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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2일 월요일

남편의 후배들 -3

혜란은 본래 성격이 유순한 편이었다.그래서 남과 싸우거나 다투지 못하고, 똑 부러진 데가 없어 손해를 보기도 했다. 하기야, 그렇지 않았더라면 남편의 요구로 그런 비디오를 찍게 되어 이런 곤경에 처할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이번 경우만 해도, 어떻게 이야기를 다른 쪽으로 진행시킬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한때나마 그녀의 모든 것을 보고, 또한 그녀의 육체를 송두리채 정복해 버린 남자가, 또한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과 부끄러운 행위들을 낱낱히 담은 자료를 내밀어 왔을 때, 그녀는 그만 몸과 마음이 굳어지고 움쪽달싹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다른 것도 있었다. 비디오에 찍힌 행위들은 사실 남편이 시킨 일들이었고, 그러니까 "내 잘못이 아니야~! " 뻗댈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녀 자신은 그게 남편의 사회적 명망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와 함께 부정할 수 없는 게 있었다. 그녀 역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비디오 속 행위에서, 그녀역시 알 수 없는 쾌락속에 잠겨 있었던 것이다. 그 비밀스런 쾌락의 아찔함을, 그녀역시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비디오의 화면이나 캡쳐 사진은, 단순히 그녀가 포르노를 찍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녀가 그것을 통해 심신이 재가 되도록 스스로 즐겼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혜란은 경진 앞에 꼼짝할 수 없었다. 마치 자위행위 도중에 들킨 청소년마냥, 그녀는 경진 앞에 고개를 숙이고 한없이 유순해 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모든 것을 믿고 의지하는 남편은, 지금 한국에 없다. 남편이 출장중이 아니었더라면... 아니면 그녀가 이 일에 이렇게까지 은밀한 죄책감을 지니고 있지 않았더라면.... 혹은 지금 상황이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남자한테 그녀의 가장 은밀한 곳을 들켜버린 입장이 아니었더라면,.. 그녀의 대응은 조금 달랐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선 좀 그렇죠? 이 물건들을 처리할려면... 우리 좀 조용한 데로 갈까요?"

혜란 입장에서 어찌 무어라 토를 달 수 있겠는가. 경진은 한술 더 떠 은근히 비꼬는 것이었다. 

"애들 보는 데서 꺼내 놓을 물건이 아니잖아요? 하하하하..."

혜란을 태운 경진의 차가 성남을 벗어나 국도를 탔다. 

"자자... 그렇게 긴장하지 마시고~"

안절부절못하는 혜란을 향해, 경진이 의뭉스런 목소리로 되뇌이면서 은근히 한손을 뻗어왔다. 그 손은, 마치 혜란을 위로하듯 그녀의 무릎위에 놓여, 슬금슬금 그녀의 허벅지쪽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혜란은 질겁을 했다.

"어허... 가만 있어요!"

경진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그러나 무겁게 그녀를 눌렀다. 그녀는 흠짓 몸을 굳혔다. 

"다 피차 좋자고 하는 거니까 우리 너무 몸 사리고 그러지 말자구요. 옳지... 하여간에 제수씨는 너무 급해서 문제라니깐. 왜 작년 가을엔가? 전화했을 때도 그렇게 버럭 화만 내더니만... 내가 얼마나 놀랐었는지 알아요?"

한손으로 운전대를 잡은 채로, 다른 한손으로는 천천히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면서 경진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이 남자는 그 때의 복수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혜란은 경진이 경박해 보이는 언행과 달리 의외로 무서운 사람일 지 모른다는 느낌이 불현 듯 스치는 것이었다.

경진의 승용차는 수원으로 접어들어, 한 현대식의 작은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상가 건물과 오피스텔의 중간쯤으로 보이는 건물이었다. 경진은 거기에 자신이 운영하는 작은 벤쳐 기업의 사무실이 있다고 했다. 토요일 저녁 때여선지 건물 안은 조용했고, 왠지모르게 어딘지 음침한 분위기를 풍겼다. 

외견상으로는 그런대로 깔끔한 편인데도 그래 보였다. 그건 어쩌면, 차에서 내리면서부터는 아예 무슨 연인이기라도 한 양 거침없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걷는 경진의 몸 냄새때문인지도 몰랐다. 혜란은 마치 이상한 나라에 표류하는 엘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사무실이 위치한 이 동네, 건물과 모든 것이 그녀한테는 너무나도 낯설고 생경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수원 지리에 어둡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 보다는, 이미 경진을 마주한 순간부터의 아뜩한 비현실감이 크게 작용한 게 분명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폭력에 일방적으로 노출되어 본 적이 있는가?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 이라면 알 것이다. 갑작스런 공포가 닥쳐 오면서, 눈 앞은 아찔해 지고 현실감이 사라져서,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된다. 흡사 자신이 백일몽 안에 있는 것 같아져서, 주변 풍광자체가 몹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혜란의 상황이 바로 그러했다. 그리고, 경진이 주머니 속 키로 잠겨 있던 사무실 문을 열고 혜란을 들여보낸 순간, 그 비현실감은 한층 더 고조되는 것이었다. 믿기 힘든 광경이 거기 있었다.

"........."

건물 2층의 자그마한 사무실. 모두들 퇴근한 듯 텅 빈 채로 조금 어수선해져 있고, 커튼이 굳게 닫혀 어둡고 우중충한 실내였다. 그 구석 언저리에 놓여 있는 쇼파에서, 한 쌍의 남녀가 뒤엉켜 있었다. 

"......"

좀 더 정확하게는, 한명의 남자가 쇼파에 몸을 기댄 채 앉아 있고, 그 앞에, 다소 천박해 보이는 빨간 셔츠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가, 그 남자의 다리 사이에서 열심히 그의 사타구니를 애무하고 있었다. 남자의 페니스는 새빨갛게 드러나 그 여자의 입술을 들락거리고 있었다. 혜란은 저도 모르게 입을 막고,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억눌렀다. 

"왔수?"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려 보니, 그 남녀와는 다른 쪽 구석에 있었던 듯한 안경잽이 남자 하나가 경진을 향해 아는 척을 했다. 쇼파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에 대해서는 경진도, 그 안경쓴 남자도 너무나도 태연해 있었다. 마치 늘상있어왔던 광경인 것처럼. 경진이 그저 한마디 툭 던졌을 뿐이었다.

"그래... 또냐? 하여간에 니들은 참..."
"그거야 뭐... 기다리는 동안 딱히 뭐 할 일이 있어야지~"

안경잽이가 허리띠를 고쳐 매며 이를 드러내며 경진을 향해 찡긋해 보였다. 경진은 피식 따라웃으며 혜란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로 곧장 사무실 한쪽의 방으로 들어갔다. 경진의 개인 작업 룸이나 뭐 그런 종류의 방 같았다.

엉거주춤 경진에게 이끌려 방으로 들어가면서, 혜란은 문득 안경잽이 사내의 '기다리는 동안...' 이란 말을 떠올렸다. 뭘 기다렸다는 거지? 경진은 왜 자신을 하필 이런 곳으로 데려왔을까? 단순히 자기 사무실이라 이것저것 편하기 때문이었을까?

혜란은 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역시 이 민망한 광경을 피하고 싶은 생각이 앞서서, 그대로 경진을 따라 방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었다. 경진의 개인 사무실에는 컴퓨터 책상을 겸한 작업대와 작은 쇼파, 접혀져 한 구석에 놓여 있는 간이 침대외에, 무엇보다 한 구석을 거의 차지하다시피 한, 20인치는 훨씬 넘어보이는 커다란 평면 스크린이 눈에 띄었다. 

스크린은 사무실 규모에 비해 좀 지나쳐 보일만치 컸다.

"자아... 그럼, 시작해 볼까요?"

뭘 시작한단 말인가, 혜란이 의아해 하는 사이 경진은 사무실 조명을 어둡게 하고는 리모콘을 꺼내 그 커다란 스크린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이내 화면이 밝아지고, 거기서 나타나는 것은 바로 그녀 자신의 영상이었다. 

"........."

그 커다란 화면은 그녀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있었다. 거기서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음미하듯, 새빨갛게 발기한 누군가의 패니스에 입술을 가져가고 있었다. 다시금 혜란의 눈 앞이 아찔해 졌다. 화면은 천천히 뒤로 물러나 홀딱 벗고 있는 채인 그녀의 알몸과, 그녀 앞에 반쯤 누운 자세로 역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을 맡기고 있는 동수의 건장한 몸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는 저 테입을 알고 있었다. 하나님 맙소사... 

흘러나오고 있는 영상은 작년 겨울에 있었던 네 번인가 다섯 번인가의 "촬영 작업"중 마지막에 찍었던 것으로, 나중에 테입들을 모아 편집, 보관하면서 이상하게도 누락되어 있어서 남편이 상당히 아쉬워하던 것이었다. 

어떻게 저 테입이 경진에게...혜란은 몸을 가누기 힘들 지경이었다. 

"어때요, 저 테입 맞나요? 혜란씨가 (이때쯤부터 경진은 슬슬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찾는 게..."
"........."
"아 말씀해 보라니깐~ 말을 해야 알꺼 아뇨. 그니까 저 화면 안에서 저 남자의 물건을 저렇게 좆나게 빨아대는게 혜란씨 맞냐 이거요."
"도대체 원하는 게 뭐에요!!!"

더는 견딜 수 없었다. 혜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울먹일 듯 얼어나 있는 그녀의 몸이 스크린을 가리고 스크린으로 쏘아져 나오는 영상에 걸쳐져서, 흡사 거대한 페니스가 그녀의 몸을 덮어씌운 듯했다. 경진은 씨익 웃었다.

"혜란씨, 이쪽으로 와봐요."

책상 앞 듀오백 의자에 앉은 채로 화면을 조정하면서, 경진은 싱글거리면서, 그러나 거역할 수 없는 무게로 그녀에게 명령했다. 스크린의 조명만이 흔들거리는 어두운 실내에서, 경진의 얼굴은 그 조명을 받아 거의 귀기어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자자... 진정하라구~ 내가 무슨 혜란씨한테 해코지라도 할려고 이러겠어? 뭐 얻어먹을 게 있다구 그러겠냐구요~? 혜란씨 하기 따라서는 다, 좋게좋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인데 왜 그래~"
"........."
"아까 말했잖우. 난 그냥, 작년에 혜란씨랑 있었던 일이 생각나고 그래서 참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요~"

경진은 혜란의 어깨를 잡아, 앉아 있는 자신 앞에 천천히 무릎을 꿇도록 만들었다. 어두운 실내를 가득 채운 듯한 스크린 영상에서는 혜란 자신이 동수의 열띈 애무를 받으며 그윽한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혜란은 이윽고 경진의 무릎 사이로 꿇어앉게 되었고, 바지 위로 불룩히 솟아오른 그의 심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허어억~~~ 하는 혜란의 숨 넘어갈 듯 자지러지는 소리가 스크린 옆 스피커로부터 사무실을 가득 멤돌았다. 조용한 오후인지라 소리가 새어나가 바깥의 남녀한테도 들릴 수 있었다. 

"제발... 저건 좀 꺼 주세요."

혜란은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글세... 그건 우선, 혜란씨 하는 걸 좀 봅시다."

경진은 거의 실물 크기로 스크린 위를 뒹구는 혜란의 알몸 영상을 음미하며 느긋하게 말하고 있었다. 혜란으로서는, 이제 다른 선택이 없었다. 혜란 자신의 손에 의해 경진의 혁대와 지퍼가 끌러지고, 꼿꼿하게 발기한 경진의 페니스가 바깥 세상으로 해방되었다. 혜란은 뜨겁게 불끈거리는 그것을 지그시 손에 쥐고, 어깨를 떨며 그것을 자기 입가로 가져왔다. 마치 작년 여름 어느날의, 설악산 콘도미니엄에서의 밤처럼.

"............"

화면에서는 동수의 패니스가 혜란의 음문을 힘차게 들락거리고 있었고, 사무실에서는 경진의 페니스가 그녀의 침으로 번들거리는 채로 혜란의 입술 안팎을 오가고 있었다. 경진은 기분좋은 신음을 내뱉으며 열락에 잠겼다. 혜란의 모습은 어느새 조금 전 바깥에서 누군가의 페니스를 열심히 애무하던 낯선 여자의 그것과 닮아가고 있었다.

화면속 동수의 절정과 화면밖 경진의 절정은 거의 동시에 왔다. 정확하게는 화면속에서 열심히 피스톤 운동을 벌이던 동수가 허억 거친 한숨과 함께 화면속 혜란의 알몸을 붙들고 몸을 떨어댄 순간, 경진또한 눈 앞이 아찔해 지는 것을 느끼며 절정에 치달은 것이었다.

두 개의 세찬 분출. 하나는 스크린에서 벌겋게 달아오른 혜란의 음문 깊숙히 뿌려지고 있었고, 또 하나는 듀오백 의자위에서 혜란의 부드러운 입술 속에 품어진 채로 그녀의 입천장을 사정없이 때려대고 있었다. 그렇게 제 것을 마음껏 혜란의 입안에 터뜨린 경진은,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혜란의 얼굴을 들어, 그녀가 입 안에 있는 경진의 정액을 그대로 모두 삼킬 것과, 그것이 꿀꺽, 그녀의 목젖을 넘어가는 걸 그 앞에서 낱낱히 보일 것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혜란이 입안으로 터져나온 경진의 정액과, 아울러 경진의 패니스에 묻어 번들거리는 것까지를 남김없이 처리하고 잠시 한숨을 돌릴 즈음에는, 스크린을 채우고 있던 영상도 시간이 다 되어 시퍼런 대기 화면만을 발하고 었다. 그러나 경진은 그 비디오를 끄지도, 사무실 안의 조명을 밝히지도 않았다.

"잘했어요, 혜란씨~ 역시... 하하하! 그건 그렇고... 오늘 이렇게 힘든 걸음 한 김에, 아예 일을 마저 정리해 버리는 게 좋겠지?"

경진이 자기 서류가방속 다이어리를 꺼내 들었다.

"자, 직접 확인해 봐바... 이것도 필요한가?"

어느새 거침없이 말을 놓고 있는 경진이 꺼내어 보인 것은, 방금의 비디오에서 캡쳐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 이었다. 편지에 동봉된 것도 그 중 하나였음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었다. 경진은 일부러 사진들 하나하나를 스크린 불빛에 비추어 그녀한테 확인시키고 있었다.

"자 어때? 이것도 혜란씬가? 혜란씨, 비디오는 그렇다 치고 이 사진들은 어때? 필요해? 온 김에 가져갈까?"
"........."
"뭐야, 안들리잖아! 필요없다구? 그냥 내가 기념으로 가져도 될까?"
"......피, 필요해요. ......주세요."
"어허~ 공짜로는 안돼지~! 하하하핫!"

경진은 어느새 그녀의 앞에, 권력자마냥 군림하고 있었다.

"흐음... 나는 장삿꾼이니까~ 뭔가 돈되는 걸 생각해 봐야겠지? 자, 하나씩 천천히 거래를 해 보자구~! 우선 여기에, 이 남자한테 젖통을 빨리고 있는 사진말인데... 어때? 살 마음이 있나?"
"......."
"좋아~! 그럼 가격을 흥정해 볼까?"

경진은 장난스레 웃으며 혜란으로부터 그녀의 핸드백을 빼앗아 갔다.그리고 신나게 자신만의 놀이를 해 나가는 것이었다. 마치 어른 흉내를 내는 어린애처럼...현금이 이 만큼에, 카드랑 주민증이라... 뭐 이 정도라면 이 젖통 빠는 사진하고, 요쪽에 클로즈업된 사진 두 개만큼은 되겠지. 좋아~!"

경진은 자기 책상 밑에서 왠 종이 상자를 꺼내더니, 그녀의 지갑속 내용물 거의 전부를 담고는, 마치 그 대가인 양 사진 석장을 그녀의 핸드백 안에 넣어 주었다. 

"그리고... 여기 이 사진, 이 남자가 혜란씨 벌리고 쑤시는 건데... 사고 싶겠지? 근데 돈이 더 있을려나?"
"........."
"자, 빨리 하자구~ 내가 이 사진을 기념으로 여기 사무실 벽에 붙여놓아도 좋아?"
"돈.... 은, 없...어요. 더는."
"그래~? 그것참 곤란하군~!"

경진은 짐짓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혜란으로서는 경진의 이러한 행동이 어디까지가 희롱이고,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가져오겠다"는 식으로 더 장단을 맞춰줘야 하는지 어떤 건지를 몰라 난처해 하고 있었다. 

"흠... 그래! 혜란씨, 오늘따라 옷이 예쁜걸? 보아하니 메이커인 것 같은데, 그 정장 쟈켓이라면 이 사진 한장 가격을 나올 것 같군. 어때?" 
"......?"
"싫으면 말구~ 저 바깥에 친구들한테 팔아도 되니까! 젊은 애들이니까 이런 사진, 꽤 비싸게 주고서라도 살려고 할걸~?"

경진은 당장에라도 사무실을 나가서 바깥의 남자들한테 사진을 내밀 기세였다. 혜란은 놀라서, 엉겁결에 자켓을 벗어주었다. 경진은 혜란한테서 자켓을 뺏어가지고는, 지갑속 내용물과 마찬가지로 종이 상자에 넣어 버렸다. 

"그리고 나머지 한 장은? 대충 보니까, 그 셋트가 되는 정장 스커트면 대충 가격이 엇비슷할꺼 같은데...?"
"......"

어느새 혜란은 경진의 '놀이'에 말려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급히 스커트를 벗어 경진한테 내밀면서, 마치 정말로 옷을 벌어 팔아가지고 경진이 가진 사진을 사오는 듯 생각하게 되었다. 

"자 그럼 됐구... 아, 이 사진은 어때? 보아하니 이 남자가 핧고 있는 건 혜란씨 거기 같은데? 이것도 필요한가?"
"......"

그렇게 혜란의 정장 셔츠와 스타킹, 구두등이 사진의 대가로 경진에게 팔려가게 되었다. 경진이 그것들을 종이 상자에 차곡차곡 정리해 넣는 동안, 혜란은 그만 브레지어와 팬티차림이 되어 사무실 한쪽에 떨며 서 있을 따름이었다. 어쨋든 경진이 가지고 있던 캡쳐 사진은 모두 혜란의 핸드백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때,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 왔다. 혜란은 화들짝 놀랐다. 

"사장님~ 아직입니까? 다들 기다리는데요..."
"아~ 잠깐 기다려! 아... 이봐! 미스 서 아직 거기 있나?"
"예, 아직 있는데요."
"일루 들어오라고 해."

그리고는 혜란을 거기 세워둔 채로, 경진은 혜란의 옷가지들과 소지품이 담겨 있는 종이 상자를 정리해서, 옷가지들을 접어다 책상 위에 놓고, 돈과 카드등은 자기 지갑속에 챙기는 것이었다. 혜란은 도대체 이 남자가 뭘 생각하는 건지 알 수 없어지는 동시에, 그가 정말로 사진의 대가로 돈이 될 자기 물건들을 챙기는 것같다는 생각이 한층 더 강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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