내의 정조관념이었다. 아무리 사내가 꼬시려고 애를써도 아내가 응하지 않으면 게임 종료인 것이었다.
어쩌면 그런 아내를 믿었기 때문에 사내에게 다시 전화해서 취소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이 기회에 아내를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폭풍전야의 고요와 같이 조용하게 2주일이 후딱 지나던 어느날! 갑자기 내게 문자가 도착했다. 바로 조강혁 그였다.
문자를 보낸사람의 번호를 확인한 순간 또다시 가슴이 빠르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벌써 무슨 일이 벌어진 건 아닌가 싶었다. 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확인해 본 순간 나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 쉴수 있었다. 벌써 뭔 일을 벌려버린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간적인 안도는 됐을지언정 걱정이 사라진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 바로 사내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려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오늘 형수님이 다니스는 ##헬스클럽에 임시직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제부터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내가 보내온 문자의 내용이었다. 그러고보니 지난번 사내와의 첫만남에서 아내에 대한 정보를 대충 얘기해 줄 때 아내가 집 근처의 헬스클럽을 나간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이 생각났다. 그런데 사내가 아예 아내가 다니는 그 헬스클럽에 취직을 해버리다니.... 이건 좀 의외였다. 그러고보니 사내가 지난번에 무슨 사회체육지도산가 뭔가하는 자격증도 있다는 소리를 얼핏 들은 것 같았다. 몸도 좋고 그런 자격증도 있는걸로 봐서 원래 체육계통에서 경험이 있는 것 같았고 그 덕분에 아내가 다니는 헬스클럽에도 쉽게 채용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어쨌거나 나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거 완전히 이러다 정말로 마누라 뺏기는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믿어보기로 했다. 아내가 그리 호락호락한 여자는 아니니 말이다. 아무리 사내라고 해도 아내를 유혹하는 것은 분명 실패로 끝날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다 최악의 경우 정 안될거 같으면 그냥 사내에게 솔직히 말하고 양해를 구해 모든일을 없던걸로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 나는 아내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요즘 헬스 다니는건 어때? 재밌어?"
원래 나는 아내에게 헬스다니는게 어떤지 물어본적이 거의 없었다. 그냥 살빼고 싶다고 해서 다닌다고 하길래 그러려니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뭐, 그냥 그렇죠 뭐!"
"그래? 거기 헬스 강사들이 잘 가르쳐는 주나? 운동도 잘 해야지 잘못하면 오히려 더 나빠진다고 하던데!"
"그러게요. 오늘 강사한명이 새로 들어왔는데 잘 가르쳐줄지 모르겠네요! 전에 있던 강사는 회원들한테 별로 신경도 안쓰는 거 같더라구요. 가르쳐주는것도 그냥 대충 해주는거 같고..."
"그래? 그러면 안되지! 그래도 돈내고 다니는데 잘 가르쳐줘야지. 그래 이번에 새로 들어왔다는 그 사람은 어때? 잘 가르쳐줄거 같애?"
"글쎄요, 키도 크고 인상은 좋게 생겼는데 사람은 어떨지..."
새로 들어왔다고 말하는 그 강사가 신경쓰였다. 내 짐작이 맞다면 어쩌면 그가 조강혁 그일지도 몰랐다.
"그래? 잘생겼나 보네. 당신이 인상 좋다고 하는거 보니깐!"
"이이도 참! 제가 언제 그런거 신경쓴적 있었어요!"
아내의 가벼운 무안에 나는 그냥 헛웃음을 지으며 상황을 무마하고는 자리를 피해버렸다. 혹시나 내 표정에서 어떤 불안감이나 불쾌한 표정이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서였다.
아내를 피한 나는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머리를 베고 누웠다. 마음이 심란했다. 아내를 믿긴 했지만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의 실체는 소리없이 조용하면서도 천천히 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중이었다....
사내가 헬스에 취직했다고 한지 한달이 지났다. 이상하게 그때쯤부터 아내가 헬스에 갈때마다 신경이 쓰였다.
이상하게 헬스에 갈때마다 약간 옅게나마 화장을 하는 것 같았고 옷차림에도 신경을 쓰는듯한 모습이었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들정도로 미세한 변화였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신경이 쓰이는걸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헬스장에 다녀온후 밝아지는듯한 표정까지.... 마음속에 의심이 깃들기 시작하니 아내의 행동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다 의심스러웠다.
결국 나는 마음속의 불안함을 억누르지 못하고 사내에게 먼저 연락을 하고 말았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건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가한 시간을 골라 사내에게 연락을 하자 예의 조강혁 그가 금새 전화를 받는다.
"아니, 이거 어쩐일이십니까?"
"어어, 그냥 궁금해서 전화해봤지..."
"하하, 누가 궁금하신겁니까? 저요? 아니면 형수님이요?"
역시 사내는 내 마음의 의중을 금새 간파하고 있었다.
"이거, 혹시 정작 형수님이 변하는거 보니까 불안하신거 아닙니까?"
"불안하긴.... 그냥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그렇지..."
"하하, 그거라면 걱정마십시오. 일은 차근차근 잘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사내의 말에 머리가 쭈뼛거릴정도로 무언가가 확 치미는 것 같았다. 차근차근 잘 진행되고 있다니.... 어떻게 되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사내의 유혹이 지금까지 잘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나는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입을 열었다.
"그래? 그래도 우리 마누라가 만만한 여자는 아닌데 말야... 잘 할 수 있겠어?"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역시 형수님이 쉬운 여자는 아니더라구요. 뭐 그래도 제가 누굽니까! 오히려 그런 형수님 볼때마다 더 불끈불끈 하니까 걱정마십시오. 원래 쉬운 여자는 매력이 없는법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사내의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발끈했다. 니까짓게 아무리 그렇게 해봐야 아내를 어떻게 할 수는 없을거라고 한바탕 퍼부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사내의 말에 나는 목구멍까지 치솟던 말을 삼켜야만 했다.
"참, 안그래도 제가 먼저 전화하려던 참이었는데 잘됐네요."
"뭐?"
"안그래도 이번주말에 형수님이랑 데이트 약속을 잡았거든요. 물론 형수님이 저랑 단둘이 만나는건 꺼려하시길래 2대 2로 만나기로 했는데... 안그래도 제가 전화해서 형님께 이거 말씀드리는게 순서일 듯 해서 말입니다. 근데 이렇게 형님이 먼저 연락 주시니 이 기회에 보고드리는 겁니다."
"그래? 대단하군... 우리 집사람이 여태까지 딴 남자랑 만난적은 없었는데 말야!"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안그래도 저도 이 약속하나 잡는데 아주 애 많이 썼습니다. 그 동안 형수님 운동할때마다 제가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써줬는데요. 그런데도 막상 밖에서 보자고 하니깐 망설이시길래 제가 이번에 헬스장 갑자기 그만두는 거라서 송별식도 할겸 헬스장에서 기억남는 다른 회원들이랑 같이 만나는거라고 거짓말 좀 해서 간신히 성사시킨거거든요."
나는 사내의 말에 가만히 침음성을 삼키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 그러니깐 우리 집사람이 순순히 응낙하던가?"
"아휴, 말도 마십시오. 그래도 어찌나 빼시던지! 제가 아주 헬스클럽 회원분들중에 가장 운동자세 많이 틀렸었는데 그래도 제 지도를 잘 따라와줘서 많이 교정된 사람중에 한명이라 특별히 기억에 남아서 송별식에 초대하는거라고 둘러대느라고 진땀을 뺐습니다. 왠만한 유부녀들 같으면 제가 이정도 하면 속으론 다 알면서 따라와주는데 말이죠. 이거 원 형수님은 순진해서 아무것도 모르는건지 다 아는데 엄청 튕기는건지 감이 안 잡힐 정도란 말입니다."
"그랬군."
"하하, 어쨌거나 이제 약속도 잡았으니 게임은 끝인 셈이죠?"
"뭐? 게임 끝이라고?"
"하하, 쇠뿔도 단김에 빼버리라고 이제 슬슬 끝장을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예 이번 첫만남에서 거사를 치를 생각입니다."
나는 사내의 말에 입을 다물수 없었다. 이제 아내와 사내가 만난지 한달이 조금 넘었을 뿐이었다. 애초에 사내가 불순한 의도로 접근했다고는 하지만 벌써부터 일을 끝내버리겠다니! 너무 이른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사내의 생각은 달랐다. 이미 아내는 무르익을데로 무르익은 상태라고 한다. 외간남자가 조금만 건드리면 바로 터질거라고 장담을 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더 시간을 끄는건 무의미하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사내의 말에 결국 알아서 하라는 말만 남기고는 전화를 끊는 수 밖에 없었다.
사내와의 연락이 있은후 나는 정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을만큼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내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이상하게 보였다. 이쯤에서 이제 사내에게 일을 그만둬달라고 부탁할까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그러자니 또 한편으론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었다. 과연 아내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것은 나에게도 무척이나 궁금하고 자극적인 일임에 분명했다. 결국 나는 조금만 더 지켜보기로 했다. 어차피 최후의 순간에 멈추면 되는 게 아닌가!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언제든지 이 게임은 전적으로 나의 손에 달려있다고 믿고 있었다. 내가 언제든지 중지하려고만 하면 중지할 수 있다고 순진하게 생각한 것이었다.
내가 그러한 결심을 한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주말이 다가왔다. 역시 아내는 저녁 무렵 꽃단장을 하더니 약속이 있다며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아내는 나에게 대학때 동창들을 만나러 간다고 했지만 그것이 뻔한 거짓말이라는 것은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왠지 약속준비를 하는 아내의 모습이 무척이나 들뜬 것 처럼 느껴진건 나만의 착각인 걸까? 콧노래까지 부르며 꽃단장을 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는건 실로 몇 년만에 처음인 것 같았다. 그리고 모든 준비를 마친 아내는 정말 너무나 아름다웠다. 짙지 않은 화장과 은은히 풍겨오는 향기, 단아하면서도 은근히 베어나오는 화사함과 교태로움. 저절로 찬사가 나올정도로 눈부신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내가 그런 아내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기회를 더 주지 않으려는 듯 약속시간이 늦었다며 빠른 걸음으로 현관을 나서고 있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자 가슴 한구석이 썰렁해지는 것 같았다. 나도 아내를 따라 나가다가 나도 모르게 아내의 손목을 꽉 움켜잡았다.
"여보, 안가면 안돼?"
내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네? 무슨 말이에요? 저 약속 늦었어요. 저녁 다 준비해놨으니까 렌지에 돌려서 먹기만 하면 되고요, 나 없는동안 애기 잘 돌보고 있어야 되요?"
아내는 나를 마치 어린애 타이르듯 타이르며 내 손에서 손목을 빼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다시 한번 아내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여보, 가지마!"
"아이, 이이도 참! 무슨 어린애에요!"
아내가 나를 가볍게 타박하더니 더욱 센 힘으로 내 손아귀에서 손목을 빼는 것이었다. 나는 더 이상 그런 아내를 막을 수 없었다. 아내의 손목이 내 손아귀에서 스르르 빠져 나가더니 아내는 급히 현관을 나서는 것이었다. 아내가 집을 나가자 가슴 한구석이 텅 빈 듯했다. 급히 베란다로 나가 아내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내는 뭐가 그리 급한지 빠른 걸음으로 집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십분, 이십분, 삼십분....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물론 나는 아내를 믿었다. 아내가 어떤 여자인데 그렇게 함부로 외간남자의 유혹에 넘어가겠는가! 단지 나는 아내가 불순한 의도로 접근한 외간남자에게 시험당한다는 것이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핸드폰을 들고 급히 사내에게 전화를 했다. 이제 모든 것을 없었던 일로 하고 여기서 게임을 중지할 셈이었던 것이다. 사내의 핸드폰이 울린다. 나는 그 짧은 순간마저도 숨막힐 듯한 초조함에 입술을 질근질근 깨물고 있었다. 하지만 사내는 핸드폰을 받지 않았다.
몇번을 더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종래에는 아예 핸드폰을 꺼놓듯 전화연결을 할 수 없다는 안내음만 나올 뿐이었다. 나는 거칠게 핸드폰을 쇼파위로 던져버렸다. 핸드폰은 쇼파위에 내동댕이 쳐졌다가 크게 튕겨오르며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어쩌다 일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모든게 정작 내가 계획했던 것과는 완전히 틀린 방향으로 흘러가버렸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몇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버렸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이 여태까지 살아온 기간중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길게 느껴졌다. 결국 나는 아까 땅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다시 주워들고 아내에게로 전화를 했다.
이제 이렇게 된거 아내에게 모든걸 솔직하게 털어놓고서라도 아내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아내 역시 사내와 마찬가지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몇번을 더 해봐도 역시 마찬가지로 아내의 핸드폰에선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나는 결국 다시한번 핸드폰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머리를 움켜쥘 뿐이었다.
내가 그렇게 영겁같은 고통의 순간을 겪고 있는 순간에도 시간은 차근차근 흘러 어느덧 밤 12시, 1시, 2시, 3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여태까지 아내가 밤에 11시넘어서 귀가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아무리 늦더라도 내가 의심할 만한 곳에 간적도 없었고 또 그때마다 꼬박꼬박 자주 연락을 하며 나를 안심시켜 주는 아내였다. 그런 아내가 연락이 없는건 물론이거니와 아예 내 연락을 받지도 않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새벽 3시 30분이 넘을무렵에서야 내 핸드폰에 문자가 도착했다. 발신번호를 보니 사내였다. 급히 핸드폰을 열어 사내가 보내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형님! 많이 기다리셨죠? 설마 주무시는건 아니시겠죠? 이제 형수님 보내드립니다."
얄밉게도 사내는 일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한 말은 없었다. 나는 너무나 궁금했지만 차마 사내에게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사내의 입에서 아내랑 끝까지 갔다는 말을 들을 용기가 차마 나지 않아서 였다. 그 순간까지도 나는 아내에게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었다. 아내가 절대 끝까지 갈 여자가 아니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말이다.
그리고 과연 사내에게서 문자가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내가 현관문을 따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시계를 힐끗 보니 새벽 4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나는 급히 아내를 맞이하러 나갔다. 하지만 아내의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나는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아내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뭔가 좀 틀렸기 때문이었다.
"뭐야? 도대체 지금이 몇시야? 여태까지 핸드폰도 안받고? 여태까지 뭐한거야?"
따발총처럼 내 입에서 아내를 추궁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하지만 아내는 그저 아무 표정없는 얼굴로 짧게 미안하다고만 한다. 그리고 나중에 얘기하자고만 하는 것이었다.
아내의 이상한 분위기에 나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할 수 없었고 아내는 그런 나를 스쳐지나가더니 욕실로 가서 몸을 씻는 것이었다. 아내가 욕실에서 나올동안 나는 그동안 끊었던 담배를 연거푸 피워대고 있었고 아내는 한참후에야 겨우 욕실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욕실에서 나와서는 아내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이 없어 보였고 나의 시선엔 아랑곳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더니 바로 침대에 누워 잠을 자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속에서 부글부글 무언가가 끓어올랐지만 차마 잠이 들어버린 아내를 깨워서까지 아내를 추궁할 순 없었다. 대신 나는 욕실로 들어가 아내가 빨래통에 벗어놓은 옷가지를 조심스레 살펴보기 시작했다. 혹시나 아내의 옷가지에서 뭔가 흔적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때문이었다. 아내는 오늘 많이 힘들었는지 평소와는 달리 빨래통에 그냥 대충 옷을 벗어놓은 상태였다. 이렇게 아내가 흐트러진 모습을 보는것도 처음인 것 같았다.
어쨌든 나는 무언가 발견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꼼꼼히 아내의 옷가지를 살펴보았고 역시나 나는 곧 무언가를 손에 집어들 수 있었다. 바로 아내의 팬티였다. 역시 뭔일이 일어났다면 팬티야말로 가장 많은 흔적을 보여줄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그런 예상은 보기좋게 적중했다. 아내의 팬티에는 무언가가 묻어있었다. 아직 채 마르지도 않은 끈적끈적한 풀처럼 생긴 타액이었다. 그리고 금새 화장실을 가득채워버릴 듯 진동하는 밤꽃냄새....
나는 나도 모르게 아내의 팬티를 쥐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금새라도 아내의 하늘거리는 팬티가 찢어질듯 팽팽해졌다. 아내의 팬티를 흠뻑 더럽혀버린 그것. 그것은 분명....
아내의 외출이 있은지 이틀이 금새 지나가버렸다. 나중에 얘기하자던 아내는 아예 몸져 누운채 일어날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이틀 동안 아내는 몸이 완전히 불덩이처럼 열이 나 꼼짝도 못하는건 물론 때로 무척 아픈지 신음소리까지 내가며 끙끙 앓는 것이었다.
처음엔 그런 아내를 보며 괜히 원망스런마음과 배신감 때문에 거들떠 보지도 았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 아픈 아내를 보자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이틀이 지나서야 비로소 아내를 돌봐주기 시작했다. 이틀 사이 수척해져버린 아내의 얼굴을 보자 가슴이 아파왔다. 따지고 보면 결국 이렇게 된것도 내탓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아내가 더욱 애처로워 견딜 수
없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내의 팬티를 흠뻑 더럽힌 그것만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아내를 목졸라 죽여버리고 싶을만큼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었다. 정숙한 아내고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남편이 아닌 외간 남자에게 넘어가는 일은 절대 없을거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아내가 정작 낯선 외간남자에게 더럽혀졌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견딜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일단 다른건 생각하지 않고 아내가 빨리 일어날 수 있도록 간호에만 신경쓰기로 했다. 아직 모든 것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었다. 아내의 팬티 한 장만으로 모든 것을 단정짓기엔 너무 성급했다. 나는 마지막순간까지 아내를 믿어보자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이틀이 지났다. 그제서야 아내는 겨우 기운을 차린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도 별다른 말이 없었고 눈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고 초점을 잃은 멍한 눈으로 빈 허공만 바라보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아내에게 차마 사내와 만났던 그날의 일을 더 이상 추궁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 날의 일은 나의 가슴속에 묻어지는 듯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주말이 다가왔다. 아내의 외출이 있은지 꼭 일주일이 지난 것이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지난 사흘간 아내는 언제 아팠나 싶을정도로 활기차게 집안을 청소하고 살림에 열중하는 듯 했지만 내겐 왠지 그런 아내의 모든 행동이 부자연스럽게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내게 누군가가 연락을 해오는 것이었다. 바로 사내였다.
"형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사내의 밝은 목소리가 괜히 귀에 거슬렸다. 하지만 나의 그런 심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내가 계속 말을 잇는다.
"형님, 오늘 형님이 기다리시던 물건 보내드렸습니다."
"내가 기다리던 물건?"
"하하, 일단 받아보시면 아실 겁니다."
무슨 물건인지 궁금해하는 나를 뒤로하고 사내는 그대로 전화를 뚝 끊어버린다.
그리고 잠시 후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어보니 퀵서비스였다. 퀵 배달원에게 물건을 건네맏아보니 테이프로 꽁꽁 봉인된 작은 서류봉투였다. 겉면엔 역시 조강혁이란 이름이 써 있었다.
나는 급히 방으로 들어와 서류봉투를 뜯어냈다. 안에서 무언가가 툭 떨어진다. 가만히 보니 한 장의 CD였다.
CD엔 아내의 이름이 작은글씨로 써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마침 아내는 장을 보러 간다며 집을 비우고 있을 때였다. 급히 컴퓨터를 켜고 조심스레 CD를 삽입했다. CD를 컴퓨터에 넣자마자 바로 동영상이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바로 그것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나를 처절한 고통과 뜨거운 흥분으로 몰아넣는 잔인한 연주곡의 서막이었다....
역시 사내가 보내준 동영상엔 아내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동영상이 시작하자마자 모텔로 보이는 듯한 밀실이 비춰진다. 그리고 그 밀실의 중심에는 하나의 커다란 침대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엔 사내와 여인 한명이 앉아 있었다. 여인은 말할필요도 없이 나의 아내였다.
막상 동영상에 담겨있는 아내를 보자 가슴 밑바닥 깊은곳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불길처럼 확 솟아 올라왔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내가 뭐를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영화감상하듯 동영상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동영상에 비취지는 아내의 상체가 중심을 제대로 못잡고 많이 흔들리는 것으로 봐서 아내는 술에 조금 많이 취한 듯 해 보였다. 하지만 아직 정신은 놓고 있지 않은 듯 사내에게 혀꼬부라진 소리로 무언가 말을 하고 있었다.
"강혁씨! 여기 어디야? 미영언니 너무 많이 취해서 노래 부르다말고 여기와서 잠깐 쉬고 있다며?"
"아, 미영 누님은 옆방에 있어요. 모텔에서 혼숙하면 안된다고 해서 방 하나 더 잡은 겁니다."
"그래? 그럼 나 미영언니 있는데 가볼래. 어떤가 한번 보게."
"하하, 그렇게 취해서 가긴 어딜까요! 내가 가서 보고 올테니까 혜원 누님은 가만히 앉아서 좀 쉬세요."
"아이, 나 안 취했어!"
"하하, 고집좀 그만 부리세요. 엄청 많이 취했는데 뭘! 제가 가서 보고 올테니깐 잠깐이라도 눈 좀 붙이고 정신 차리세요. 누님도 지금 이대로 집엔 못 들어가게 생겼어요."
"아이, 난 괜찮아! 조금 있으면 다 깰거야."
"그러지 말고 제 말대로 하세요."
말을 마친 사내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사내가 사라지자 아내는 마음이 풀어졌는지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더니 잠이 들어버린다.
그리고 한 30여분정도 지났을까... 다시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카메라가 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이리저리 카메라를 돌리면서 무언가를 확인하는 폼이 아무래도 가장 좋은 화면을 담기 위해 위치와 앵글을 조정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카메라의 위치를 다 조정한 사내가 서서히 아내 쪽으로 다가간다. 그때까지도 아내는 아무것도 모른채 잠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아내 앞에 다가선 사내가 먼저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한다. 팬티만 남기고 자신의 옷을 다 벗은 사내가 아내의 옆에 비스듬히 눕는다. 그러더니 고개를 숙여 아내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한손으로는 능숙한 솜씨로 아내 상의의 단추를 풀러 아내의 앞섶을 노출시켜 놓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도 여전히 아내는 깨어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사내는 아내가 여전히 반응이 없자 더욱 대담하게 이번엔 아내의 치마속으로 손을 넣는다. 아내의 치마속에서 사내가 손을 꼼지락꼼지락하면서 아내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더니 곧 손을 빼는 것이 보였다. 사내의 손에는 아내의 팬티가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사내가 아내의 팬티를 벗겨 막 치마 밖 무릎 부분까지 내리는 순간 아내가 번쩍 눈을 뜬 것이다.
눈을 뜬 아내는 잠시 어리둥절한 듯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다 곧 사내가 자신의 앞섶이 풀어헤쳐져 있고 팬티가 무릎까지 내려가 있는 상황을 발견하고는 정신이 번쩍 든 듯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꺄악!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뭘 어떻게 돼. 어떻게 돼긴. 우리 여기까지 온거 연애나 한번 찐하게 해보자는 거지!"
"뭐에요? 처음부터 이렇게 안하기로 약속했잖아요. 미영언니가 여기서 쉬고 있다고 해서 잠깐 확인도 할겸 우리도 조금만 쉬고 나가기로 했잖아요."
"아, 이 여자가 지금 장난하나! 모텔에 쉬기만 할려고 들어오는 여자가 어딨어?"
"됐어요. 전 이제 이만 집에 가볼래요."
아내가 얼른 앞섶을 다시 잠그며 몸을 일으키려 하자 사내가 재빨리 아내를 잡고 침대에 눕혀 버린다.
"가긴 어딜 간다고 그래! 여기까지 올땐 다 알고 온거 아냐?"
"몰라요. 전 아무것도 모르니깐 이거 빨리 놔주세요."
"어허, 고년 앙탈은.... 가만히 있어보라구. 내가 오늘 뿅가게 해줄테니깐!"
사내가 거침없이 상스런 말을 내뱉으며 빠른 손놀림으로 아내의 옷을 벗겨내려가고 있었다. 아내는 아직 술에서 완전히 깨지 못한 듯 해보였고 사내의 강하고 능숙한 손놀림에 저항한번 제대로 못해본채 고스란히 사내 앞에 알몸을 드러내야만 했다. 이제 아내를 알몸으로 만들어버린 사내가 다 된 밥이라고 생각했는지 아내를 풀어준다. 아내가 재빨리 몸을 일으키더니 갑자기 두손을 싹싹 빌며 사내에게 애원한다.
"강혁씨, 제발 이러지 말아요. 저 남편도 있고 애도 있는 유부녀에요."
하지만 사내는 그런 아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걸치고 있던 팬티를 천천히 벗어던진다. 사내가 팬티를 벗자 사내의 당당한 분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을 향한채 당당한 남성의 상징을 과시하는 사내. 하지만 아내는 차마 그것을 못볼 것이라도 되는양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것이었다. 그런 아내에게 사내가 서서히 다가간다.
아내는 사내의 몸이 가까이 오는 것을 알고는 더욱 뒤로 물러선다. 하지만 사내는 아내의 한쪽 발목을 잡고는 자신쪽으로 끌어 당긴다. 그러자 아내가 싫다며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지만 사내는 아내의 간절한 애원따위는 들은체도 않하고 오히려 아내를 끌어당기는 팔에 더욱 힘을 줘 아내를 자신쪽으로 질질 끌고가는 것이었다. 아내를 완전히 자신쪽으로 끌어당긴 사내가 곧 아내의 하얀 나신위에 몸을 싣는다. 아내는 여전히 사내의 가슴을 갸냘픈 가슴으로 밀쳐내며 어떻게 해서든지 사내를 떼어놓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내의 억센 힘앞에 아내는 그저 한 마리의 연약한 사슴에 불과할 뿐이었다. 오히려 사내에게 양 손목을 붙잡혀 머리위로 넘겨져 움직이지 못하게 꽉 눌려져 더욱 옴짝달짝도 못하게 될 뿐이었다.
아내를 그렇게 거의 옴짝달짝도 못하게 만들어 놓은 사내는 그제서야 다 차려진 밥상에서 천천히 음식을 즐기듯 아내의 몸을 서서히 정복해나가기 시작했다.
아내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더니 아내의 입에도 쪽하고 키스를 한다. 아내는 그런 사내를 피해보려 고개를 요리조리 돌려보지만 능숙한 사내에겐 그마저도 통하지 않았고 결국 고스란히 입술을 내어주고 마는 것이었다.
한동안의 긴 입맞춤이 끝나자 아내가 시선을 떨구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린다. 여자로서의 부끄러움과 외간남자에게 강제로 입술을 내주고 말았다는 자괴감, 체념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사내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아내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아내의 풍만한 가슴을 주무르다가 아내의 젖꼭지를 입에 넣고 빨기 시작한다. 나머지 한손으로는 아내의 다른쪽 젖꼭지를 엄지와 검지로 찝어서 비벼대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아내의 젖꼭지는 딱딱하게 곤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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