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혹은 섹스에 관한 한 나처럼 지지리도 재주 없는 놈이 또 있을까?
나처럼 재수에 옴붙은 놈이 또 있을까?
결론부터 말 하자면 나는 만 22살이 넘도록 아직 숫총각이다. 요즘 '나이 스물 넘은 숫총각은 천연기념물'이라고까지 말하는 세태인데 정말 창피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고자라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허우대는 멀쩡했고 남들로부터 "연장이 잘 생겼다"는 말도 가끔 들어 온 터다.
특별히 결벽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카톨릭 신부나 승려같은 성직자가 된다거나 독신으로 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나는 주위 사람들이나 심지어 가족들에게서 조차 '변태'니 '섹스광'이니 하는 말을 들을 만큼 씹 한번 해보는 것을 간절히 열망해 왔고, 남달리 노력과 집착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세상의 온갖 연놈들이 나름대로 씹을 해가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겄만 나만은 정말 재주가 없고 재수에 옴이 붙었는지, 항상 실패와 좌절만 경험했을 뿐이다.
하기야 나의 잘못도 있다. 좀 더 과감히 밀어부쳤더라면, 좀 더 뻔뻔스러웠다면, 아니 그 빌어먹을놈의 맹서같은 것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좀 더 일찍 총각딱지를 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어떻는 나의 이야기는 이렇게 한없이 치욕스럽고, 실패와 회한만 가득한 내용으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돌이켜 보면 내가 처음 씹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의외로 빨리 왔다. 이미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이른바 빠구리를 시도했었으니까.
그해 여름방학 때 나는 같은 반의 상태, 원칠이와 저수지로 수영을 하러 갔다. 우리는 거기서 오줌 멀리 나가기와 자지 크기 시합도 했다. 오줌은 내가 제일 멀리 나갔고, 자지는 포경수술도 안 한 원칠이의 것이 그중 길었다.
그 놀이도 끝나 잠시 심심했던 차에 상태가 불쑥 말을 꺼냈다.
"야, 너희들 빠구리 어떻게 하는지 알아?"
나도 웬만큼은 알고 있었지만 짜식이 또 무슨 공갈을 치려나 싶어 가만히 있는데 원칠이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모양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빠구리가 뭔데...?"라고 물었다.
"여자 보지에 남자 자지를 박는 거야. 그래서 좆물이 들어가면 아이가 생기기도 하고 여지는 좋아서 흥야, 흥야 하지."
"네가 해 봤어?"
무식이 탄로난 원칠이는 반발심에서 이렇게 물었다.
"임마. 꼭 해봐야만 아니? 나는 못해 봤지만 우리 아빠 엄마가 하는 건 많이 봤단말야. 아빠 엄마 모두 홀딱 벋고 서로 끌어 안은 채 자지를 박는데 심할 때는 엄마가 '아이고, 나 죽어. 그만, 그만,,,'하며 막 울기도 하지. 하지만 실제로는 그게 더 해 달라는거야. 그래서 아빠 좆물을 다 받고 나서도 한참동안은 좋아서 흥야, 흥야 하지."
"나도 그 정도는 알아."
그때까지 잠잫고 있던 나도 대화에 끼어 들었다.
"그런데 나도 아직 빠구리는 못해 봤는데 이 참에 우리 빠구리나 한번 할까?"
이렇게 빠구리의 제안은 내가 먼저 했다. 두 친구도 대뜸 찬성했으므로 우리는 곧 구체적 계획과 역할분담을 짜기 시작했다.
우선 장소는 상태의 집으로 정했다. 상태 부모는 대로변에서 분식센터를 하고 있어 낮에는 집에 상태와 2살 아래인 여동생 상미 뿐이라 우리의 비밀공작에는 더 할 나위 없는 아지트였다.
빠구리의 상대로는 역시 같은 반인 영숙이를 찍었다. 사실 영숙이는 그리 마음에 드는 상대는 아니었다. 그때 키는 나보다 좀 컸지만 깡마르고 새까만 피부에다 쪼그만 눈은 꼬리가 올라가 있어 예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계집애였다.
어머니는 일찍 가출을 했고,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계모와 함께 사는데 옷차림도 늘 후졌고, 머리에 이가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같은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따돌림을 당하는 좀 불쌍한 소녀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만만한 상대이기도 했다.
영숙이를 꼬여 오는 것은 상태가 맡기로 했다. 그래서 적당히 분위기가 잡히면 좋은 말도 빠구리를 제의한다. 영숙이가 거절하면 그때는 원칠이가 나서서 공갈을 친다. 여학생한테 짓꿎기로 소문난 원칠이의 협박을 웬만해서는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영숙이가 끝내 싫다고 버틴다면 힘으로 하는 수밖에 없다. 온몸을 꽁꽁 묶고 강제로 옷을 벗기는데 이때는 뚝심이 센 편인 내가 앞장 서기로 했다.
"뭐 밧줄이나 노끈 같은 것이라도 미리 마련 해야 되지 않을까?"
매사에 준비성 많은 내가 이렇게 말하자 상태는
"우리집 장농에 아빠 넥타이나 혁대가 많으니까 그걸 쓰면 돼"
라고 해서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
이튿날 영숙이가 약속된 시각에 오자 우리는 상미를 내쫒고, 미리 준비한 과자와 쥬스를 먹으며 만화책도 함께 보고 게임도 했다.
영숙이는 처음 '악동 삼총사'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아주 긴장한 듯 했으나 우리 모두가 친절하게 대하자 나중에는 아주 감동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상태가
"우리 빠구리나 한번 할까?"
하고 말을 걸었을 때도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시작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밧줄이나 노끈을 준비했더라면 괜히 헛물만 켤 뻔 했다.
우선 일번타자로 상태와 영숙이가 아래를 벗었다. 정말 고추처럼 생긴 상태의 자지는 빳빳하게 성이 나 있었다.
영숙이의 보지는 밋밋했다. 그러나 애들 보지야 나도 익히 보아온 터이건만 막상 진짜 빠구리를 한다고 생각하자 가슴도 약간 두근거리고 어느 새 내 자지도 빳빳해 졌다.
상태는 똑바로 누은 영숙의 허벅지 양 옆에 무릎을 꿇고 자지를 박으려 했다. 그러나 칼자국처럼 좁은 틈새로 쉽게 들어가지 못했다. 몇번을 시도하다 안되자 상태는
"야, 좀 벌려 봐"라고 짜증스럽게 말했다.
영숙이가 무릎을 약간 세우고 양손을 대자 발그레한 보지 속살이 들어났다. 그래도 상태의 자지는 쉽게 박아지지를 않았다.
"얘, 침을 좀 발라 봐."
영숙이의 말에 상태는 "네까짓게 뭘 알아"라며 화를 냈지만 다시 몇차례나 실패한 끝에 결국 침을 바르고 진입할 수 있었다.
둘은 그렇게 살을 섞은 채 한참을 가만히 있기만 했다. 상태는 뒤꼭지만 보여 알 수가 없었지만 천정을 향해 눈만 멀뚱하게 뜨고 있는 영숙이를 보면 흥야, 흥야 소리는 도저히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야, 기분이 어떠냐?"
궁금하다 못해 내가 닥아가 묻자 상태는 "좆도, 별거 아니야"라고 약간은 투덜거리듯하며 일어서더니 "자, 이제 민수 네 차례야"라고 했다.
아, 그때 내가 순서를 그대로 지켰더라면 보지 맛도 보고, 그토록 오랜 세월을 컴플렉스에 빠져 살지 않을 수도 있었으련만. 그 때 부터 운명은 나를 비켜간 것이다.
나는 "원칠이, 너부터 해"라고 양보를 했다. 웬지 쑥스럽기도 하고 별 재미도 없어 보여 좀 더 지켜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원칠이는 순순히 내 말을 따랐다. 한번 지켜 본 눈썰미 때문인지 원칠이 자지는 침을 안 바르고도 바로 들어갔다. 그러나 영숙이는 좀 화가 난 듯 했다.
"얘들이 아주 맹탕이네. 아, 자지를 뺐다 박았다 해야지."
원칠이는 그 말도 순순히 따라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들썩거리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 지더니
원칠이는 "으 으, 이상해"라며 신음 비슷한 소리를 냈다.
점차 둘다 가쁜 숨소리가 나왔다. 하기야 저렇게 쉴 새 없이 박아대는 자지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보지나 다 힘도 들 것이다. 내가 보기에도 그것이 진짜 빠구리 같았다. 구경하는 나도 가슴이 쿵쾅거리고, 손에는 땀이 나고, 바지 속에서 자지가 끄떡거렸다.
하지만 그 격동의 움직임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원칠이는 몸을 한번 부르르 떨더니 동작을 멈추고 일어났다.
내가 원칠이에게도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원칠이 역시 "이상해"라고 아까 했던 말을 반복하는데 눈도 좀 이상하게 풀어져 있는 것 같았다.
영숙이 보지는 좀 질퍽해 보였다. 영숙이는 그 물끼를 손가락으로 찍어 자세히 들여다 보고 냄새도 맡아 보더니 "에개, 좆물도 안 나왔잖아"라고 했다.
그 말에 원칠이는 얼굴을 붉혔다. 나도 웬지 좀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날의 영숙이는 여유가 있어 상대를 위로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기술은 괜찮았어. 처음 한 셈 치고는... 상태하고는 수준이 달라.'
졸지에 비교 대상이 된 상태는 "씨팔년아, 나도 잘 할 수 있단말야'라고 욕설을 하며
"너 빠구리 많이 해 봤구나. 그렇지?"라고 물었다. 상태가 질문하는 속셈은 뻔했다.
영숙이의 약점을 찔러 창피를 주자는 것이다. 솔직히 우리가 이렇게 어울리지 않고 영숙의 오늘같은 모습을 알았다면 우리는 영숙이를 '빠구리쟁이'라고 신나게 놀려 댔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의 영숙이는 여유가 있을뿐 아니라 당당하기까지 했다. 배시시 웃으며 "그렇게 많이는 아니야. 그저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가끔 하지"라고 했다.
상태가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아이쿠! 질렸다. 내가 졌다"라는 항복의 표시 같기도 했고. "나 혼자서는 상대가 안 되겠군. 네가 좀 도와 줘"라는 구원의 요청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나도 이날의 영숙이에게 좀 주눅이 들어 있어 상태의 힘겨운 싸움을 가로맡을 처지는 아니었다.
어쨌든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이번에는 나도 기대에 부풀어 날쎄게 바지와 팬티를 벗고 영숙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영숙이가 벌떡 일어나 앉더니 내 자지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어머! 민수는 포경수술도 했네. 대가리가 참 예쁘게 생겼다. 이런 자지가 크면 나팔좆이 된다더라."
나는 순간 이 애가 너무 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우리가 놀리거나 머리를 한대 쥐어 박으면 꼼짝도 못하고 눈물이나 질질 짜던 계집애가 오늘은 아예 남자 셋을 갖고 노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셋은 누구도 그날까지 진짜 빠구리를 못해 봤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더구나 못생겼어도 여자가 자지를 만지니 기분이 야릇했다. 하지만 역시 보지 속에 들어가야 제 맛일 것이다.
나는 영숙이의 밋밋한 보지를 봤을 때부터 빳빳하게 서 있던 자지를 한 손 끝으로 잡고 막 보지 속으로 진입하려 했다. 이때 누군가 방문을 건드리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아까 우리가 굳게 잠궈 놨으르모 열릴 턱이 없다. 그러나 곧 문이 깨어질 듯 쾅쾅거리며 이어 앙칼진 고함이 들려 왔다.
"상태야, 이 새끼야! 냉큼 이 문 못 열어?"
상태 엄마였다.
우리는 모두 혼비백산하게 놀랐다. 상태 엄마는 우리 동네에서 거세기로 소문난 여자다. 상태는 수시로 제 엄마한테 얻어 맞으며 살았고 수 틀리면 남펀도 팬다는 여자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태는 나와 영숙이가 미처 옷을 챙겨 입을 틈도 주지 핞고 방문을 열어 주었다.
방안을 휙 둘러 본 상태 엄마는 한 눈에 사태를 파악한 듯 했다. 옆구리 쪽으로 상미가 얼굴을 내밀자 "너는 나가 있어"라며 거칠게 밀어 버리고는 방문을 콱 닫았다. 나도 나름대로 사태를 파악 했다.
우리와 함께 놀겠다고 매달리던 상미를 내 쫓았더니 이 계집애가 앙심을 품고 제 엄마한테 우리가 "못된 짓을 하고 있다"고 일러바쳐 저 마귀할멈 같은 여지를 끌고 온 것이다.
"이 대가리 피도 안 마른 새끼들이..."
상태엄마는 곧바로 아들 쪽으로 가더니 상태의 면상에 펀치를 날렸다. 나는 여자가 주먹으로 남을 때리는 장면을 그 날 처음 보았다.
그 펀치는 정식 어퍼커트가 아니고 약간 오픈성이 있는 훅이었지만 상태는 벌렁 나 자빠졌다.상태 엄마는 쓰러진 아들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우더니 이번에는 왼 손으로 배를, 오른 손으로는 턱을 가격했다. 상태는 또 벌렁 나 자빠졌다.
"일어나, 이 새끼야. 엄살부린다고 그냥 넘어갈 줄 알아? 너는 오늘 직코로 걸린 거야."
상태 엄마는 이번에도 똑같은 컴비네이션의 펀치로 상태를 다운 시겼다. 내가 보기에 상태 엄마는 아들을 훈계한다기 보다 오랫만에 몸을 풀게 되어 즐겁다는 표정이었다.
다시 상태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을 때 상태는 필사적으로 제 엄마의 허리를 잡으며 절규했다.
"엄마, 나는 아무 짓도 안 했어! 그냥 구경만 한거야! 쟤네들이 하면서 그냥 보라고 해서 구경만 했어."
비겁한 배신자 자식. 상태는 고개를 우리 쪽으로 돌려 나와 영숙이를 지목했다. 상태의 클린치 작전은 일단 성공했다. 상태 엄마는 막 내 지르려던 주먹을 내려 놓고 우리쪽을 돌아보며 씩 웃었다. 그 웃음은 어린 아이들을 잡아 먹는다는 마귀할멈을 연상케 해 화 난 얼굴보다 더욱 소름이 끼쳤다.
"꼴에 부끄럽냐? 그 손 치워 봐."
나와 영숙이는 그때까지 상태 엄마의 강 펀치에 놀라 미처 옷을 챙겨 입을 엄두도 못 내고 엉거주춤 서 있기만 했다. 그리고 정말 우습게도 둘 다 두손으로 아래 쪽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상태 엄마의 첫마디는 부드럽게 들린 탓인지 우리는 아무 동작도 새로 취하지 않았다.
"그 손 치우라니까!"
앙칼진 고함에 나와 영숙이는 화들짝 놀라며 동시에 두 손을 뒤로 뺐다. 내 자지는 어느 새 번데기처럼 줄어 들어 있었다.
"원, 녀석들. 이런 벌레 같은 것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거냐?"
상태 엄마는 그 번데기를 손으로 툭툭 치며 비웃었다. 나는 남자의 자존심이라는 것이 얼마나 유별나고 비장한 것인가를 그때 체험했다. 상태처럼, 아니 그보다 더 심하게 죽을 지경으로 매를 맞더라도 이렇게 모욕을 받는다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이미 그때 하게 된 것이다.
"너도 아직 영글지도 않은 것이..."
상태 엄마는 영숙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이 계집애는 물까지 쌌잖아. 벌써 맛을 아는 모양이로군. 네가 꼬리 친거지?"
"아니예요, 아줌마. 저는 아니예요."
영숙이는 훌쩍거렸다. 조금 전까지 당당하고 여유롭던 모습은 간데 없고 어느새 늘 핍박받는 가련한 소녀로 되돌아가 있었다.
"쟤가 시키는대로 안 하면 맨날 괴롭히고 학교에 나쁜 소문도 내겠다고 해서..."
비겁한 배신자 년. 이번에도 영숙이는 나를 가리켰다.
"그리고 보니 민수 요녀석, 네가 주동자로구나. 나는 그래도 네가 공부도 잘하고 순진한 아이로 알았는데...?"
아니, 이렇게 억울할 데가 있나. 여기 있는 4명중 빠구리를 못해본 사람은 나 하나 뿐인데 덤터기는 나 혼자 다 뒤집어 쓰다니... 진실규명의 차원에서라도 이 누명은 벗어나야 한다.
상태 어머님. 귀하는 지금 큰 오해와 착각을 하고 계십니다. 진짜 빠구리를 한 것은 저 두놈과 저년입니다. 지금이라도 저 두놈의 아래를 벗겨 보시면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포착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저도 빠구리를 시도했었다는 점은 인정하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단지 미수범일 뿐입니다. 명백한 현행범과 미수범은 그 죄질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듯 형량, 아니 그 징벌에서도 차별화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바로 이 점을 강조하며 죄질이 가장 경미한 저에게 관대한 처분을 요망하는 바입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 입을 빠져나간 말은 "아, 아, 아줌마.., 사실은 그, 그, 그게 아니고..."라는 더듬거림 뿐이었다.
"아니, 요 녀석 봐라. 이렇게 아래를 홀랑 까고 있으면서 또 무슨 거짓말을 까겠다는 거냐? 안 되겠다. 너의 부모님하고 학교에 알려서 한 번 혼찌검이 나도록 해야지."
이 말에 나는 모든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정말 서럽게 울면서 "잘못 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테니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라고 빌었고 "제발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말을 덧붙였다.같은 말을 백번은 더 한 끝에 겨우 용서한다는 언질을 받아 냈다. 그러나 그 대가는 컸다.
"그렇다고 우리 분식센터에 발을 끊으면 안 돼. 아니, 오히려 그럴수록 더 자주 와야지."
상태 엄마는 지나가는 말처럼 이야기 했지만 나는 그것이 조건부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용돈으로 햄버거를 사 먹거나 전자오락실에 가기는 다 틀렸다. 모두 다 분식센터에 갔다 바쳐야 할 판이다.
사태는 일단 이렇게 수습되었지만 나의 억울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배신자들에게 저주 있으라.
그날 그 연놈들이 나를 마귀할멈에게 팔아 먹으면서 상태는 더 이상 제 엄마의 강펀치를 맞지 않았다. 영숙이는 상태 엄마한테서 생리대까지 하나 얻어 차고 갔다. 특히 우리 셋중 가장 실속있게 재미를 본 원칠이는 내가 울며 불며 용서를 비는 와중에서 옥 한마디 듣지 않고 넘어가 버렸다. 이렇게 재수 옴붙은 놈과 온 좋은 놈은 운명부터 다른 것이다. 더욱 억울한 것은 이 일이 끝내 우리 가족에게까지 일려 졌다는 점이다.
하루는 집에 나와 민정이 누나, 누이동생 민정이등 셋만 있을 때였다. TV에서 프로야구 중계를 하기에 채널을 돌렸더니 만화영화를 계속 보겠다던 민정이가 심통이 난 모양이었다.
"언니, 오빠가 영숙이하고 빠구리 했다."
불쑥 튀어 나온 말에 나나 누나나 모두 깜짝 놀랐다.
"아니, 너는 어린애가 무슨 그런 소리를...? 너는 그게 무슨 말인줄이나 알고 하는 소리냐?"
누나의 질책에 민정이는 당당하게 맞섰다.
"내가 그런 것도 모를까봐. 여자 보지에다 남자 고추를 집어 넣는거지."
"어머,어머! 얘가 무슨 그런 상소리까지..."
누나는 자신이 제일 큰 잘못을 한 사람처럼 얼굴을 붉혔다. 다른 때 같았으면 나는 이러한 누나의 변화에 무척 재미 있어 했을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민지 누나는 얼굴이 제법 예쁜 편이지만 또 지독한 공주병 환자다.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예쁠 뿐 아니라 고결하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그래서 벌레나 조금 더러운 것만 봐도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남들이 조숙하다고 할만큼 벌써 젖통은 간장종지 크기로 부풀어 있고 얼마 전부터 멘스도 한다. 멘스가 정확히 뭘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와 누나의 말을 엿들은 후 나는 그것을 빌미로 자주 누나를 놀려 먹을 수 있었다.
6학년 형들이 여학생들을 놀리는 것을 흉내내어 괜히 그 앞에서 코를 킁킁 거리다 "어휴, 냄새! 그 멘스 냄새 참 더럽다" 라고 하면 얼굴이 빨개 져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 웬만한 장난보다 훨씬 재미 있었다.
그러나 이날 누나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공격적이었다. 나를 매섭게 째려 보며 "너, 민정이 말이 정말이냐?"고 다그쳤다.
"무슨 소리야?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알지도 못하고 아무 짓도 안 했어."
이런 상황에서 시침을 떼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나는 강력히 부인했다.
"피, 거짓말. 그날 상미 엄마한테 현장을 들켜서 늘씬하게 얻어 맞았다는네..."
"이 쌍년아! 매 맞은 건 상태 새끼야. 나는 한대도 안 맞았단 말야."
나는 민정이가 얄밉기도 한 터에 틀린 말을 했으므로 거세게 반격을 가했다. 그러나 누나는 노련한 형사처럼 내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역시 지나친 흥분은 일을 그르치기 쉬운 것이다.
"아하, 그러니까 현장을 잡힌 것은 사실이로구나. 어쩌면 어린애들이 벌써부터 그런 짓을 하니? 너는 확실히 변태야."
"아, 오빠가 변태라서 그렇구나."
민정이가 거들었다. 변태가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확실히는 모르지만 강도나 도둑놈보다 더 심한 욕이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나는 정말 화가 치밀어 만만한 민정이를 향해 "이 쌍년이..."라며 주먹을 쳐들었다. 그러나 이날의 터미네이터인 누나가 가로막고 나섰다.
"아니, 못된 짓을 한데다 상소리까지 해 대더니 이제는 동생한테 폭력까지... 안 되겠다. 아빠
엄마한테 일러서 된통 혼이 나야지."
나는 그때부터 유달리 명예를 중시하는 타입이었을까. 남에게 이른다는 말만 나오면 온몸에 힘이 빠져 버리는 것이다. 상태 엄마한테 처럼 누나한테도 비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같은 말을 열번도 더 한 끝에 겨우 아빠 엄마한테 안 이른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그러나 역시 그 후유증은 컸다.
그 후부터 우리집 TV 채널권은 오랫동안 민정이가 장악했으며 다시는 누나를 놀릴 수도 없었다.
딱 한번 하도 누나가 얄밉게 굴어 "어휴, 멘스 냄새..."
하고 말을 꺼냈더니 얼굴을 붉히기는 커녕 매섭게 나를 노려보며 "이 변태가..."라는 통에 꼼짝 없이 물러서야 했고 그 후로 다시는 그 말을 사용하지 못했다.
이렇게 나는 빠구리도 못해본 채 억울한 누명만 쓰고 그 후유증으로 한 없이 우울하고 불행한 소년기를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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