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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망각의사슬-17부

" 정신들어... 김대리... "
" 박 과장님.... "
" 그래.. 나야... 나.. 알아보겠어.. "
" 여기가.... 어디.... "
" 병원이야... "
상훈의 말에 진석의 뒤에 서있던 수진이 입을 열었다.

" 한과장님... 어떻게 된거죠... "
" 사고가... 트럭이 중앙선을 침범하는 바람에... 그만... "
" ...... "
" 다행이 많이 다치지는 않았어... 경찰이 김대리 수첩에 있던 회사 비상 연락망을 보고 전화를 해서 달려온거야... "
멍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상훈에게 수진이 상황을 설명했다.

" ... 과장님... 미영씨는요... 미영씨는 어딨읍니까... "
" ..... "
불현듯 미영이 생각난듯 상훈이 몸을 뒤척이며 진석에게 다급한 소리로 물었다.
" 김대리.. 그게.... "
" 과장님.. 미영씨는요.... 설마.... 아니죠..... "
" 어... 그래... 지금 중환자실에 있어.... 그런데... "
" 뭐예요.. 과장님... 미영이가 어떻게 된겁니까.. 중환자실엔.. 왜요... "
상훈의 외침에 진석이 난처한 표정을 지은체 말을 잊지 못하자 수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 생명에는 지장이 없데.. 그런데.. 추돌 당시 다리가 파손된 차체에 끼이는 바람에..... "
" ...... "
" 다리가..... "
" 미영이 다리가 왜요... 미영이 다리가... 왜요.... 과장님.... "
" 한쪽 다리를 절단했어... 나머지 한쪽 다리도 신경이 끊어지는 바람에... "
수진이 어렵사리 미영의 상태를 설명하고 나자 상훈이 눈을 부릅뜬체 고개를 옆으로돌린 수진을 바라보았다.

" 아뇨.. 그럴리가 없어요.. 우리 미영이가 그럴리가 없어요... 그렇죠.. 과장님...

가 잘못 아시고 계신거죠.... 그렇쵸.. 한과장님.. 네... 그런거죠... "
" 김대리.... 진정해... "
" 박대리님이 말씀해주세요.. 지금 한고장님 말ㅆ므 거짓말이죠.. 그런거죠.. 절 놀래 킬려고 그냥 하는 소리죠... "
" 김대리..... "
" 안돼요... 미영이가... 그럴리가............ 미영이한테 가겠읍니다... 제가 확인할껍니다... 그럴리가 없다구요... "
" 김대리....... "
진석의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상훈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진정시키려 했다.
" 놔요.. 이거 놓으란 말입니다... 미영이한테 가야됩니다.. 놓으라구요.. "
" 김대리.. 이러지마... 진정부터 하라구..... "
" 놔요... 놓으란 말입니다.. 놔........ 놓으란 말야........ "
" 이봐... 김대리..... "
" 놔........... 놓으란 말야.. 우리 미영이가.... 미영이가... 그럴리가 없어 없다구
요.... 그럴리가 없단 말입니다...... 그럴리가....... "
상훈의 행동을 고함을 치며 진석이 만류하자 상훈이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있는 진석의 팔을 부여잡은체 머리를 흔들며 진석의 팔에 머리를 기대왔다.
" 그럴리가 없어요... 과장님... 미영이가 그럴리가.... 으흑.. 큭.. 그럴리가.. "
" 김대리.. 자네가 이러면 안돼... 미영씨를 생각해야지.... "
" 크흐흑... 미영아.... 미영아.... "

상훈의 팔을 부여안은체 상훈이 오열하자 수진이 그런 상훈의 모습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겠다는듯 고개를 돌려 눈가에 맺히는 눈물을 훔쳐냈다.

" 추돌시 밀려들어온 차체에 다리가 끼면서 많이 상하는 바람에 어쩔수없이 다리를 절단할수 밖에 없었읍니다... 그리고 한쪽 다리도 사고시 충돌로 인해 척추에 손실을 입은 관계로 신경이 끊어져 버렸읍니다.... "
" ..... "
아무런 표정없이 미영의 상태를 나열하듯 설명하는 의사의 말을 들으며 상훈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 그런데 문제는.... "
" ..... "
의사의 또다른 말에 상훈이 내려감은 눈을 뜨며 의사를 바라보았다.
" 환자가 임심중이라는 겁니다.... "
" 네..... 임신중이라뇨... "
" 아직 모르셨군요... 이개월쨉니다... "
" 선생님..... 그게..... "
의사의 충격적인 말에 상훈이 말끝을 떨며 의사를 바라보았다.
" 오늘 아침 검사 결과가 나오는 바람에 저희도 알았읍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환
자의 상태로는 더이상 태아를 지키기가 힘들것 같습니다.... "
" ....... "
그저 멍하니 입을 벌린체 자신을 바라보는 상훈을 한번 흘끗 쳐다본 의사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 지금 환자의 상태로는 환자도 위험 합니다... 그전에 수술을 권할수밖에 없읍니다... "
" 그렇다면.... "
" 낙태수술을 말하는 겁니다.. 그것도 환자가 정신을 차리는대로 빠른 시간에 하는것이 좋을듯 합니다... "
" ....... "
" 일단은 먼저 환자가 깨어나서 다시 한번 정밀 검사를 받은 다음에 다시 얘기하도록 하죠... 하지만 제가 말씀 드린건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
말을 마친듯 의사가 가볍게 상훈을 향해 목을 숙인다음 병실을 빠져 나가자 상훈은 멍하니 침대 끝자락만을 바라보며 조금전 의사가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 미영아.... 미안해... 미안해... 흐흗.... 나때문에.... 미영아... 으흐흑... "
의사의 말을 한참동안 되새기던 상훈은 자신이 미영에게 오랄섹스를 시킨탓에 이번 사고가 벌어졌다는 생각이들자 침대 시트를 부여잡으며 흐느꼈다.
" 어떻게하지... 김대리도 그렇지만 미영씨는 어떻게하지... "
" 흠... 그러게말이야... "
" 미영씨가 깨어나더라도 충격에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텐데.... "
" ...... "
" 어떻게 도와줘야 되는거야... "
" 글쎄.. 우리가 뭘 도와줄수 있을까... "
" 그거야.. 그렇지만.... "
" 비리릴리...비리릴...~ ~~ !! "
수진과 진석이 상훈과 미영의 문제를 걱정스레 생각하며 이야기를 나누던중 진석의 핸드폰이 울렸다.

" 네... 박 진석 입니다.... "
" 안녕하세요.. "
" 누구.... "
" 역시 목소리 기억 못하시네요.. 저 민 희진예요..... "
" 아..네... 죄송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
갑작스런 희진의 전화에 진석이 당황한 표정으로 수진을 흘끗 쳐다본뒤 다시 전화에 집중했다.
" 제가 그랬을텐데요... 선본날은 그냥 가겠지만 다음에 다시 만날때는 그날 진석씨가 범한 실례에 대한 보상을 받겠다고요.... "
" ...... "
" 후후.. 농담이예요.. 긴장하셨죠... 그래도 그날 진석씨... 태도에 마음이 상한건 사실이예요... "
" 그날은 실례가 많았읍니다.... "
" 그렇담.. 말로는 안되죠.. 어때요.. 그날 실례를 만회해보심이... "
" 어떻게.... "
" 모레 저녁 사세요.. 그럼 용서해드릴테니.... "
" 그러죠... 그것으로 제가 범한 실례가 만회된다면.... "
" 후후... 그럼 약속하신겁니다... "
" 네.. 알겠읍니다... "
" 그럼 제가 내일 다시 전화드리겠읍니다... "
" 네.. 그러십시요.... "
" 그럼... 이만 끊을께요... "
" 네.... "
진석이 희진과의 통화를 끝내며 핸드폰을 접자 수진이 기다렸다는듯 물어왔다.
" 누군데.. 그렇게 쩔쩔매.... "
" 어... 작은 아버지 소개로 만났던 여자.... "
" 음... 잘되가나보지.. 전화도 오게... "
" .. 그냥 저녁이나 한번 먹자고.... "
" 그래.... "
진석의 말에 수진이 고개를 돌려 차창밖을 내어다보자 진석이 그런 수진의 옆모습을 한번 바라본뒤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 으.....음...... "
" 미영아... 정신들어.... 나야.. 상훈이... "
" 상...훈....씨.... "
" 그래.. 미영아.. 나야... "
간호사의 만류에도 상훈의 고집으로 미영을 간호하고 있던 상훈이 미영이 힘겹게 눈을뜨며 정신을 차리는듯 하자 미영을 불렀다.
" 여기가... 어디예요...... "
" 병원이야... "
" 병원... 그럼... 그때 충격이....... "
" 응.... 사고가 났어...."
" 사고..... 상훈씨.. 괜찮아요..... "
" 난 괜찮아......... "
미영이 정신을 차리자마자 자신의 안부부터 걱정을 하자 상훈은 그런 미영의 말에 목이 매어옴을 느끼며 주사 바늘이 꽃혀있는 미영의 손을 가볍게 부여 잡았다.
" 얼굴에... 상처가.... 정말.... 괜찮은거죠.... "
" 그렇다니까... 난 괜찮아.... 정말이야.... "
" 다행이예요.. 상훈씨가..... 괜찮아서..... "
" 미영아........ "
" 그런데.... 상훈씨.... "
" 응... 그래.... "
" 발끝이 간지러워요... 다른덴 통증이 오는데.. 다리끝이.... "
" 미영아..... 흐흑.... "
" 왜.. 그래요.. 상훈씨.... "
" 미영아.... 미안해..... "
" 상훈씨.. 그러지마요... 나도 괜찮아요... 그런말 하지말아요... "
" 흐흑.. 미영아.. 미안해... 미안해.... "
" 상훈씨.... "

상훈이 흐느끼며 침대에 고개를 묻자 미영이 힘겹게 손을 움직여 상훈의 머리에 얹으며 흐느끼는 상훈을 달래려했다.

" 상훈씨.. 그렇다면.. 내 다리가.... "
의사의 말을 듣던 미영이 자신의 침대 머리맡에 고개를 숙인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던 상훈을 불렀다.
" 미영아........ "
" 아니예요.. 그럴리가 없어요... 분명 발끝이 간지러운걸 느꼈는데.... 그럴리가 없

요.. 상훈씨.. 거짓말이죠.. 그렇죠... 상훈씨.... "
" 미영아.... "
" 아니예요.. 상훈씨.. 그럴리가 없어요... 상훈씨.. 나 그렇게 잘못한거 없잖아요...

그런데.. 왜..... 거짓말이죠.. 상훈씨.. 말해줘요.. 거짓말이죠... "
" 미안해... 미영아... 미안해.... "
" 아니예요.. 상훈씨가.. 왜 미안해요... 다 거짓말인데... 왜 상훈씨가 미안해요...
말해줘요.. 상훈씨... 내 다리가 없어지지 않았다고 말해줘요.. 상훈씨... 부탁이예요.. 상훈씨.. 나 사랑하잖아요..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거짓말이라고 말해줘요... 상훈씨... 네............ "
" 미영아... 진정해...... "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말을 해대는 미영을 부여잡으며 상훈이 미여을 진정시키려 했다. 그러나 미영은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계속해서 상훈에게 애원하듯 말을 이었다.
" 상훈씨... 나... 상훈씨... 말잘들을께요.... 상훈씨한테 정말 착한 여자가 되어서 상훈씨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할께요.... 그러니까.. 상훈씨.. 제발 거짓말이라고...말해줘요... 제발.... 제발.... 상훈씨.... "
" 흐흑... 미영아..... 미안해... 미안해...... "
상훈이 실성한 표정으로 말을 해대는 미영을 끌어안으며 오열하자 두사람 곁에서 미영의 모습을 지켜보던 의사와 간호사가 고개를 돌리며 눈가에 맺히는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 흐흑.. 안돼요.. 상훈씨... 나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왜요... 상훈
씨... 내가 상훈씨에게 못되게 굴었어요... 그랬어요....흐흑... "
" 아니야.. 아냐.. 미영아.. "
" 그런데 왜 이래요... 내가 왜 이래야되요... 상훈씨.. 아아흑... 흐흑.... "
" 미영아.... "

상훈은 오열하는 미영을 더욱 세차게 끌어안으며 이것이 꿈이기를 바랬다. 그래서 어서 이 악몽같은 현실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이 현실이 만약 꿈이 아니라면 그래서 이 악몽같은 현실속에서 벗어날수 없다면 지금 자신의 다리를 잃고 오열하는 미영대신 자신의 다리를 가져가달라고 하늘을 향해 애타게 빌고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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