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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5일 목요일

망각의사슬-3부

" 네.. 박 진석 입니다... "
" 나야.. "
" 한과장.. 어떻게 된거야... 연락도 없이... "
" 지금 어디야.... "
" 회사는 어때... "
" 어떨지 뻔히 알면서 그래.. 일단 휴가 처리는 해놨지만 시말서 정도는 각오해야 할것같아... 아뭏튼 이번주 안으로 돌아와... 부장님도 더 이상 참을수 없다는 눈치야... "
" 알았어.. 내일 올라갈 참이였어.. "
" 근데.. 무슨 일이야... 갑자기 말도없이 사라지고... "
" 나중에 얘기할게.. 끊을께... "
" 야.. 한 수진... "

진석은 자신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수진이 전화를 끊자 수화기를 바라보며 한숨을 길게 내쉬며 수화기를 전화기에 올려 놓으며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 뭐야.. 도대체 무슨일인데 회사까지 안나오고.. "
진석은 아무리 생각해도 수진의 성격상 아무말없이 일주일이나 회사를 비운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진은 언제나 일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며 열성적으로 움직이던 커리어 우먼이였다. 그런 수진이 이런식의 행동을 보인다는건 대학 시절부터 수진을 줄곧 옆에서 지켜봐온 진석으로썬 상상도하기 힘든 일이였다.


" 네..서주영..입니다.. . "
" 나야.. 수진이... "
" 수진아.... "
주영은 하마트면 들고있던 핸드폰을 떨어뜨릴뻔 했다.
" 우리 한번 만나야 되지 않을까... "
전화기 너머로 싸늘하게 수진의 음성이 귓전을 때리자 주영은 눈을 내려 감으며 달음질치듯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는듯 가슴에 손을 얹었다.
" 그.. 그래.... "
" 지금 나 서울로 가는 중이니까.. 이따 일곱시에 너희집 앞에있는 거리의 악사에서 만나자... "
" 그래.. "
" ..... "
수진이 자신의 대답뒤에 무슨말인가 하려는듯 잠시 침묵이 흐르자 주영은 내심 긴장했지만 곧이어 전화가 끊기는 소리가 들리자 주영은 핸드폰을 접으며 몸을 내던지듯 쇼파에 기대어 앉았다.


주영은 눈앞이 캄캄했다. 수진을 만나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 해야할지 막막해져 왔다.
수진의 눈앞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태우와 누워있던 현장을 들켜버린 주영으로썬 수진에게 무엇을 어떻게 말을할수 있을런지 겁이나기 시작했다. 이제 수진과는 삼십년을쌓아온 우정의 끈 같은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수진에게 있어 이제 자신은 수진의 남편을 뺏아간 몰염치한 여자일뿐 그 무엇도 아닐것이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주영은 이처럼 자신을 죄인으로 만들어버린 일년전의 그 사건이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갔다.


" 건배.... "
" 축하해.. 여보... "
" 나두 축하한다.. 수진아... "
" 고마워... 당신.. 그리고 내 사랑하는 친구... "

수진은 자신의 과장 진급을 축하해주는 자신의 남편인 태우와 주영을 바라보며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과장이란 타이틀을 따기가지 얼마나 열심히 일했던가.. 때로는 회사일에 매달려 사는듯한 자신을 향해 쏟아지던 태우의 신경질적인 태도를 잠재워가며 때로는 여자라는 사회적 편견속에서 수진은 정말이지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이제 과장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것이다. 하지만 수진의 꿈은 과장 진급을 시작으로 다시 싹트기 시작했다. 수진에겐 과장이란 직급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그저 밟아야할 하나의 수순일 뿐이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역시 수진의 마음은 적지않게 기뻤다. 많은 입사 동기중 자신과 진석을 포함한 단 세명만이 과장이란 직급을 달개된 점에 대해서는 수진은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 이젠 회사일 말고도 나한테도 신경 좀 써줘라... 난 모냐... "
" 알았어.. 알았다구... "

주영은 마치 투정을 부리는듯한 태우와 그런 태우를 향하여 미소를 지으며 환하게 웃는 두 사람을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신의 친구인 수진은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여자로써 남에게 뒤지지 않는 외모...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자리... 그리고 이해심 많은 남편까지... 마치 수진은 여자로써 가져야할 행복 모두를 지닌 여자처럼 느껴졌고 그런 수진과 비교되는 자신의 모습이 웬지 초라해 보였다. 서른 한살이 되도록 아직 혼자인 자신.. 그리고 늘 외로움에 휩쌓여 사는 자신을 바라보며 주영은 알수없는 자괴감에 빠져들고 있었다.

" 주영씨.. 뭐해요... 한잔하죠... "
생각에 바져있던 주영을 향해 태우가 잔을 들자 주영은 미소를 지으며 태우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한뒤 단숨에 잔을 비웠다.
" 와.. 주영이 너 술 많이 늘었다.. 혼자 살다보니 밤마다 술에 취해 잠드는거 아냐... "
" 얘는.... "
주영은 수진이 별뜻없이 던진말에 가슴 한구석 으로부터 밀려오는 허전함에 비워진 잔에 다시 술을 채웠다.
" 주영씨는 결혼 안하실 겁니까... "
" 결혼은 뭐 혼자 하나요... "
" 참나.. 주영씨 같은 미인을 왜 남자들이 안채가는지 모르겠네요... "
태우가 술에 취해 조금 벌게진 얼굴을 한체 주영에게 말을 건내자 주영은 아무 말없이 그저 미소만을 지어 보였다.
" 주영아.. 그러지말고 눈좀 낮춰라... 나처럼말야... "
" 뭐야... "
" 후후.. 아냐.. 아냐.. 농담이야... 암튼 속은 좁아 가지고.. "
수진의 말에 태우가 인상을 쓰며 수진을 노려보자 수진은 크게 웃으며 손을 가로저으며 태우를 달랬다.
그렇게 분위기가 익어갈수록 주영은 점점 더 외로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술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 여보.. 정신차려... 집에 다왔어... "
태우는 택시에서 내리자 술에취해 정신을 잃은체 자신에게 안겨있는 수진을 흔들어 깨웠지만 수진은 도무지 정신을 차리질 못했다.
" 참나원... 암튼 술만 먹으면 이래요... "
" 어떡하죠... "
주영은 술집에서 나올때쯤 수진이 술에 취해 만신창이 되어버리자 수진을 엎은체 나서는 태우의 뒤를 따라 수진의 핸드백을 들고 수진의 집까지 찾아오게 된것이다.
" 안되겠어요.. 제가 업을 테니까.. 주영씨가 엘레베이터 좀 잡아주세요.. "
" 알았어요.. 어서 업으세요... "
주영은 이미 자신도 술기운에 몸을 가누기가 어려웠고 정신마저 아득했지만 수진을 등에 업고 걸음을 내딛는 태우를 따라 엘레베이터로 향했다.

" 응..차.. "
태우가 힘을주며 수진을 침대에 눕히자 수진은 팔다리를 널부러 뜨린체 침대에 누워버렸다.
" 아휴.. 내가 미쳐요... 맨날 아내 술취하면 업고 다녀야하고... "
" 그래도 태우씨는 이해심이 많으시네요... 수진이 이러는거 이해하시고.. "
" 이해는 무슨 이햅니까.. 아무리 얼르고 달래도... 듣질 않으니 포기한거죠.. "

내심 그랬다. 태우 역시 수진이 가끔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는 모습을 볼때마다 적지않게 화가났다. 그런 수진에게 태우는 불같이 화도 내봤지만 그럴적마다 언제나 돌아오는건 이해심 없는 남편이라는둥... 여자는 술먹는걸 나쁘게만 생각하는 전근대적인사고 방식을 가진 남자라는둥... 수진의 강렬한 반발뿐이였고 그런 시간이 몇번을 되풀이하자 태우는 그런 수진의 행동에 대해 포기했다. 그리고 그렇게 태우의 기분을 얹짢게했던 몇번의 말다툼은 수진과 태우 사이를 가로막기 시작한 하나의 작은 벽으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 저 이만 갈께요... "
" 내일 휴일인데 주무시고 가시죠.. 아침에 수진이랑 식사도 하시고... "
" 아니예요.. 가야겠어요.. 어지러워서 집에가서 샤워도 해야겠어요.. "
" 오늘수진이 때문에 고생 하셨읍니다... "
" 아니예요.. 그럼.. "
주영은 조금전부터 술기운이 점점 자신을 휘감아오며 어지러워지기 시작하자 어서 집으로 돌아가 눕고싶은 생각뿐이였다.
" 안녕히 가십시요... "
" 네.. "

주영이 현관으로 발길을 돌리자 태우가 배웅을 하기위해 주영을 쫓아 나오며 인사를 건내자 주영은 답례로 가볍게 인사를 한뒤 현관앞에 돌려져 있는 자신의 신발을 집기위해 허리를 약간 숙이는 순간 주영은 갑자기 자신의 눈앞이 캄캄해지며 자신의 몸이 힘없이 앞으로 꼬구라지는 듯한 느낌에 비명을 질렀다.

" 아악.. "
" 엇.. 주영씨... "

넘어지는 주영의 팔을 붙잡기위해 태우가 황급히 손을 뻗었지만 주영의 몸은 속절없이 그대로 앞으로 쓰러지며 신발장에 머리를 받고 말았다.
" 콰당.... "
주영은 자신의 머리에 무엇인가 둔탁한것이 부딪치는 느낌을 받으며 밀려드는 통증에 얼굴을 일그러 트렸다.
" 주영씨.. 괜찮아요... "
" 네... "
태우가 주영의 팔을 잡아 일으키며 묻자 주영은 일어서며 태우의 말에 대답을 했다.
하지만 몸을 세우던 주영이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다시 몸이 휘청거리며 넘어가자 다시 짧은 비명을 토했고 태우가 그런 주영을 붙잡기 위해 반사적으로 주영의 허리를 향해 팔을 뻗었다.

" 정신 차리세요.. 주영씨... 괜찮아요.. "
" ..... "

순간 주영은 쓰러지는 자신을 붙잡기 위해 뻗었던 태우의 팔이 자신의 가슴을 움켜쥔것을 느끼자 당황한체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아직 태우는 자신의 손이 주영의 가슴을 움켜쥔것을 느끼지 못한듯 했다.
" 네.. 괜찮아요.. "
주영이 어렵게 말을 건낸뒤 몸을 약간 비틀자 그제서야 태우는 자신의 손이 주영의 가슴을 움켜쥔것을 느끼자 얼른 주영의 가슴에서 손을 띄었다.
그렇게 순간적으로 상황을 파악한 두 사람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흐른뒤 태우가 무엇을 발견하듯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 어.. 주영씨.. 피... "
" 네.. "
" 머리에서 피가... "

주영은 태우의 말에 손을 자신의 이마로 가져가 자신의 이마를 적시고 있는 액체를 손으로 문지른뒤 손을 자신의 눈앞으로 가져가자 빨간 핏자국이 얼룩져있는 자신의 손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랬다.

" 어..머... "
" 안되겠어요.. 일단 들어오세요.. 제가 약 가져올게요.. "

태우가 머뭇거리는 주영의 팔을 이끌자 주영은 자신의 핏자국에 놀란 가슴에 아무런 몸짓없이 태우가 이끄는 대로 끌려가 쇼파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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